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③ 메이커 페어 서울 기획자 정희

2018.09.26

메이커 운동은 외국에서 시작한 문화 운동이지만, 국내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친 땅을 갈고 다듬어서 국내 메이커 문화가 지금의 성장기를 맞기까지 바탕을 일군 이들이지요. 본 시리즈 기사에서는 메이커 문화의 시작을 알린 메이크 브랜드의 국내 도입부터 여러 과정을 짚어가며, 그 시간 속에서 땀 흘렸던 ‘사람들’을 조명합니다. 작은 씨앗이 잘 자랄까 노심초사하며 물을 대고 거름을 주었던 무명의 농부들. 고마운 마음들을 잊지 않고 소개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메이커 운동에 참여하길 기대해봅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의 특별전 카트 어드벤처. 직접 만든 전동 카트를 타는 모습이 즐거워보인다.

|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의 특별전 카트 어드벤처. 직접 만든 전동 카트를 타는 모습이 즐거워보인다.

올해 제7회를 맞이하는 메이커 페어 서울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큰 메이커 행사다. 전시자로 참가하는 메이커와 관람객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의 성장세만 봐도 국내 만들기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최근 2년 사이에는 체감할 수 있는 관심도가 워낙 커져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마냥 어린애인 줄만 알았는데, 갑자기 쑥 커서 어른스러워진 아이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메이커 페어 서울을 보는 내 기분이 그렇다.

수치로 표현하기는 다소 어려운, 수준면에서도 꾸준히 질적성장을 이루고 있음이 분명하다. 매년 새롭고 특별한 프로젝트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으니까. 특히 특별전으로 치러지는 행사 속 행사들은 관람객에게 늘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래서인걸까. 메이커 페어 서울은 전시자와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에서 몇 년째 90% 대 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축제. 사실은 이게 메이커 페어 서울의 참가자 모두가 함께 이루고자 하는 목표이다. 수치와 표를 들이밀며 말문을 여는 건 ‘메이커 페어’스럽지가 않다. 하지만 이번엔 메이커 페어를 만드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만큼, 그들의 노력을 증명할만한 숫자도 꺼내 보았다. 그리고 이제 숫자 뒤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모두가 즐겁고 무사한 행사를 만들기 위해 누가 움직이고 있는지, 메이커와 관람객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판이 깨지지도 뒤집어지지도 않게 하기 위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왁자지껄한 순간 뒤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메이커 페어 서울 2017> 현장 사진

| ‘메이커 페어 서울 2017’ 현장 사진

기획 시리즈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의 첫 인터뷰이는 메이커 페어 서울의 정희 기획자이다. 1회부터 7회까지 모든 메이커 페어 서울은 정희의 손을 거쳤다. 행사 운영 파트에서 7회동안 빠지지 않고 유일하게 참가한 사람이기도 하다. 당신이 한번쯤은 다녀갔을 그 페어. 혹은 이번에 다녀갈 메이커 페어 서울의 설계자이자 운영자인 정희를 만나보자.

먼저 기획자인 본인 소개와 메이크 코리아 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메이커 페어 서울 기획자 정희입니다. 1회부터 지금 7회까지 행사 기획과 운영 일부를 같이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메이크 코리아 팀은 저를 포함한 3명입니다. 저랑 지금 인터뷰 진행하시는 윤나리 매니저, 또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황준식 매니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가 행사의 틀을 짜면, 이걸 채우는 건 전시 메이커분들이고요. 윤 매니저가 이걸 세상에 알립니다. 황 매니저는 협력자를 구해오고요. 이렇게 셋이 협업해서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하는 일 자체만 보면 성격이 다른 일이 많지만, 각자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달라서 서로를 보완하면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좋은 팀이라 생각합니다.

팀 인원이 적은데다 또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인사이더(!) 기획을 하다보니 서로 묻고 대답하는 형태가 되어 버렸는데요. 제가 메이커 페어 서울을 진행하면서 세상에 소개하고, 감사를 표하고 싶은 사람이 많았는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소규모 팀. 왼쪽부터 황준식, 윤나리, 정희

