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월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18’을 열고 ‘S펜’으로 생산성을 넘어 효율성에 방점을 찍은 ‘갤럭시 노트9’를 공개했다. 스타일러스였던 S펜에 저전력 블루투스 기능을 더해 스마트폰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장점은 S펜의 진화다. 단점은 S펜만 진화했다는 것이다. ‘노트 팬’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나 그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새롭거나, 놀랍지는 않다는 의미다.

리모컨 기능 추가된 ‘S펜’

노트를 써봤거나, 쓰고 있거나, 쓸 예정인 사람이 노트를 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큼직한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각종 기능이 들어가 있는 노트용 스타일러스 S펜, 둘의 결합으로 보장된 ‘생산성’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S펜으로 할 수 있던 일은 대략 다음과 같다.

  •  글씨를 쓰거나 그림 그리기
  • GIF 파일로 라이브 메시지 제작
  • 39개 언어 단어 및 문장 번역
  • 환율 및 단위 정보 제공
  • 돋보기
  • 화면 캡처
  • 꺼진 화면 메모

이전까지 S펜이 필기도구이자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해왔다면, 갤럭시노트9에서는 S펜에 저전력 블루투스(BLE) 기능을 추가해 활용성을 높였다. 갤럭시노트9의 S펜은 IP68 방수·방진 등급에 펜팁 지름은 0.7mm, 필압은 4096단계를 지원한다. 필기도구 성능은 ‘갤럭시노트7’에서 선보였던 그대로다.

달라진 점은 버튼을 누르면 단축키처럼 원하는 앱을 ‘즐겨찾기’ 실행하고 원격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S펜을 스마트폰에 꽂으면 약 40초만에 완충되며, 완충된 S펜은 대기 시간 기준 30분 또는 최대 200번까지 버튼 사용이 가능하다. 카메라, 갤러리, 음성 녹음, 삼성 뮤직, 삼성 비디오, 유투브, 스냅챗, 스노우, B612, 파워포인트, 한컴 오피스 쇼 등은 버튼을 한번 혹은 두 번 눌러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폰에서 S펜을 분리하면서 버튼을 길게 눌러 바로 카메라를 실행하거나 셀피 촬영 모드에서 손으로 촬영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S펜 버튼을 한번 눌러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빠르게 두 번 눌러 전후면 카메라를 전환할 수도 있다.

배터리 트라우마 극복한 삼성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사고로 대용량 배터리 탑재에 머뭇거렸던 삼성이 이번에는 큰 결심을 했다. 갤럭시노트9에 4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집어넣은 것이다. 폭발을 일으켰던 배터리는 3500mAh였고, 이듬해 출시한 갤럭시 노트8의 배터리는 3300mAh였다. 이 점을 감안하면, 삼성은 갤럭시노트7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이외에는 갤럭시노트8과 노트9을 가르는 뚜렷한 차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핵심인 ‘S펜’을 빼면 생김새는 지문인식 버튼이 카메라 옆에서 아래로 이동했다는 정도만 눈에 띈다. 베젤도 조금 얇아졌지만 여전히 상하단에 그대로 남아 있다.

기능적으로는 장면에 따라 최적의 색감을 자동 적용하는 ‘인텔리전트 카메라’가 유일한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LG전자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AI 카메라와 유사한 기능인데 꽃, 사람, 음식, 노을, 동물, 야경, 해변, 하늘 등 총 20개를 자동 인식해 사진을 촬영한다. 단체 사진에서 누군가 눈을 감거나, 사진이 흔들리거나, 렌즈에 얼룩이 묻거나 역광인 경우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PC로 옮길 수 있는 덱스도 지원한다.

전작 대비 사양은 개선됐다. 갤럭시노트9는 6.4형 쿼드HD+(2960×1440)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무게 201g, 128GB·512GB 내장 메모리에 10nm 프로세서, 최대 1.2Gbps 다운로드 속도가 특징이다. 512GB 내장 메모리 모델은 현재 최대 용량의 512GB 마이크로 SD카드와 함께 사용할 경우 1TB 메모리 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 내장 메모리를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한 이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칩셋은 엑시노스 9810 프로세서 또는 퀄컴 스냅드래곤 845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는 자연어 인식 능력이 강화돼 검색, 예약, 결제 등이 가능하다. 갤럭시S9에서 선보였던 ‘슈퍼 슬로우모션(초당 960개 프레임 촬영)’도 지원한다. 2016년 업계 최초로 선보였던 쿨링 시스템도 향상됐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꼭 노트9여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부침을 겪고 있다. 이미 ‘살 만한 사람’은 스마트폰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 수준이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서 놀랄 만한 ‘혁신’을 선보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 라인업은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가격대가 높아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에게 중요한 제품군인 이유다.

갤럭시노트는 ‘S펜에서 이것도 될 것 같은데…’ 싶던 기능들이 실제로 구현됐다. 블루투스 S펜으로 기존의 생산성에 편의성이 더해졌고, 배터리 용량을 비롯한 전체적인 사양도 개선돼 충성도 높은 노트 팬을 유인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에픽게임즈의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용 베타 버전을 일정 기간 독점 공급한다는 것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존하는 스마트폰 중 최고 사양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갤럭시노트 신작. 가격 정책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삼성의 입장에서 매긴 가격표에 수긍이 간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상반기 부진했던 갤럭시S9의 성적표를 만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트에 충성도가 있는 기존 팬층을 넘어 저변 확대를 꾀하기에는 갤럭시노트9가 보여준 게 딱히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전용 리모컨, 있으면 좋지만 없다 해도 크게 아쉽지는 않다.

사진첩에서 원격으로 사진을 넘길 수 있다거나 S펜 버튼을 두 번 눌러 카메라 전후면 방향을 전환하는 기능에 홀딱 반해 지갑을 열고 109만원을 지불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갤럭시노트9는 미드나잇 블랙오션 블루라벤더 퍼플메탈릭 코퍼 등 총 4가지 색상으로 824일부터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출고가는 6GB 램 128GB 모델이 109만4500원, 8GB램 512GB 모델이 135만3천원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