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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글로벌 인디게임 축제, ‘BIC 2018’

2018.09.18

축제는 비일상적이다. 일상생활과 분리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결속력을 다지고 소통하며 다시 삶을 살아낼 동력을 얻는다. 문학비평가 미하일 바흐친은 해방의 문화로서 축제를 바라보았다. 축제는 일상을 전복시켜 질서를 무너트리고 경계 없는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축제는 사회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부산에서 펼쳐진 인디게임 축제,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 2018(BIC 2018)’ 현장은 축제 그 자체였다. 인디게임을 매개로 개발자와 관객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장르 실험을 통해 기성 게임업계에 균열을 가한다. 그리고 다시 게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BIC 2018이 가진 매력은 여기에 있다.

| BIC 2018 현장은 말 그대로 축제였다.

‘BIC 2018’은 지난 9월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 동안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BIC는 2015년 개발자들의 파티로 시작됐지만, 매해 성장을 거듭해 유료화 전환에도 불구하고 일반 관객이 1만명이 넘는 대표적인 국내 인디게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행사에는 전세계 26개국 118개 작품이 전시됐으며, 1만1797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지난해보다 약 1500명 증가한 규모다. 또 올해부터는 행사 기간을 하루 늘려 개발자들을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 첫 날에는 개발자 컨퍼런스에 집중하고 둘째 날부터 부스 준비와 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나머지 이틀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으로 꾸렸다. 현장에서 만난 개발자들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 관객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BIC의 매력으로 꼽았다.

 

자본에 갇힌 게임 해방의 공간

게임은 산업으로서 외적 성장을 이뤄왔다. 지난해 국내 주요 게임 개발사가 연 매출 2조원을 기록하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게임이 고도화될수록 개발 시간과 인력, 투자금이 늘어 게임 산업이 규모 있는 게임 위주로 구조화됐다. 인기 있는 장르의 게임을 빨리 개발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규모의 경제가 게임 시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게임이 자본에 갇혀 고인 물이 될 수밖에 없다. 게임 산업의 부는 소수에 편중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에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BIC는 게임이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적인 재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비일상적인 해방의 공간을 마련한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인디게임을 매개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현장에서 눈에 띄었다.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김연후 씨는 BIC 2018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현업에서보다 자유로운 도전과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다”라며 “현업에서는 돈 되는 기획을 하는데 BIC에서는 하고 싶은 주제의 게임을 재밌게 만들 수 있다”라고 꼽았다. 김연후 씨는 팀원들과 함께 48시간 동안 게임을 만들어 전시하는 ‘메이크 플레이 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인 게임 개발자 한대훈 씨는 “온전히 내 것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1인 개발의 매력”이라며 “한국에 (시장에서 비주류인) 콘솔이나 PC 기반의 게임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BIC가 이런 게임을 전시할 수 있는 좋은 장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한대훈 씨는 로그라이트 장르 액션 게임 ‘메탈릭 차일드’를 들고나와 높은 완성도를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고등학생 개발자 김관우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게임을 만들어 봤는데, 게임 업계 관계자들과 일반 관객들이 많이 와서 게임을 하고 피드백을 주니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며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상상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인디게임의 매력인 것 같고, 앞으로도 BIC가 더 커지고 비슷한 행사도 많아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관우 씨는 소설가가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내면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 독특한 서사의 호러 게임 ‘워크 인 다크니스’를 이번 행사에 전시했다.

 

글로벌 축제로 거듭난 BIC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개발자의 모습도 두드러졌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스페인, 말레이시아 등 전세계 26개국에서 다양한 국적의 개발자들이 이번 BIC 2018에 참석했다. 이들은 BIC의 매력으로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인디게임은 홍보가 어려워 사용자 접점을 만들기 힘들다. 많은 관객과의 대화 자체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겐 비일상적인 일이자 축제인 셈이다. 지하 세계를 탐험하는 게임 ‘아가르타(AGARTHA)’를 출품한 일본인 개발자 키타야마 이사오 씨는 “게임에 대한 많은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 BIC에 참석하게 됐다”라며 “많은 사람들과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어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아가르타(AGARTHA)’를 출품한 일본인 개발자 키타야마 이사오 씨

부산이 지닌 공간 자체의 매력도 축제를 고조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BIC 첫 회인 2015년부터 매년 행사에 참석한 마크 렌츠 씨는 “대부분의 게임쇼는 따분한 장소에서 열리지만 BIC는 부산에서 열린다”라며 “부산에는 좋은 날씨와 해변이 있고, 행사가 야외에서 열린다는 점도 특이하다”라고 말했다. 부산은 대도시이지만 바닷가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일상과 분리된 느낌을 준다. 공간적 비일상성은 대화의 장벽을 낮추고 전복적 상상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BIC 기간 개발자들은 행사를 마친 뒤에도 해운대 바닷가에 모여 뒤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매해 BIC에 참석하고 있는 마크 렌츠 씨

이번 행사에는 가족 단위 관객들도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김기헌 씨는 “BIC 1회 때 게임 개발자로서 참가 신청했다가 떨어져 아쉬워서 관객으로 참석하게 됐는데, 그 뒤로 매회 아이들과 같이 오게 됐다”라며 “아이들이 지난해 재밌는 게임을 접해서 1년 동안 플레이했는데 올해도 뭔가 하나 잡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또 “아이들 입장에서는 전시회뿐만 아니라 바닷가에서 놀 수 있다는 점도 BIC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BIC 2018의 다양한 실험들

BIC 2018은 인디게임의 폭과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부대 행사들을 마련했다. 48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만드는 ‘메이크 플레이 잼’ 프로젝트가 행사에 앞서 진행됐으며 총 6팀이 참석해 결과물을 관객들 앞에 선보였다. 게임 플레이와 서사 간의 조화와 부조화를 주제로 개발이 진행됐으며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주제로 한 카드 게임 ‘일평생'(팀 일평생) ▲예술가의 작품과 실제 행동의 부조화를 다룬 ‘무비디렉터'(팀 중2적) ▲잠입 컨셉의 플랫포머 게임 ‘Don’t be exposed'(팀 N/A) ▲독특한 아이디어를 선보인 ‘폼 플래터'(개인 제이크 아이크 맨) ▲강아지와 주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횡스크롤 게임 ‘해피코기'(팀 해피코기) ▲용사의 선택에 따라 몬스터와의 관계가 달라지는 ‘용사의 대모험'(팀 몬스터 패밀리) 등이 완성됐다.

인기 유튜버 크리에이터 ‘테스터훈’

CJ E&M 다이아TV와도 협력해 인기 크리에이터를 통한 홍보도 진행됐다. 테스터훈, 머독, 권이슬, 푸린, 이녕, 유소나 등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참석해 인디게임을 개발자와 함께 소개하고 관객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이벤트가 열려 많은 호응을 받았다. 부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보기 위해 팬들이 몰려들었다. 인디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서태건 BIC 조직위원장

서태건 BIC 조직위원장은 “BIC 페스티벌 2018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덕분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높은 완성도와 뛰어난 창의력의 보물 같은 인디게임들이 쏟아지고 있어 매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디게임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인기게임 개발사와 팬들을 위해 더욱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