|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소규모 팀. 왼쪽부터 황준식, 윤나리, 정희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이 타 행사팀과 다르게 일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메이커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서 그런지 여타 비슷한 규모 행사들과는 다르게 운영을 직접 합니다.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죠. 메이크 매체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미국에서도 처음에 매거진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매거진 편집자들이 나서서 행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페어 운영팀은 어제는 책을 편집했다가, 오늘은 기사를 쓰고, 내일은 행사를 만드는 식이에요. 비전문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세계의 운영자들이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니 전문적인 진행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습니다. 메이킹 프로젝트처럼 아이디어에서 실행까지 거치는 단계가 적기 때문에 처음 의도한 바를 흐트리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규모 제작이 필요한 경우는 다른 업체의 손을 빌리지만, 소규모 일들은 대부분 운영팀에서 처리한다는 점도 다르겠네요. 다 수작업이죠. 행사용 소품을 직접 실크스크린으로 만든다거나, 물품 판매 포스기를 구글 문서와 바코드 리더기로 구축한다거나 그런거죠. 손에 닿는 범위에 있는 일들은 전부 직접 해치우고 있습니다. 다들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서 배우는 타입이라 문서 작업부터 디자인, 기본적인 코딩, 수공구 작업은 전부 가능합니다.

수공구 다루기는 기본! 사실 다들 공구 덕후라고... (행사도 장비빨)

| 수공구 다루기는 기본! 사실 다들 공구 덕후라고… (행사도 장비빨)

피로 물들이는... 아니, 실크스크린 중인 메이커 페어의 마스코트 메이키

| 피로 물들이는… 아니, 실크스크린 중인 메이커 페어의 마스코트 메이키

2018 메이커 티셔츠와 에코백. 기업 스폰서 전시 물품 패키지로 미리 발송했다.

| 2018 메이커 티셔츠와 에코백. 기업 스폰서 전시 물품 패키지로 미리 발송했다.

키트 포장도 직접 합니다. 네, 칼질도요.

| 키트 포장도 직접 합니다. 네, 칼질도요.

물품 제작부터 포장, 그리고 마지막에 바코드 붙이기까지

| 물품 제작부터 포장, 그리고 마지막에 바코드 붙이기까지

해마다 행사 1~2주 전에 전시자 목걸이를 만듭니다. 팀별로 줄이 풀리지 않게 꼭 묶는게 포인트!

| 해마다 행사 1-2주 전에 전시자 목걸이를 만듭니다. 팀별로 줄이 풀리지 않게 꼭 묶는게 포인트!

행사장 구분 펜스위에 현수막과 깃발 장식도 직접 달아요.

| 행사장 구분 펜스위에 현수막과 깃발 장식도 직접 달아요.

고독한 운영팀. 세미나 장소 의자 깔기

| 고독한 운영팀. 세미나 장소 의자 깔기

처음부터 행사팀을 지키셨는데요. 메이커 페어 서울만의 색깔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자의반 타의반 하다보니 메이크 코리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있게 되었네요. 행사 성격은 단순해요. 뭔가를 즐겁게 만드는 사람들이 그 노하우를 공개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죠. 목표는 단순하지만 이걸 지키는 과정에서는 여러가지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내·외부 압력이나 행사의 성격을 해치려는 요청이 꽤나 많은 편인데, 메이커들을 평가하거나 상을 주자는 게 가장 흔한 의견이죠. 휩쓸리지 않는 기준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직접 하면서도 참 별로라고 생각되는 점도 있는데요. 메이커 페어 서울의 공지사항이나 주의사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지난 7년간 정말 다양한 상황을 겪다보니 불의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갖가지 대응기재가 생기고, 과정이 복잡해졌어요. 특히 운영 부분에서요. 전 공지사항이 긴 걸 달가워하지 않는 편인데, 대부분의 주의사항이 실제 발생했던 상황에 대응하면서 한 줄 한 줄 추가된 것이다보니 줄일 수가 없어요. 안전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특히나 더 그렇죠.

하지만 행사 운영과는 다르게 사람 사이의 연결은 시간이 쌓일수록 좋아지는 것 같아요. 행사 운영을 6년을 넘게 했는데, 어린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졸업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메이커 페어 서울에도 개근자라고 부를만한 메이커와 관람객들이 생겼어요. 어린아이였던 관람객이 청소년으로 커가면서 전시 메이커가 되기도 해요. 또 메이커 활동을 하다가 가정을 이루는 사람도 있고요. 인생을 만드는 메이커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 꼬마 아이들도 언젠가 메이커가 될까...

| 이 꼬마 아이들도 언젠가 메이커가 될까…

사람냄새가 나니까 좀 훈훈해지는 느낌이네요. 메이커 페어 속 연결된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주세요.

