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⑦ 특별한 경험 메이커, 팹브로스&메이크앤메이커스

2018.10.21

메이커 운동은 외국에서 시작한 문화 운동이지만, 국내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친 땅을 갈고 다듬어서 국내 메이커 문화가 지금의 성장기를 맞기까지 바탕을 일군 이들이지요. 본 시리즈 기사에서는 메이커 문화의 시작을 알린 메이크 브랜드의 국내 도입부터 여러 과정을 짚어가며, 그 시간 속에서 땀 흘렸던 ‘사람들’을 조명합니다. 작은 씨앗이 잘 자랄까 노심초사하며 물을 대고 거름을 주었던 무명의 농부들. 고마운 마음들을 잊지 않고 소개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메이커 운동에 참여하길 기대해봅니다.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는 대형 메이키 로봇, 드론끼리 싸우고 부수는 드론 파이트 클럽, 직접 만든 카트로 속도를 겨루는 카트 어드벤처. 메이커 페어 서울 특별전으로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특별한 프로젝트들이다.

메이커 페어 서울만의 ‘특색’을 보여주기 위해 공들여 기획되는 특별전들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어들인다. 올해도 역시 카트 어드벤처와 거대한 메이키 로봇이 함께했다. 페어 전후로 운영팀만큼이나 바쁜 나날을 보내는 특별한 경험 메이커, 팹브로스와 메이크앤메이커스를 소개한다.

팹브로스, “함께 만드는 문화 계속 만들고 싶어”

‘카트 어드벤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 참신한 기획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카트 프로젝트는 저희가 항상 관심이 있던 프로젝트 중 하나였어요. 카트 어드벤처처럼 행사 형태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요. 그런데 정희 기획자님이 지난해 메이커 페어 베이에어리어에서 볏짚으로 만든 레일을 도는 카트 영상을 보내줬는데, 그게 행사를 기획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어요. 같이 해보자고 해서 특별전으로 기획하게 됐죠.

지금의 카트 어드벤처를 있게 한 문제의 동영상. 분명 볏짚만 깔기로 했는데 일이 커졌다.

| 지금의 카트 어드벤처를 있게 한 문제의 동영상. 분명 볏짚만 깔기로 했는데 일이 커졌다.

드론 파이트 클럽 때도 비슷했어요. 원래 드론을 워낙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도 드론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어요. 같이 한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죠. 특별전이 행사 속 행사라고는 하지만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전에 다른 큰 행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어요. 그동안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걸 진짜로 해볼 기회라고 생각했죠.

올해는 카트 어드벤처 참가팀을 공개 모집했다고 들었어요. 전동카트 만들기라는 쉽지 않은 종목이 알려지기까지 기획하고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작년에는 일단 저희 주변에서 전동카트를 만들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을 찾았어요. 전동카트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처음에는 만드는 방법을 일일이 다 알려드렸어요. 몸체가 되는 나무는 어떤 걸 선택하고 용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어 방법이나 부품의 위치 같은 것도요. 다행히 모두 습득이 빠른 편이어서 잘 진행이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킥오프 행사에 선수들을 초빙한 셈인데 실력자들을 모신 거죠.

올해는 작년에 한 차례 진행을 한 게 도움이 되었어요. 저희도 여러 차례 전동카트를 만들어 보면서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는지 검증된 방법을 찾고 노하우도 쌓게 됐어요. 이번엔 더 많은 팀이 참가해서 전동카트 형태나 디자인이 훨씬 다양해졌어요. 특별전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점점 만드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게 느껴져요. 참가팀 모집 할 때 같이 해보겠다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팹브로스가 직접 만든 전동카트도 소개해주세요.

저희가 만든 카트는 총 3대인데, 브로스마트 카트, 욕조 카트, 레고 카트예요. 브로스마트 카트는 작년에 만든 건데, 진짜 마트에 있는쇼핑카트처럼 만들어보고 싶어서 해봤죠. 올해 정비할 겸 분해했다가 색깔을 다시 칠했어요.

