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① ‘메이킹’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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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운동,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만드는 행위 자체인 메이킹을 즐기고, 만드는 사람인 메이커가 되자는 외침이 전보다 더 크게 울린다. 이를 방증하듯 메이커 운동의 창안자인 데일 도허티와 아두이노 보드의 창시자인 마시모 밴지가 얼마 전 나란히 한국을 다녀갔다. 올해로 제7회를 맞이한 ‘메이커 페어 서울’에 대한 기대감도 뜨겁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흥미로운 일이다. 메이킹이란 그냥 ‘만들기’를 뜻하는 외래어가 아닌가. 만들고 싶은 욕구와 만드는 행위는 아득한 옛날부터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의 인간)와 함께 했고, 문명은 만들기의 역사 위에 세워졌다. 그런데 왜 지금, 세계가 메이킹에 열광하는 걸까. 답을 찾기 위해 자주 쓰는 용어들의 개념을 짚어봤다.

다음은 <메이커 운동 선언>(한빛미디어, 2014년)에 실린 메이킹에 관한 용어 정리를 옮긴 것이다.

| 메이커 운동의 창안자 데일 도허티가 문화비축기지에서 메이크 코리아 팀과 올해의 행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장지원 기자)

| 메이커 운동의 창안자 데일 도허티가 문화비축기지에서 메이크 코리아 팀과 올해의 행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장지원 기자)

만들기(Making)
‘만들기’는 더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본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다시금 만들기가 재조명되는 이유는 만들기의 방식이 극적으로 바뀌고, 이것이 사회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이 만들기의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혹자가 ‘제3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부르는 개인 제작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의 만들기(제작)가 소수 정예, 즉 장인 개개인의 기술과 숙련도에 의해 좌우되었다면, 지금의 만들기는 누구나 가능하다. 기술의 발달과 공유(오픈소스)로 인해 개개인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혁신을 일으키는 게 가능해졌다. 예컨대, 풀뿌리 기술혁신의 확산이 만들기 인구를 키우고 있다.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제작까지 손쉽게 연결되는 지금, 소규모 제작의 영역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로봇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드론, 인공위성, 우주선까지도 확장된다.

메이커(Maker)
뭔가를 만드는 사람을 ‘메이커’라고 한다. 2005년 창간된 <메이크> 매거진을 통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말로, 새로운 만들기를 이끄는 새로운 제작 인구를 가리킨다. 발명가, 공예가, 기술자 등 기존의 제작자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손쉬워진 기술을 응용해서 폭넓은 만들기 활동을 하는 대중을 지칭한다. 기술의 사용이 새로운 만들기 인구 확장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 쓰일 때는 취미공학자라는 의미가 강했지만, 지금은 공유와 발전으로 새로운 기술의 사용이 더더욱 쉬워졌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 전부를 포괄하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통칭하는 말, 메이크 매거진의 창간자 데일 도허티가 화두를 이끌어낸 후 디지털 제조업, 풀뿌리 기술혁신의 확산과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메이커들이 온오프라인으로 DIY 프로젝트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생기는 커뮤니티, 그리고 물리적인 작업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여러 크고 작은 혁신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면서 생긴 개념이다.

메이크 매거진(Make Magazine)
메이커 미디어에서 출간하는 기술 DIY 프로젝트와 노하우를 소개하는 격월간 잡지다. 매호마다 수백 개의 아이디어와 하우투를 담고 있다. <메이크> 편집진은 2005년에 매거진을 창간하여 가내수공업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던 개인 단위의 프로젝트를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메이커 문화의 시작을 알렸고, 2006년에는 메이커들의 DIY 페스티벌인 메이커 페어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새로운 만들기에서 통용되는 새로운 개념(메이크, 메이킹, Tech DIY, 메이커 운동 등)을 주도적으로 정립했다.

국내에서는 메이커 미디어의 라이선스 하에서 한빛미디어가 2011년 메이크 매거진 한국판을 창간했고, 2012년부터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메이커 페어(Maker Faire)
메이커 운동의 시작점이 된 메이커 페어는 직접 만든 프로젝트가 있는 사람, 즉 메이커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만들기 페스티벌이다. DIY 프로젝트 전시, 워크숍 진행, 세미나 및 강연 진행 등이 규모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2006년 첫 페어에는 22,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작년 2013년에는 독립 조직 페어까지 추산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총 100회 진행되었고 총 관람객은 530,000명이 넘었다. 매년 메이커 미디어에서 직접 진행하는 정규 플래그십 페어가 2~3회, 그리고 메이커 미디어의 라이선스를 받아 지역별로 조직팀이 독립적으로 조직하는 미니 메이커 페어가 전 세계에서 수십 회 진행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메이크 매거진 한국판 편집진이 진행하는 메이커 페어 서울이 매년 1회 진행된다. 미니 메이커 페어 라이선스를 신청하면 국내에서도 누구나 조직 가능하다.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
메이커스페이스는 메이커들이 만들기에 필요한 도구를 갖춰놓은 장소, 도구가 갖춰진 커뮤니티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는 개인 제작에 유용한 CNC(컴퓨터 수치 제어) 기계를 중심으로 여러 제작기기를 갖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크숍이 그중 가장 대규모로 성장했고, MIT에서 시작한 팹랩은 일종의 도구 작업실 포맷을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작업실을 갖추고 있다. 지역 모임에서는 장소와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필요한 도구만 제한적으로 갖춘 경우가 많다.

*위 내용은 해당 도서의 16~17쪽에 실린 글로, 원문의 내용을 국내 상황에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메이크 코리아 초대 편집자 정희가 작성한 글이다.

만들기의 본질은 인류가 체득해온 것과 같다. 하지만 ‘메이킹’이라는 단어가 정의한 것은 현대 기술에 기대어 만들고, 배우고, 공유하는 ‘새로운’ 행위다. 지금의 인터넷, 지금의 기술, 지금의 사람들이 아니면 실현하기 힘든 일이다. 예전이었다면 공상으로 치부됐을 상상의 조각들이 이제는 매일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 메이커 페어 서울 2014 전경 (사진: 한빛미디어 제공 https://www.flickr.com/photos/hanbit/15605289705/in/album-72157648506724037/)

| 메이커 페어 서울 2014 전경 (사진=한빛미디어)

메이커 운동은 외국에서 시작한 문화 운동이지만, 국내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다. 거친 땅을 갈고 다듬어서 국내 메이커 문화가 지금의 성장기를 맞기까지 바탕을 일군 이들이다. 본 시리즈 기사에서는 메이커 문화의 시작을 알린 메이크 브랜드의 국내 도입부터 여러 과정을 짚어가며, 그 시간 속에서 땀 흘렸던 ‘사람들’을 조명한다. 작은 씨앗이 잘 자랄까 노심초사하며 물을 대고 거름을 주었던 무명의 농부들. 고마운 마음들을 잊지 않고 소개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메이커 운동에 참여하길 기대해본다.

글 | 윤나리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시리즈
· 기획 | 윤나리  메이크 코리아 콘텐츠 매니저
· 인터뷰 | 장지원 프리랜서 기자
· 감수 | 정희  메이커 페어 서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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