메이크 코리아가 유지되는 것도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메이크 코리아는 미국 메이크 브랜드의 국내 라이선스 브랜드인데 소속 회사가 중간에 한 번 바뀌었어요. 그런데도 일하는 사람의 구성이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서로 인정하는 사람 사이의 느슨한 결합이랄까요. 디자이너부터 행사장의 텐트를 치는 설비 팀, 현수막 제작 팀, 현장 스태프 팀 등 전체적인 구성에 큰 변화 없이 오랫동안 협업해서 행사를 만들어 왔어요. 전체가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큰 커뮤니티인 셈이지요. 이미 오랫동안 함께 일해와서 서로 스타일을 아니까 몇 개월만에 만나서 별 말 없이 일을 시작하기도 하는데요. 기획자 입장에서는 페어라는 행사를 통해 이루어진 인연을 보는 게 정말 좋아요. 페어 직전 현장 설치 기간에 오래간만에 여러 팀이 함께 모이면 서로 웃으며 안부 인사를 건네거든요.

매년 도와주시는 스태프분들 덕분에 무사히 페어를 마무리한다.

| 매년 도와주시는 스태프분들 덕분에 무사히 페어를 마무리한다.

올해의 스태프 브리핑, 행사 2주 전에 잘 마무리 되었다.

| 올해의 스태프 브리핑, 행사 2주 전에 잘 마무리됐다.

행사 2일전부터 진행되는 현장 설치 모습

| 행사 2일 전부터 진행되는 현장 설치 모습

메이커 페어의 중심에서 커뮤니티를 외치다, 뭐 이런건가요? (웃음)
운영팀 말고 메이커들의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메이킹, 이 새로운 만들기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 ‘공유’예요.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유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죠.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어요. 메이커 페어 서울의 성장은 메이커 생태계의 성장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메이커 생태계는 개인간의 교류가 그룹 단위의 교류로 확장되면서 커졌는데, 초기 메이커들이 커뮤니티로 활동한 덕분에 지금처럼 전국적인 운동이 된 것 같아요.

저는 2010년에 메이크 매거진 창간호의 편집자로 일을 시작했지만, 메이커라는 단어를 매거진에 싣기 전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는 존재했어요. 해커스페이스 서울이 대표적인 그룹인데요. 각 커뮤니티의 맴버들이 서로 겹치기도 하고 교류하기도 하면서 여러 커뮤니티가 파생됐죠. 그리고 2014년을 지날 무렵에는 셀 수 없는 커뮤니티와 메이커 스페이스가 생겼습니다. 물론 앞으로 얼마나 유지가 될지, 유행에 따른 일시적인 부분이 얼마만큼인지는 지나봐야 알겠지만요.

끝으로 메이커 페어 서울에 참가하는 메이커들과 관람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고맙다는 말 말고 할 말이 있을까요. 아무리 예쁜 집을 지어놔도 손님이 없으면 슬플 거 같아요. 제가 하는 건 땅에 선을 그어 놓는 정도인데, 그걸 알아주고 같이 골조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데 매년 감격하곤 합니다.

저도 만들기를 좋아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운영팀에 있다 보니까 메이커 페어 서울을 전시장에서 즐길 시간은 아직 많이 없었어요. 몇 개월의 준비, 조마조마한 실행, 뒤따르는 정산과 잡무가 제가 보는 메이커 페어인 셈인데, 이건 운영하는 사람 모두가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행사가 다 끝나고나서야 사람들의 경험을 전해 듣고 후기를 보면서 힘을 내고 다음 행사를 준비하죠.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운영팀이 좀 더 확충되서 운영하는 사람도 행사를 즐길 여유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사를 1주 앞둔 지금으로써는 제가 맡은 설계의 역할이 대부분 마무리 되었기 때문에 현장의 내용을 가득 채워줄 전시 메이커와 관람객 여러분에게 온전히 이 행사를 맡겨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올해 페어가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으로 남을 수 있게, 운영 파트에서 또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글 | 윤나리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시리즈

① ‘메이킹’이라는 것
② 메이크 코리아의 시작, 그리고 지금
③ 메이커 페어 서울의 기획자 정희

· 기획 | 윤나리 메이크 코리아 콘텐츠 매니저
· 인터뷰 | 장지원 프리랜서 기자
· 감수 | 정희 메이커 페어 서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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