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빠진 4차위 해커톤, “신기술 도입 더는 못 미뤄”

융복합 의료제품 허가와 상용화 방안, 내국인 숙박공유 문제도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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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로 대표되는 ICT 기반 교통서비스 분야 혁신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부처, 시민단체, 산업계가 모여 규제혁신 해커톤을 열었으나, 택시업계는 이 자리에 불참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는 지난 9월4·5일 이틀간 ‘제4차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열고 융복합 의료제품 규제 그레이존 해소, 도시지역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 ICT 활용 교통서비스 혁신과 관련해 ‘집중토론’을 진행했다. 전문가, 업계, 관계부처 등이 모여 이틀 동안 머리를 맞대고 혁신과 규제를 고민했다. 해커톤을 통해 합의에 이른 내용이 6일 공개됐다.

 

택시 불참, 반쪽짜리 합의

이날 관심이 집중된 것은 ICT를 활용한 교통서비스 혁신방안이었다. ICT활용 교통서비스 부분의 해커톤 진행 결과 참석자들간 합의를 도출한 부분은 ①ICT를 활용한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 해결 ②ICT 기업과 협업해 택시 서비스 질적 개선 및 다양한 택시 부가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가령 밤 12시 강남역처럼 특정 시간, 특정 지역에 택시 수요가 몰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택시 잉여분’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됐다. 또 ICT 기술 기반의 다양한 요금제 도입, 운행 형태 다양화, 택시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한 평가 시스템 도입 등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그러나 택시업계가 빠진 해커톤은 ‘바퀴 빠진 자동차’나 다름없었다. 의제리더를 맡은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택시업계가 빠져 논의가 되지 못한 부분이 있고, 요금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공감은 했으나 이해당사자가 없어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라며 “택시와 공유의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특정 방향을 가지고 논의하기는 어려웠고 다시 논의를 희망한다는 정도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가 빠져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지난해 ICT 활용 교통서비스 혁신을 주제로 해커톤을 열 계획을 발표한 이후, 4차위는 택시업계와 7차례의 대면회의와 30여차례 유선회의를 진행했다.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해커톤에 택시업계를 이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택시업계가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도록 참석자, 의제 내용에 대해 택시업계 의견을 대폭 수용했다”면서 “8월 말 택시업계가 해커톤 불참을 선언해 안타까웠으나 논의를 미룰 수 없어 불참에도 불구하고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설득…공은 정부로

해커톤의 또 다른 의제였던 ‘도시지역 내 내국인 숙박공유’의 경우 한국호텔업협회, 대한숙박업중앙회, 한국농어촌민박협회,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등 기존 사업자들이 참석하며 현행 제도상 미비사항을 보완하기로 하고, 추후 ‘민관합동 상설협의체’를 설립해 숙박업계와 플랫폼사업자간 상생을 고민해 나가기로 했다.

공유숙박도 현행법 내 불법영업을 근절하자는 것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의제리더를 담당한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관련 업계, 플랫폼, 기존 숙박업자가 끝까지 모여 이야기한 게 처음”이라며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모두가 모인 대화의 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장병규 위원장은 택시업계도 이러한 대화의 장에 적극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전세계적으로 O2O,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신기술과 모빌리티 산업이 결합해 급변하는 것은 현실”이라며 “언제까지 이해당사자 관계 때문에 신기술 도입이 미뤄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10개월 동안 택시업계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는데 안 됐다. 주무부처가 움직이는 게 절실하다.”

관련 업계는 국토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꾸준히 지적해오고 있다. 교통혁신을 위해 택시업계를 설득하는 역할은 정부부처의 몫인데, 정작 정부가 기득권 사업자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화 자체가 이루어진 적이 없어서 진척이 없다. 이런 문제는 정부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며 “국토부와 서울시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달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는 9월 카풀 전면금지법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법안이 무산될 경우 10월중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돌아앉은 택시업계를 공론장으로 이끄는 것은 국토부의 숙제로 남았다.

4차위가 진행하는 해커톤은 관련 정책 추진에 있어 이해관계자들간 합의를 먼저 도출함으로써 그 방향성을 잡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4차위는 이번 해커톤에서 도출된 ‘규제․제도혁신 합의안’이 실제 제도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이행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경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ICT 활용한 교통서비스 혁신방안 해커톤에는 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T-one 모빌리티 대표, 카카오모빌리티 등 산업계와 함께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특별시 등이 참석했다. 또 한국교통연구원, 서울연구원, 소비자시민모임 등 연구기관 및 시민단체도 참석해 교통서비스 혁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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