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12th] 인수합병으로 본 자율주행차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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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가 창간 12주년을 맞아 지난 1년 동안 블로터 독자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인기 기사를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게 뉴스이기도 하지만, 과거 다룬 뉴스 속 정보가 현재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과정을 소개하는 것도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저희가 소개한 유튜브 채널 정보, 인공지능이 그리는 미래, 자율자동차와 관련된 소식들. 이 뉴스 속 정보가 1년 사이 어떻게 변화했고, 새롭게 추가된 것은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공유가 소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 IT를 기반으로 택시 호출, 카풀, 셔틀, 대여 등 공유자동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서비스로의 이동성(Mobility as a Service)’ 개념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를 서비스로 이용하는 경향은 더 짙어질 전망이다.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층의 자동차 구매 의향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도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자율주행차가 구현되려면 최첨단 기술이 자동차에 총망라돼야 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무게추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 IT기업에게는 기회의 땅이 열린 셈이다. 패권이 흔들릴 위기에 놓이자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자율주행기술을 앞다퉈 개발하는 한편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하며 시장의 흐름에 대비하고 있다.

업체들이 바라보는 고지는 같으나, 그리로 향하는 길은 저마다 다르다. 최근 1-2년 동안 진행된 인수합병(M&A)과 제휴·협력을 중심으로 이를 정리해봤다.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서 자율주행차로

자율주행차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칩셋이 요구된다. 컴퓨터, 스마트폰에 반도체를 공급해왔던 인텔, 엔비디아, 퀄컴, 삼성 등 업체들은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가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2017년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에 인수했다. 우리돈 약 17조6천억원, 이스라엘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인수 건이었다. 모빌아이는 세계적인 자동차 충돌감지시스템 공급업체로 전방 충돌 경고, 보행자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속도 제한 등이 가능한 영상인식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최초로 선보여 주목받았다. 인텔은 모빌아이의 ‘아이Q(EyeQ)’에 자사 제온 프로세서와 5G 모뎀을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올해 1월에는 자율주행차의 핵심으로 불리는 고정밀 HD지도 회사 히어의 지분 15%를 인수하기도 했다.

|flickr, CC BY 2.0 stagazer 2020

이보다 앞선 2016년 미국의 이동통신 칩셋 전문업체 퀄컴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NFC, 교통카드 등을 만드는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업체 NXP를 470억달러(약 54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용 칩셋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시도라며 관심이 집중됐으나 지난 6월 중국이 양사의 인수합병 승인을 거부하면서 인수는 최종 결렬됐다.

 

구글·애플도 자율주행차 ‘두뇌’ 싸움 중

“우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게 아니다. 우리는 더 나은 운전자를 만들고 있다.” – 존 크라프시크 웨이모 CEO

구글, 애플 등 IT 공룡들은 차체보다 자신들의 강점인 기술력을 발휘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 받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웨이모는 인수합병 대신 완성차업체, 차량호출 서비스와 제휴 및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7월20일 기준 웨이모는 800만 마일(약 1287km)의 주행거리를 기록하고 있다.

웨이모는 2016년 무렵 자체 자율주행차 제작 계획을 접고 차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 웨이모는 2016년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 퍼시피카 600대를 공급받으며 시험운행에 돌입했다. 올해 1월에는 크라이슬러 차량 6만2천대를 추가로 공급받고 재규어 최초 전기 SUV 아이페이스(I-Pace)도 2만대 사들였다.

공급 계약을 대거 체결한 이유는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하기 위해서다. 존 크라프시크 웨이모 CEO는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완전자율주행차를 일찍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사람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기를 원하는지 알게 될 것”이며 “그 통찰력은 우리의 미래 연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역시 지난 2014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을 준비해왔으나 내부 사정으로 진척이 더뎠다. 팀 쿡 애플 CEO는 2017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까지 ‘자급자족’

GM,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등 기존 산업 강자들은 완전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서비스 업체로의 변화도 도모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이미지 출처=flickr, CC BY 2.0 Counselman Collection

GM은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신규 사업을 통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16년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10억달러에 인수했고, 이어 2017년에는 라이다 센서 개발 업체 스트로브를 품었다. 일반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개조할 수 있는 ‘자율주행 키트’를 보유한 크루즈 오토메이션에 스트로브의 라이다 기술력까지 확보하면서 GM의 완전자율주행차 완성일도 한 발 앞당겨졌다.