욕조 카트는 작년에 페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주운 유아용 욕조로 만들었어요. 친구네 집 앞 분리수거 하는 곳에 버려져 있었는데, 가지고 와서 만드는 데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1년 동안 놔뒀다가 이번에 욕조 카트로 만들었어요. 본래 태생이 ‘욕조’이니 이 카트는 확실하게 목욕에 컨셉트를 뒀어요. 운전대는 때밀이 수건으로 장식하고, 샴푸 통도 달았죠. 목욕 가운도 준비하려고 했는데 거기까진 못했네요. (웃음)

팹브로스팀이 만든 욕조 카트(김용현, 김한솔 제작)와 레고 카트(정성일 제작)

| 팹브로스팀이 만든 욕조 카트(김용현, 김한솔 제작)와 레고 카트(정성일 제작)

레고 카트는 화사한 색을 입히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어요. ‘빵빵~’ 소리를 내는 클랙슨도 달았고요. 사실 저희가 만드는 카트는 참가 팀이나 관람객에게 카트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고 보여주는 사례로 인사이트를 주려는 의도도 있거든요. 특색 있고 개성 넘치게 해서 사람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더 재밌는 전동카트나 뭔가가 만들어지면 좋으니까요.

지난 4년간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특별전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즐거웠던 때를 알려주세요.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지만, 가장 생각나는 건 첫 특별전을 준비하던 때예요. 특별전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 상상이 잘 안 돼서 막막하더라고요. 설상가상으로 행사 때 비가 왔어요. 드론을 날려야 하는데 비가 오니까 난감했죠. 지금은 노하우도 많이 쌓이고, 갖고 있는 장비도 많고, 4년 동안 함께 해온 친구들도 있지만, 처음엔 아니었거든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이라든지 비용이라든지 제약이 너무 많게 느껴졌죠. 행사 첫날 새벽에 진짜 막막했어요. 말 그대로 ‘노답’인 상황이었는데, 그냥 준비를 하다가 시간이 돼서 페어장에 가게 됐죠.

(좌) 메이커 페어 서울 2015, 비가 많이 와 흐린 모습. (우) 제1회 드론 파이트 클럽 진행 모습

| (좌) 메이커 페어 서울 2015, 비가 많이 와 흐린 모습. (우) 제1회 드론 파이트 클럽 진행 모습

항상 죽을 듯이 힘든데, 일단 하고 나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희한테 “이거 어떻게 만들어야 해요?”, “어디서 볼 수 있어요?” 하면서 물어볼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특히 특별전 참가자들이 좋았다고 이야기할 땐 정말 ‘너무’ 좋죠. 사실 저희는 관람객 보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접하게 되거든요. 저희가 꾸린 행사에 직접 참여한 분들이니까 가장 와닿아요. 그분들이 없으면 카트 어드벤처나 드론 파이트 클럽이나 다 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항상 고마워요.

힘들고 돈이 되는 일은 아니니까, 왜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드론 파이트 클럽이나 카트 어드벤처나 우리 전시라고 생각하니까 조금이라도 더 풍성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단순히 재밌는 걸 보여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만드는 문화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하는 거죠.

팹브로스도 이제 팀 단위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소개해 줄 팀원이 있을까요?

올해 2월부터 한솔 님이 디자이너로 합류했어요. 제작을 하다보면 디자인 작업이 필요할 때가 많아요. 그래픽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인도 필요한데, 한솔 님은 둘다 가능하죠. 제작 과정과 소재에 대한 이해도 뛰어나거든요. 이번 카트 어드벤처의 브랜딩 디자인도 한솔 님이 맡았어요. 그 어느 때 보다 모든 걸 ‘갈아 넣고’, 고민을 정말 많이해서 작업물들을 뽑아냈어요. 이만큼 공들인 건 처음이라고 해요. 덕분에 우리 색깔이 정말 잘 들어갔어요.

제작 외에 팀 운영에 관련한 부분은 제민 님이 맡고 있어요. 저희가 세무나 행정 부분이 부족했는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초반에 여러가지 갖춰지지 않은 것들이 많았는데, 제민 님이 함께 하면서 정리가 많이 됐어요. 제민 님은 외부에서 교육이나 행사를 진행할 때 기획·홍보도 담당하고 있어요.

팹브로스 팀. 왼쪽부터 정성일(젝키), 김용현(용용), 제민, 김한솔. (사진: 손초원 작가)

| 팹브로스 팀. 왼쪽부터 정성일(젝키), 김용현(용용), 제민, 김한솔. (사진=손초원 작가)

이렇게 저희 4명 외에도 주변에서 작은 커뮤니티처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호칭이나 직함 같은건 없지만, 자문위원단 같은 느낌이랄까요. (웃음)

앞으로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해보고 싶은 새로운 특별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카트 어드벤처도 되게 재밌지만. 아예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로우테크 이벤트도 해보고 싶어요. 저희는 언제나 만드는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우리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거면 더 좋죠. 초기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익스플로라토리움 박물관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체험형 과학 전시 같은 걸 하고 싶기도 해요.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요. 뭐든지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메이크앤메이커스 “행사장 지키는 메이키, 뿌듯하고 대견해요”

올해로 3년째 행사장을 지키고 있는 대형 메이키 로봇은 언제,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2016년에 제5회 메이커 페어 서울을 앞두고 기획자 정희 님께 연락을 받았어요. 메이커 페어의 마스코트인 메이키가 실물로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가능하면 크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고 제작을 하게 됐습니다.

