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새로운 맥북 경험의 완성, ‘맥북프로 2018’

2018.10.05

‘맥북프로’는 일종의 아이콘이다. 컴퓨터를 잘 아는 이른바 ‘컴잘알’들이 쓰는 노트북이라는 둥, 카페에서 허세를 위해 쓰는 가성비 낮은 제품이라는 둥 갖가지 논쟁을 불러온다. 분명한 것은 그만큼 인기가 많고 상징성이 큰 제품이라는 점이다. 특히 맥북프로는 하드웨어적인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프로세서 성능 자체는 다른 노트북들과 큰 변별력이 없지만, 전체적인 만듦새와 디스플레이 면에서 탁월하다. 맥OS와 함께 제공되는 맥북프로만의 경험이 스펙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차이를 가져온다. 이 차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노트북 구매 시 선택지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

| 맥북은 여러모로 카페에 최적화됐다. (사진=맥북프로 2018 13형 모델)

올해 7월 깜짝 발표된 새로운 맥북프로는 2016년형 맥북프로의 연장선에 있다. 외관상으로는 두 제품을 구별할 수 없다. 2016년 맥북프로는 광활한 트랙패드와 함께 ‘터치바’를 적용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들고 나왔다. 이번 제품은 2016년부터 시작된 맥북프로의 사용자 경험을 완성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반적인 성능이 크게 향상됐으며, 키보드 부분의 개선, ‘트루톤 디스플레이’의 적용, 시리 부르기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이전 모델과 가장 큰 차이다.

먼저, 성능이 2018년에 맞게끔 개선됐다. 최신 8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적용됐으며, 15형 모델에는 6코어 i7 및 i9, 13형 모델에는 쿼드코어 i5 및 i7이 탑재됐다. 인텔이 프로세서 코어 수를 늘리면서 맥북프로의 성능도 여기에 비례해 향상됐다. 특히 내가 만져 본 13형 모델은 이전 모델과 비교해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애플에 따르면 15형 모델은 최대 70%, 13형 모델은 최대 2배 프로세서 성능이 빨라졌다. 15형 모델에 비해 화면 크기가 작고 전체적인 성능이 떨어지지만, 작고 가벼워 이동성이 높은 13형 모델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환영받을 일이다. 15형 맥북프로는 최대 32GB 메모리와 DDR4를 지원해 더욱 전문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SSD는 13형 모델은 최대 2TB, 15형 모델은 4TB까지 지원한다.

| 2년이 지난 디자인이지만 여전히 얇고 세련됐다.

물론 스펙상의 프로세서 성능과 체감 성능이 동일하지는 않다. 또 코어 수가 늘어남에 따라 발열도 덩달아 늘어났다. 제품 출시 초반에는 발열이 높아져서 성능에 제한이 걸리는 쓰로틀링(Throttling)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현재는 소프트웨어 패치로 발열 문제를 진화한 상태다. 일반적인 작업에서는 15형은 50%, 13형은 75% 정도의 성능 향상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13형 맥북프로를 썼을 때 성능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진 못했다. ‘라이트룸’으로 RAW 파일 사진을 편집하거나 ‘파이널컷’에서 동영상 작업을 할 때 쾌적한 환경을 제공했다. 영상 작업은 최종 렌더링 작업에서는 크게 속도 차이가 안 느껴질 수 있지만, 편집 과정에서 더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개선된 성능은 맥북프로의 사용자 경험을 원활하게 뒷받침해준다.

| 원활한 사진 편집 작업이 가능하다.

키보드는 최근 맥북 시리즈에서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애플은 제품 두께를 줄이는 과정에서 2015년 12형 신형 맥북부터 기존 가위식 메커니즘 대신 나비식 키보드 메커니즘을 채택했는데, 키 트래블이 짧게 설계된 만큼 일단 키보드를 누르는 손맛이 줄었다. 키가 눌리는 정도가 얕아진 만큼 타건감도 얕아졌다. 더 큰 문제는 키캡에 먼지가 껴서 키가 걸리는 문제, 수리하기 어려운 디자인 등이다. 애플은 지난 6월 나비식 키보드의 결함을 인정하고 결함이 있는 키보드에 한해 무상 수리를 지원하고 있다. 신형 맥북프로는 나비식 키보드의 단점을 개선했다.