이와 더불어 GM은 차량공유 서비스에도 직접 진출했다. 2016년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하고 로봇 택시를 만들 계획을 밝힌 데 이어 같은 해 자체 차량공유 업체 메이븐을 설립, 현재 11개 도시에 6천대 차량을 서비스하며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자사 차량에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기술을 보유하고 관련 데이터도 직접 수집함으로써 ‘중개자’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폭스바겐,  BMW, 아우디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자체 차량공유 서비스를 내놓은 상태다.

포드는 2016년 자율주행에 필요한 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업체 사이프스와 통근버스 합승 스타트업 채리엇을 인수했다. 또 라이다로 유명한 벨로다인과 자율주행차량용 3D 지도를 만드는 시빌 맵스에 투자했고, 올해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 아르고AI를 인수했다. 2021년경에는 자체 네트워크 하에서 운행되는 로봇택시를 선보일 계획도 밝혔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카투고(Car2go)’와 독일 택시호출 서비스 마이택시 인수가 대표적이다. 다임러 자회사가 된 마이택시는 2016년 영국의 택시호출 앱 ‘헤일로’를 인수했고 2017년 그리스 택시비트, 루마니아 클레버 택시 등을 인수했다. 마이택시는 독일  오스트리아폴란드스페인이탈리아, 포르투갈, 영국, 아일랜드스웨덴 및 그리스 등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임러는 2017년 독일 차량공유 업체 플링스를 인수하고 프랑스의 우버인 쇼퍼 프리붸 지분을 과반수 인수하는 등 유럽 시장을 공격적으로 장악해나가고 있다. 내년 다임러는 보쉬와 손잡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테스트할 예정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도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동시에 공유차 서비스 업체들을 인수하며 ‘플랫폼’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는 2015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모비멘토를 인수했고, 우버보다 먼저 자율주행 택시 테스트에 나섰던 자율주행 개발 업체 누토노미를 2017년 4억5천만달러(약 5085억원)에 인수했다. 델파이는 기업 분할을 통해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부문을 분사하고 앱티브라 이름 지었다. 앱티브는 CES 2018에서 리프트와 협력해 만든 자율주행차량으로 시승 행사를 열며 주목 받았다.

 

한국도 달리고 싶다

담장 밖은 떠들썩한데, 국내는 ‘모빌리티’라는 말을 꺼내기 민망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도 자율주행 시대를 각자의 방식으로 준비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반도체 개발 TF팀을 꾸리고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삼성이 미국의 전장전문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도 완전자율주행기술 개발과 더불어 전장사업에도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은 2017년 5월 전자업계 최초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허가를 받았으며 2017년 9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자격을 취득했다. 이 밖에도 올해 3월 삼성은 하만과 공동개발한 자율주행 솔루션 ‘드라이브라인’ 플랫폼과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 전방 카메라시스템을 공개했다.

국내 완성차업체 현대·기아차는 2017년 차량공유 서비스 ‘딜카’와 주거형 차량공유 서비스 ‘위블’을 각각 시작했다. 현대차는 공유자동차 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 카풀 스타트업 중에서는 럭시에 투자했고, 올해는 해외로 눈을 돌려 동남아시아 시장의 모빌리티를 잡고 있는 그랩, 호주의 차량공유 업체 카 넥스트 도어, 인도의 차량공유 업체 레브 등에 연달아 투자했다.

|네이버는 2017년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 시험운행 허가를 받았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2017년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고 자체 개발한 센서를 장착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시작했다. 2017년 3월에는 3D 지도를 만드는 에피폴라를 인수했고 6월에는 제록스유럽인공지능연구소를 인수하면서 자율주행 관련 연구에 이들의 기술을 접목해 기술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자율주행 4단계(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 기술을 보유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할 뿐, 사업화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들이 실제 삶에서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를 위한 기술 적용 방식은 계속 고민할 것이다.”

카카오는 2015년 626억원에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인수하면서 내비게이션, 지도 기술력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모빌리티 사업만 똑 떼어내 카카오모빌리티를 출범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T’를 통해 택시, 주차,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252억원에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했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카카오 모빌리티는 9월 중 카풀 기사 회원 모집을 시작으로 카풀 서비스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이 예고된 상황, 카풀 사업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참고문헌>

  • M&A로 본 자동차 산업 (2013~2017년), 삼정 KMPG 인사이트(2018)
  • 모빌리티 서비스와 자율주행차 비즈니스, 차두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겸임연구원·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연구위원(2018.06)
  •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합종연횡 동향 및 시사점,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2017.06)
  •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의 성장과 발전전망, 김세영·정수진 산업기술리서치센터(2018.04)
  • 미국 자동차 공유서비스 시장동향, 김경민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2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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