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자상가는 오래된 미래다. 1987년 개장 이후 한국 IT 기기의 메카로 자리 잡았지만, 온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 변화와 맞물려 이용객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한국의 미래를 그리던 공간은 도심 노후지역으로 쇠퇴했다. 이에 서울시는 용산 전자상가 일대를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하고 지난 4월부터 ‘Y밸리’ 혁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기업·공공기관과 협업해 용산에 미래 산업의 싹을 틔우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2018 용산 로봇 페스티벌’은 서울시의 도시재생계획과 맞물려 용산을 로봇 유통 메카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2018 용산 로봇 페스티벌’은 8월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서울시 용산 전자랜드 신관 4층에서 열린다. 서울시와 전자랜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300여평 규모의 전시장에 20개 국내 로봇 업체가 참여해 로봇을 전시하고 시연한다. 17일 오전에 열린 개막식에서는 서울시와 용산구가 전자랜드,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함께 ‘용산 Y밸리 로봇 신유통 플랫폼 구축을 통한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한국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로봇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용산 전자상가 일대 활성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 ‘2018 용산 로봇 페스티벌’이 열렸다.

 

로봇 유통 플랫폼으로 거듭날까

이번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용산 전자랜드는 매장 일부 공간에 로봇 신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로봇의 테스트베드로 육성하기로 했다. 로봇 관련 기업의 입주를 유도해 전시와 판매가 일어나는 로봇과 대중의 접점으로 키우겠다는 얘기다. 또 기업 지원과 신규 산업 창출을 통해 로봇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용산구는 협약 당사자들이 지속적이고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책과 행정 지원을 한다. 또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용산 전자랜드에 구축되는 로봇 유통 플랫폼에 로봇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개발과 로봇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 서울 용산구 유승재 도시관리국장, 전자랜드 홍봉철 회장,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문전일 원장, 서울시 강맹훈 도시재생본부장(왼쪽부터)

이날 개막식에 참여한 서울시 재생정책과 윤옥광 재생전략팀장은 “용산 전자상가는 유통구조의 변화에 의해 쇠퇴했지만, 내부의 브랜드 가치 등 잠재력을 활용해 상공인들과 여러 고민을 하고 과제를 발굴했다”라며 “미래 산업의 주요 기술을 용산에 채용하고, 용산에 새로 형성되고 있는 미래 산업의 새싹을 키우겠다”라고 밝혔다.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는 “한국에는 기술과 제품이 시장으로 나갈 통로가 없었는데, 전자랜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인공지능 로봇과 로봇 전문 유통의 만남은 혁신 성장의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봉철 전자랜드 회장은 “특정 산업과 시장은 수요가 있어야 성장한다”라며 “국내 로봇 수요 창출과 산업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한국 로봇 산업이 전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안내부터 커피 주문까지…로봇들로 꾸려진 현장

2018 용산 로봇 페스티벌 행사장은 다양한 로봇들로 꾸려졌다. 입장객은 입구에서부터 로봇을 마주한다. 로봇이 발권과 행사장 안내를 돕는다. 퓨처로봇에서 개발한 안내 로봇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 활용되기도 했다. 또 로봇을 통해 커피를 주문하고 로봇이 제조한 커피를 마셔볼 수도 있다.

서비스 로봇 외에도 국내 로봇 개발사가 만든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토룩에서 개발한 ‘리쿠’는 사용자의 행동과 표정, 말을 인식해 반응하는 지능형 로봇이다. 정교한 2족 보행을 가정용 로봇에 구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토룩은 내년 상반기 중에 리쿠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다른 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서큘러스가 개발한 ‘파이보’가 있다. 파이보는 KBS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서큘러스는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로봇을 목표로 올해 12월에 파이보를 출시할 계획이다.

| 토룩이 개발한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리쿠’

| 서큘러스가 개발한 ‘파이보’

코딩 교육용 로봇들도 진열됐다. 아이피엘은 가정용 로봇 ‘아이지니’를 활용한 스마트홈 IoT 허브, 로봇 기반 코딩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딩한 결과물을 아이지니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원더풀플랫폼은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로봇 ‘푸딩’을 통해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더풀플랫폼은 SK텔레콤과 함께 홀로그램 AI 비서 ‘홀로박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 코딩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홈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피엘의 ‘아이지니’

| 원더풀플랫폼의 ‘푸딩’.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드웨어는 중국 기술을 소프트웨어는 자체 기술을 활용했다.

| 원더풀플랫폼과 SK텔레콤이 개발한 ‘홀로렌즈’

이 밖에도 총 20개 업체들의 로봇들을 행사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코딩교육과 토크콘서트, e스프츠 대회 등이 행사 기간 동안 열린다. 용산 로봇 페스티벌은 매해 개최될 예정이며, 용산 전자상가에서 열릴 다양한 창업공모전과 해커톤, 전자마켓 등과 더불어 용산 Y밸리의 특화 브랜드로 구축될 계획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지난 4월 디지털메이커시티 용산 Y밸리 혁신플랫폼 선포식에서 발표한 3대 이슈 13개 과제 중 산업혁신분야의 중요한 과제인 ‘신기술 요소 융합을 통한 신산업 육성’이라는 산업재생의 전략적 출발을 알리는 것”이라며 “재생지역을 플랫폼으로 도시재생사업의 민간참여가 활발히 일어나고, 공공은 행정력을 지원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도시재생의 자생력을 키워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