표면상으로 내세우는 점은 키보드가 조용해졌다는 점이다. 애플은 키캡과 나비식 스위치 사이에 얇은 실리콘 막을 추가했다. 이 때문에 키보드를 누를 때 나는 소음이 줄었다. 내부적으로는 실리콘 막이 먼지나 이물질로부터 스위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키캡에 먼지가 껴서 글자가 중복 입력되거나 제대로 입력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한 셈이다. 이전 모델을 써온 사람이 아니라면 키보드의 차이는 단박에 알아챌 정도는 아니다. 얕은 키감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맥북프로 초창기 터치바 모델을 사용해 온 지인은 “초기 버전이 막대기로 딱딱한 부분을 치는 느낌이라면 새로운 버전은 고무 매트를 때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소음 정도는 일부러 힘주어 칠 때는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조용히 치려고 의식하고 치면 확실히 이전 모델보다 소음이 줄어든다.

디스플레이는 맥북프로의 특장점이다. 2880×1800(15형), 2560×1600(13형)의 해상도에 넓은 색 영역을 제공하는 P3를 지원한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운영체제를 통해 정확한 풍부하고 정확한 색을 표현한다. 신형 맥북프로는 이러한 디스플레이 성능은 동일하게 가져가되 ‘트루톤 디스플레이’ 기능이 새롭게 적용됐다.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주변 조명 환경에 맞춰 자동으로 화면 색온도를 조절해주는 기능이다. 백열등 전구 밑에 있을 때와 야외에 있을 때 화면 색상을 달리 나타낸다. 주변 환경에 최적화된 화면은 눈을 좀 더 편하게 해준다. 그동안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적용됐던 기능이 이제 맥북프로에도 탑재됐다. 예전 센서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적용돼 물리적인 센서 구멍이 더 생기지는 않았다.

색온도가 달라지는 만큼 사진이나 영상 편집, 그래픽 작업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능을 꺼놓는 편이 좋다. 그 외에 일상적인 작업을 할 때는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확실히 눈의 피로도를 낮춰준다. 한 가지 재밌는 부분은 터치바에도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애플의 꼼꼼한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겠다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신형 맥북프로에서 추가된 하드웨어 장치 중 하나는 ‘애플 T2 칩’이다. 아이맥 프로에 첫선을 보였던 T2 칩은 안전 부팅과 즉각적인 암호화 저장을 지원해 더욱 강화된 시스템 보안을 제공한다. 기존 모델에도 터치바, 터치아이디, 페이스타임 카메라 등을 통제하는 T1 칩이 탑재돼 있었지만, T2 칩은 보안 기능이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디스크 자체를 암호화해 외장하드를 통해 운영체제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막는다. 프로세서와 별도로 작동하기 때문에 성능에 부하를 주지 않으면서 실시간으로 암호화가 이뤄진다. 또 발열 관리, SSD 관리, 시스템 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제어한다.

| ‘시리야’ 호출 기능이 추가됐다. 가끔 샐리도 반응한다.

T2 칩 추가로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시리’에 있다. 애플의 인공지능(AI) 비서 시리를 음성으로 호출할 수 있는 ‘시리야’ 기능이 추가됐다. 기존 맥북프로에서 시리는 터치바 한구석을 차지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리야 기능 추가를 통해 시리는 새로운 사용성을 보여준다. 버튼이나 아이콘을 눌러서 호출하는 방식에서 음성으로 바로 불러낼 수 있게 돼 인터페이스상의 장벽을 걷어냈다. 이를 통해 손으로는 키보드나 트랙패드 작업을 하면서 입으로는 시리를 불러내 필요한 파일을 찾거나 앱을 실행시키는 일이 가능해졌다.

| 맥북프로 조상님들과 단란한 가족 사진

물론 아직 맥에서 시리 사용은 익숙하지 않다. 음성인식이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모바일에서도 사용성이 높지 않다. 더군다나 PC에서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는 더욱 낯설다. 새로운 UI·UX가 성공하려면 기존 환경보다 만족스러운 경험을 사용자에게 줘야 한다. 아직 터치바도 장식품으로 쓰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애플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맥북에 심으려 하는 애플의 노력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이번 맥북프로는 2016년부터 시작된 한 세대의 맥북 경험을 완성하고 있다.

| 다음 세대에는 빛나는 사과 로고가 돌아왔으면

 

장점

  • 13인치에서 비약적으로 개선된 성능
  • ‘시리야’로 완성된 사용자 경험
  • 얇고 가벼운 완성된 디자인
  • 눈이 좋아함(트루톤 디스플레이)

단점

  • 낮은 확장성(늘어나는 액세서리 비용)
  • 터치바 유무에 대한 선택지 제거
  • 호불호가 갈리는 키보드 디자인
  • 수리하기 어려운 디자인

추천 대상

사무실 안팎을 오가며 영상 및 그래픽 작업이 필요한 사람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