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듣고픈 뉴스, 우리 언어로 보여드릴게요”

MBC 14층 사람들의 도전 '1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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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에 출연한 강다솜 앵커

“아닌 거 알잖아요, 그러지 맙시다!”

TV 화면 속이 아닌 스마트폰 화면을 꽉 채운 공중파 아나운서가 따끔한 한마디를 건넨다.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용어들로 뉴스의 맛을 더한다. 주제도 기존의 뉴스와는 사뭇 다르다. 기무사나 CJ 대한통운 사태, 김기춘 석방 등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 다루는 아이템은 물론, 맥주 구독과 해리포터, 파리바게트 조식 등과 같은 젊은층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아이템들을 다룬다. MBC 뉴미디어뉴스국에서 지난달 런칭한 <14F>의 이야기다.

<14F>는 20대를 타깃으로 한 모바일 전용 데일리 뉴스 프로그램이다. 기존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처럼 매일 저녁 9시에 나가지만, 송출되는 플랫폼이 조금 다르다. <14F>는 페이스북, 유튜브, IGTV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 서비스 채널에만 영상을 발행한다. 포맷도 차별화를 가져갔다. 모바일 콘텐츠 소비 패턴을 고려해 3분 안팎으로 방송분의 길이를 맞췄다. 영상 형식도 세로형의 버티컬 화면을 고수했다. 20대의 눈높이를 철저하게 맞춰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버티컬 형식이 돋보이는 ’14F’ 화면 갈무리

20대의 시선은 20대가 제일 잘 아는 법이다. <14F>는 이를 위해 20대 젊은 구성원을 제작진으로 대거 합류시켰다. <14F>에서 스크립트 담당을 맡고 있는 윤지원 디지털저널리스트는 “어려운 뉴스를 말투만 바꿔서, 신조어를 쓰면서 전달한다고 젊은 세대가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리가 하고 싶은 뉴스, 우리가 보고 싶은 뉴스를 하자’라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14F>는 뉴미디어와 관련된 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투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14F>에는 구글코리아가 뉴스 산업 혁신을 위해 진행하는 ‘구글 뉴스랩’에서 활약한 펠로우, 카카오의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인기 저널리스트, 1인 유튜버로 다양한 제작 경험을 가진 대학생 등 14명의 젊은 어벤저스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아침 20대 타깃 오디언스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픽 단계에서부터 스크립트 작성, 촬영, 편집, 디자인 등을 A/B 팀으로 나눠 진행한다.

촬영 준비 중인 강다솜 MBC 앵커 (사진=14F)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제작진과 논의 중인 모습 (사진=14F)

’14F’ 런칭 전 프로토타입 제작 현장 (사진=14F)

이호인 MBC 뉴미디어뉴스국장은 8월14일 <14F> 기자간담회를 통해 “20대를 대변하는 미디어가 되고 싶다는 꿈에서 출발했다”라며 “지상파와 20대와의 연결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설령 늦었더라도 20대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20대를 위한, 20대에 의한 뉴스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라며 20대 젊은 제작진들이 주축이 된 <14F>의 제작 현황과 전망을 소개했다.

8월14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MBC ’14F’팀.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는 이호인 MBC 뉴미디어뉴스국장(가운데).

<14F>팀이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한 것은 ‘타깃’이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는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뉴스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 20대 층을 위해 주제 선정에서부터 새롭게 판을 짰다. <14F>는 런칭 초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일대일 대면 인터뷰로 타깃을 찾는 등 20대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14가지의 범주로 주제를 확정했다. <14F> 팀은 그중에서 하루 3-4개의 이슈를 선정해 데일리 아이템으로 픽(pick) 한다.

<14F의 14가지 가치>
– 여성
– 오피스라이프
– 헬스&뷰티
– 환경
– 다양성
– 브랜드
– 애니멀
– 스트리밍
– 여행
– Eat&Drink
– 컬처
– 주거&Home
– 레거시
– 성(性)

이번 <14F> 프로젝트에는 미디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메디아티’가 함께했다. 닷페이스, 쥐픽처스, 긱블 등 수많은 뉴미디어 스타트업들을 발굴한 메디아티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14F>의 컨설팅을 맡아 제작에 참여했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뉴스는 한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적 코드로서 시대의 변화를 겪고 있다”라며 “전 세계의 시청자가 하나의 콘텐츠로 동일한 시각을 공유하던 1990년대 방송 뉴스 환경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14F의 기획 의미를 설명했다.

현대의 뉴스는 개인의 환경과 수준에 맞게 분화한 형태로 흘러가고, BBC 등 세계적인 언론사들의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앵커 한명이 전체의 중심이돼 세상의 관점을 전달해주는 시대와는 다른 개념으로 뉴스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14F>는 20대를 위한 맞춤형 앵커를 전면에 내세웠다. 강다솜 MBC 아나운서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다솜 아나운서(좌), 서인 아나운서

강다솜 앵커는 TV 화면 속 정형화된 앵커 모습이 아닌, 친한 동료나 언니(혹은 누나) 같은 모습으로 구독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정장을 입고 뉴스데스크에서 뉴스를 전하는 딱딱한 모습에서 탈피했다. 강다솜 앵커는 편안한 표정과 20대 젊은 세대들이 이용하는 용어들을 사용하며 최근의 이슈들을 빠른 호흡으로 전달한다. 때론 눈빛으로, 때론 몸짓으로, 때론 한숨으로 뉴스의 톤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강다솜 앵커는 “‘정말 맛있죠’가 아닌 ‘JMT’이라는 말을 쓰는 것처럼 그들의 언어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잘한 부분은 부각하고, 부족한 점은 노력해서 맞춰가겠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를 가진 MBC ’14F’

<14F>는 런칭 한 달 만에 페이스북 팔로워가 8천명을 넘어, 다음주 1만명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좋아요’, ‘댓글’, ‘공유’ 등 누적 참여율도 1만5천건을 돌파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모바일 콘텐츠 제작자들의 가장 큰 숙제로 여겨지는 완청률(끝까지 시청한 비율) 역시 평균 20%를 돌파했다. 이호인 국장은 “<14F>에서 롱포맷 콘텐츠, 브랜디드 콘텐츠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로 확장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라며 “우리의 경험으로 MBC가 준비하고 있는 통합뉴스룸의 원활한 운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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