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블록체인 성장 막는 붉은 깃발 뽑아야”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 제주로 옵서

가 +
가 -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상용화한 영국에서 정작 자동차 산업이 핍박받던 시절이 있다. 1865년,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 기존 마차 산업이 타격받을 것을 걱정한 영국 정부는 적기조례, 일명 ‘붉은 깃발법’으로 불리는 규제를 시행했다.

이 규제에 따르면, 기수 한 명이 마차를 타고 자동차 앞을 달리며 낮에는 붉은 깃발로, 밤에는 붉은 등으로 속도를 제한했다. 자동차는 마차보다 빠르게 달릴 수 없었다. 그리고 이 규제는 제정 이후 30년이나 지나서야 폐지됐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자동차 산업 패권을 독일, 프랑스, 미국에 내주게 됐다.

“붉은 깃발 기수가 인터넷은행 뿐 아니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등장했습니다. 암호화폐를 투기 광품을 일으켰던 암호화폐 거래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토큰 이코노미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사업에 붉은 깃발을 올려선 안 됩니다.”

‘블록체인 서울 2018’ 행사 기조연설을 맡은 원희룡 제주지사는 붉은 깃발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한 만큼 규제가 아니라 지원으로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서울 2018에서 '블록체인 허브도시를 향하여'란 주제로 발표하는 원희룡 제주지사

| 블록체인 서울 2018에서 ‘블록체인 허브도시를 향하여’란 주제로 발표하는 원희룡 제주지사

“블록체인은 이미 시장에서 그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세계 블록체인 시장이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 자료를 내놓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블록체인 시장이 2030년 3조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은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전략적인 정책 실행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미 정부가 전략적인 정책 실행과는 먼 방향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대하고 있다는 게 원 제주지사의 입장이다. 정부는 암호화폐와 여러 블록체인 영역을 분리해서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좋고, 암호화폐는 규제한다는 식으로 제도를 만들었다. 지난해 9월 가상통화 관계기관 협동 전담반(TF)이 ICO 전면 금지를 선언했으면서,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블록체인 정책 방향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그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리버스 ICO, 거래소와 결합한 ICO 등 다양한 ICO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든 유형의 ICO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안정성을 무기로 행정 편의주의는 달성했는지 모르지만, 이제 막 뜨는 사업을 향한 문은 닫았지요. 게다가 ICO 금지하고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금지 관련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희룡 지사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았다. 암호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제하는 방식 때문에, 스캠(사기), 김치 프리미엄 등 오히려 다양한 문제가 등장했다는 입장이다. 불확실성을 위험으로 간주하고 무조건 막은 결과, 긍정적으로 관련 산업을 키울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얘기했다.

“국내 시장에서 투기와 범죄 악용 문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의 본질이 아닙니다. 시장 진입 과정에서 나오는 규제 실패지요. 이럴 때일수록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관련 산업을 건강하게 키워야 합니다. 법이 문제라면, 제주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샌드박스형 블록체인 가이드라인과 규제모델을 운영할 최적지로 제주도를 꼽았다. 특별자치도로 자치권이 보장된, 법적인 특수 지위를 가진 곳인 만큼 제주 특례 규정을 통해 암호화폐를 둘러싼 문제를 하나의 법률적인 문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나 에스토니아, 싱가포르처럼 블록체인 사업을 하기 좋은 곳으로 제주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존 법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가 어렵다면, 제주특별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서 거래소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보안 규정 등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해 건강하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기반한 토큰 이코노미가 현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실체를 마련하는지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만들어가겠습니다.”

실제로 제주도는 블록체인 허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7월 4차산업혁명 지원 조례를 만들고, 블록체인 특별위원회를 설립했다. 블록체인 업계 의견을 듣고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규제 가이드라인 모델을 만들기 위한 네트워크도 가동했다. 혁신성장회의와 정부 경제부처와의 대화를 통해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논의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우선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젝트,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디앱(dAPP)을 통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 흑돼지 유전자와 품질 인증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하는 법이나,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세금 환급 등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제주를 블록체인 허브 도시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