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승차산업은 달리는데, 택시업계는 ‘카풀 반대’ 제자리

2018.10.07

“자가용 카풀 불법 영업 퇴출을 반드시 쟁취하여 우리의 생존권을 지켜내자. 택시를 무시하고 카풀을 강행하면 박살난다는 것을 보여주자. 뜨거운 투쟁을 끝까지 함께하자.”

택시노동자들의 고성이 판교에 울려 퍼졌다. 지난 4일 오전 서울·경기·인천 택시 4단체 500여명이 카카오 모빌리티 앞에 모여 ‘카카오(카풀)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2018년 2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 모빌리티가 본격적인 카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택시업계가 택시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카카오를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운송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객운수사업법 81조 1항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은 예외다. 풀러스, 럭시 등 카풀 스타트업은 해당 조항에 실마리를 얻어 카풀 서비스를 운영했다. 택시단체는 “카풀은 택시산업 말살과 택시 종사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며 카풀 서비스의 태동 자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택시업계 불만, 싸늘한 여론

여론은 냉담하다.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심야시간대 승차거부, 불친절한 택시기사들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택시단체 한 관계자는 “일부 지역 특정 시간대 수요공급에 문제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요금이나 근무요건을 개선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항변했다. 그는 “전국 택시 30%가 과잉증차됐다”라며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018년 기준 전국 택시면허대수는 25만2711대에 이른다. 서울 택시면허대수는 7만1888대다.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요금수준은 낮고 수요 대비 운행대수는 넘친다. 일각에서는 국내 택시업계의 승차거부, 하향화된 서비스 등의 문제가 택시 과잉공급으로 인한 것이라 보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 역시 “정부 정책 실패로 택시를 너무 많이 늘려놓았다. 해외에 비해 택시 직업 자체의 가치가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스타트업의 새로운 시도 자체를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시간은 계속 가는데 택시 비즈니스 자체가 변한 게 전혀 없지 않나. 택시 서비스 자체가 바뀐 게 무엇이 있나. 카카오택시가 도입된 것밖에 없다.”

 

해외는 로봇택시 논하는데 여전히 ‘카풀’ 공방

카풀을 하느냐, 마느냐. 지리멸렬한 공방이다. 공방이 길어질수록 세계 시장의 흐름과는 멀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승차 공유 관련 사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5년 2천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승차 공유 서비스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카풀과 같은 승차 공유를 포함한 차량호출 서비스 플랫폼이 자율주행차 산업을 움직이는 기반이 될 거라 보기 때문이다.

운전대는 이미 로봇에게 넘어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택시 무인화에 뛰어들고 있다. GM사는 운전사 없이 움직이는 ‘로봇택시’ 서비스를 2019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 웨이모는 지난 6월 로봇택시 6만2천대를 구매하기도 했다. 우버는 볼보와 손잡고 자율주행으로 택시를 무인화할 계획이다.

세계는 급변하는데 택시업계는 택시 서비스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카카오 모빌리티는 승차거부를 줄이기 위해 목적지를 공개하지 않고 기사에게 ‘즉시배차’하는 유료 기능을 카카오택시에 추가했으나 택시업계 외면으로 나흘 만에 해당 기능을 철회했다.

택시업계는 지난 달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이틀 동안 진행한 ‘제4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에도 불참했다. 무려 10개월 동안 설득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토론의 장마저 거부한 것이다. 일반 시민이 택시업계 입장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한국 직장인 5685명에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카풀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꾸준히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면 의견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택시업계를 설득해야 할 국토부가 오히려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하고, 시장에서 돌아가는 걸 본 뒤에 규제를 펼친다”면서 “적어도 스타트업이 사업을 해볼 기회라도 줘야 한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서울·경기·인천 택시 4단체는 오는 11일 카카오 모빌리티 앞에서 2차 카카오의 카풀 사업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10월18일에는 광화문에서 전국 3만여명의 택시 종사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