인터뷰

드론으로 짜릿한 곡예 비행 즐기는 ‘730클럽’

2018.07.13

FPV 프리스타일 드론 커뮤니티 ‘730클럽’ 인터뷰

드론을 날리며 괜히 곡예 운전을 시도하다 낭패를 본 적이 있나? 이걸 전문으로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FPV 프리스타일(First Person View Freestyle)이다. 말 그대로 1인칭 시점으로 자유롭게, 특정한 규칙이나 평가 혹은 승패 따위는 모두 떨쳐버리고 온 하늘을 내 것 삼아 오르락내리락 이리 돌고 저리 도는 비행이다. 물론 항공법상 허가받은 범위 내에서.

730클럽은 지난해 12월 박진현 계원예술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정현석 메이커의 만남으로 결성됐다. 인터넷으로 시작한 둘만의 만남이 어느덧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12명이 모인 커뮤니티로 커졌으며 이름도 없던 모임을 730클럽이라 부르는 움직임도 점차 감지됐다. “730클럽을 제목에 써도 되겠죠?”라 묻자 그들은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 그냥 공식화로 730클럽이 되는 거죠, 뭐.” 날리는 드론만큼 프리스타일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현석 메이커(좌)와 박진현 교수(우)가 조종기와 드론을 들고서 미소 짓고 있다.

정현석 메이커(좌)와 박진현 교수(우)가 조종기와 드론을 들고서 미소 짓고 있다.

730클럽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무엇인가요?

박진현 교수(이하 진현): 저희는 아침 7시 30분에 모여요. 드론을 날리려고요. (웃음) 더 일찍 나올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않고 아홉 시가 넘어가면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 7시 30분인 겁니다.

모여서 처음 30분 동안은 조용히 마음껏 날리고 여덟 시 반쯤 사람들이 슬금슬금 다니기 시작하면 눈치 보다가 열 시 전후로 마무리해요. 그때쯤이면 어떤 분은 교회 예배 때문에 애들 등원 때문에 들어가고 결국 열두 시 전에 밥도 안 먹고 다 헤어지거든요. 이렇게 건전한 취미가 어디 있나요? (웃음)

FPV 프리스타일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진현: 레이싱 드론을 가지고 묘기비행을 하는 거잖아요. 리듬체조나 기계체조 혹은 춤과도 같죠. FPV 프리스타일이 재미있는 건 레이스처럼 경쟁하고 등수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며 멋있다고 서로 칭찬하지만 딱 거기까지죠. 스릴있게 비행하는 자유로움, 이 자체가 참 좋아요.

정현석 메이커(이하 현석): FPV 프리스타일이 하는 사람마다 나라마다 연령대마다 특성이 다 달라요. 따로 정해진 틀이 없거든요. 그래서 더 재미있죠. 날렸을 때 흔들림 없이 깔끔한 화면을 좋아하는 분, 시원하게 빠른 속도를 즐기는 분 혹은 예쁜 장소를 추구하는 분까지 원하는 방향이 참 다양해요.

☞ 박진현 교수와 정현석 메이커가 드론을 조종하는 장면을 브이로그로 생생히 담았다.

그만큼 FPV 프리스타일로 만드는 콘텐츠도 다양해 보여요.

진현: 주로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죠. 파일럿이 자리한 곳부터 날기 시작해서 하늘 위로 높이 솟거나 또는 숲속으로 더 들어가서 촬영하고 편집하면 콘텐츠가 되니까요. 그러면 공유하는 거고요.

우리는 주로 ‘브이로그(Vlog, 일상의 모습을 영상으로 블로깅 하는 것)’를 찍어요. 작년에 제가 브이로그를 시작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떠들곤 했거든요. 그랬더니 한두 달 이후부터는 다른 분들도 브이로그를 만드는데 아예 목소리에 얼굴까지 드러내며 하더라고요. 다 같이 커뮤니티에서 변화를 나타내는 모습을 보면서 꽤 신기했죠.

교수님은 ‘Made in Korea FPV free style drone’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하시잖아요.

진현: 만든 이유가 뭐냐면 한국 사람들이 비행이나 촬영은 너무 잘하는데 언어 문제 때문에 홍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예요. 그래서 여기만 들어오면 우리나라의 어떤 파일럿이 뭘 했는지 단번에 볼 수 있게 해놨죠.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조금씩 늘더라고요.

FPV 프리스타일용 드론의 곳곳에 직접 만지고 고친 손때가 가득하다.

FPV 프리스타일용 드론의 곳곳에 직접 만지고 고친 손때가 가득하다.

일반 드론과 FPV 프리스타일용 드론의 기계적인 차이로는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진현: 일반 드론은 수평으로 날뿐 바닥을 보며 나는 케이스가 거의 없어요. 회전 각도에도 제한이 크고요. 반면에 FPV 프리스타일용 드론은 360도로도 돌고 바닥을 보고 하강하고 다시 하늘로 치고 올라가기도 하고 선회도 빠르게 할 수 있어요. 자이로센서 등 컴퓨터가 비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거친 운전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돕거든요. 어디에 부딪히더라도 자동으로 모터의 속도를 제어하니까 추락하려는 상황에서도 자세를 잡고 다시 비행할 수 있어요.