원래는 더 크게 만들고 싶었는데요. 제가 사용하는 작업실의 층 높이가 2.5m 밖에 되지 않아서 2.3m로 만들게 되었어요. 작업실 천장이 더 높았으면 더 큰 메이키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은 좀 아쉽습니다. 제작하는 데는 2달 정도 걸렸는데요. 제가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퇴근하고 작업을 하느라 하루 4시간 정도 밖에 못 자면서 만들었어요.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 [메이키 제작기 #프롤로그] 김용승 메이커의 대형 로봇 제작 도전기!
    http://bit.ly/2OZdc9P

직접 만든 메이키 로봇이 서울 페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감회가 어떠신가요?

제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라도 제작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저한테 기회가 와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메이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페이스북 같은 SNS에 프로필 사진으로 올라올 때마다 내심 기분이 좋았는데, 올해는 전시 메이커들이 모두 모여서 메이키 앞에서 사진을 찍어서 좋았습니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거든요. 단체 사진을 찍는데 그 가운데 제가 만든 메이키가 있으니까 속으로 엄청 뿌듯했습니다.

올해는 메이키가 한쪽 팔을 들고 있었어요. 메이커와 관람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 같아서 정말 유쾌했는데요. 메이키에는 어떤 기능들이 장착돼 있나요?

사실 올해는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으로 전시하려고 했는데요. 설치 30분 만에 모터가 부하를 감당하지 못하고 축이 부러져서 고정해둘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아쉽습니다. 내년에는 더 보강을 해서 손도 흔들고 허리도 움직이는 역동적인 메이키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메이키는 팔을 들고 손 흔들기, 허리와 얼굴을 좌우로 움직이기, 그리고 눈을 반짝이기를 할 수 있습니다. 눈 안에 LED를 넣어뒀거든요.

행사 전 날 메이키를 설치하고 있는 김용승 메이커 (사진: 윤나리)

행사 전날 메이키를 설치하고 있는 김용승 메이커 (사진: 윤나리)

혹시 메이키에 새로운 기능이 더 추가되거나 진화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생각해본 게 있는데요. 메이키에 카메라를 달고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메이키가 관람객과 아이 콘택트를 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말과 함께 손을 흔드는 기능을 넣으면 좋겠죠.

또, 메이키가 카메라에 찍히는 모습을 역으로 촬영해 SNS에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한다거나, 메이커 페어 서울의 행사 장면을 타임랩스로 찍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메이키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영상에 담을 수 있겠죠.

메이키 팔 하나가 어린아이만큼 크던데,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운송과 조립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리고 메이커 페어 서울이 진행되지 않을 때 메이키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나요?

크고 무겁다 보니까 한 번 움직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메이키의 주 소재는 고밀도 MDF인데, 12개 부분으로 나눠 제작돼 있어요. 옮길 때마다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운송을 직접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작년에는 미술품 전문 운송 업체를 이용했고, 올해는 아르바이트로 도와주실 분을 구했습니다. 분해, 포장, 조립까지 한 2시간 정도 걸립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이 끝나면 메이키는 다시 조립해서 저희 작업실에 잘 모셔놓고 있습니다. 한쪽 벽에 메이키를 두고 주변에 전시했던 작품들을 같이 두었어요. 메이커 페어 끝나고 얻어온 현수막과 깃발까지 걸어놓고 있으니 365일 미니 메이커 페어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죠. (웃음)

시즌 오프 동안의 메이키, 머리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한다. (사진: 김용승)

| 시즌 오프 동안의 메이키, 머리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한다. (사진: 김용승)

앞으로 메이커 페어 서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메이커 페어 서울이 후원 많이 받아서 더 큰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보다 더 메이커들을 많이 지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윤나리

 

‘메이커 페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시리즈

‘메이킹’이라는 것
메이크 코리아의 시작, 그리고 지금
메이커 페어 서울의 기획자, 정희
전시장 메이커, KMK렌탈
메이커 페어 서울의 디자이너, 강은영
메이커 페어 서울의 운영총괄, 박주훈&황준식
⑦ 특별한 경험 메이커, 팹브로스 & 메이크앤메이커스

· 기획 | 윤나리 메이크 코리아 콘텐츠 매니저
· 감수 | 정희 메이커 페어 서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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