현석: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점은 배터리 사용 시간에 있어요. 일반 드론은 25~30분을 날지만, FPV 프리스타일 드론은 끽해봤자 5분이에요. 더더욱 아크로바틱하게 날면 3분을 못 날리고요. 그 사이에 얼마나 영상을 역동적이고 예쁘게 찍느냐가 관건인 셈이죠.

운동선수가 부상당할 때처럼 FPV 프리스타일용 드론도 파손에 대한 걱정이 많을 것 같아요.

진현: 부상을 달고 다니죠. 제가 그저께에도 추락을 한 번 대차게 했거든요. 고치려고 봤더니 모터의 연결선이 쓱 빠져버려서 현석 씨가 다시 땜질해줬어요. 최대한 이렇게 많이 고치고 또 고치며 써야 해요. 예비 부품들을 갖고서 재활용에 재활용을 거듭하고요. 그러지 않고 일일이 부품을 새로 사면 감당이 안 돼요. (웃음)

드론이 부서지면 돈도 문제지만 멘탈이 약 한 달은 나가요.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정성스럽게 조립했는데.’ 하면서요. 현석 씨는 새것으로 비행하다가 강물에 빠져서 휩쓸려간 적도 있고요.

현석: 그래도 해요. (웃음) 포기할 만도 한데 그다음 날 부품을 또 사고 있어요. 욕하면서 조립하고 또 날리러 가죠.

멘탈이 깨지고 욕하면서도 또 조립하고 또 나가는 까닭이 있다면요?

진현: 저도 이게 왜 이렇게 자극적인지 원인을 찾아봤는데요. 아드레날린에 지름신이 겹치는 거더라고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때 샘솟는 아드레날린에다가 새 부품을 골라서 더 멋진 드론을 만들 때 불붙는 지름신까지요. 이 두 개가 결합되니 완전히 슈퍼 콤보인 거예요. 그래서 더 재미있죠. 지갑이 좀 비어서 그렇지. (웃음)

파손된 소형 카메라에도 비교적 멀쩡한 부위가 있으면 들어내 재사용한다. 알뜰해야 한다.

파손된 소형 카메라에도 비교적 멀쩡한 부위가 있으면 들어내 재사용한다. 알뜰해야 한다.

혼자 하지 않고 730클럽에서 같이 만들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깨달음도 있을 것 같아요.

진현: 처음에 하는 분이 드론을 혼자 다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해요. FPV 프리스타일용 드론에는 전기·전자 면에서의 하드웨어며 소프트웨어며 복합적인 기술들이 연결되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신입 회원분이 중고 드론을 들고 모임 장소에 나타났어요. 보니까 2~3년은 지난 녀석이어서 구조하기가 힘든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730클럽의 몇몇 분들이 만지작거리더니 두 시간 만에 기체가 날더라고요. 멤버 중 현석 씨는 조종기와 소프트웨어를 세팅하는 데 특화, 저는 3D프린팅으로 외형을 만드는 데 특화, 성연익이라는 분은 전파 통신 안테나로 특화돼 있고요. 고치던 중 어디서는 누가 주섬주섬 뭘 꺼내더니 그 자리에서 웬 인두까지 나왔어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으니까 이게 되는 거예요. 혼자였다면 일주일은 끙끙댔든가 도중에 그만뒀겠죠. 고작 두 시간 동안에 자신의 능력을 공유하고 하나의 메이커 운동을 벌인 거잖아요. 커뮤니티의 힘이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했죠.

우리나라에 드론 관련 각종 법 제도가 있는데 여기서 아쉬움은 없는지요?

현석: 근래에 들어 드론이 활성화되면서 마구잡이로 날리기 시작하니까 규제는 필요한 게 맞아요. 하지만 어린이용 장난감에까지 엄격한 잣대를 대지 말고 조금은 완화해줬으면 하고요. 취미로 날리는 분이랑 직업으로 삼는 분 사이에 차이를 두는 등 시·도 차원에서도 섬세하게 관리해줬으면 해요.

저는 드론을 날릴 때 항공촬영 비행허가를 군부대에다 항상 받는데요. 애초에 신청 절차도 어려운 데다가 신청한 후에도 날려도 되는지 아닌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식이다 보니 허가를 안 받아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날리자 하다가 그만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꼭 있거든요. 앞으로 신청 과정이 좀 더 편리해지고 후속처리도 잘 돼야 보다 안심하고 드론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남은 올해 동안의 계획을 들려주시겠어요?

진현: 우선은 얼마 전에 재료가 생겨서 여름방학 동안 둘이 같이 기체를 하나 더 완성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9월 중순에 과천과학관에서 여는 <메이커랜드>에 수상비행기 위그선을 만드는 이벤트가 있는데 거기에 참여하는 것도 준비 중이에요.

이 둘에게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는 의미가 없다. 드론을 함께 만들고 갖고 노는 메이커일 뿐.

이 둘에게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는 의미가 없다. 드론을 함께 만들고 갖고 노는 메이커일 뿐.

글/사진: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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