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엔진 ‘유니티’는 어떻게 애니메이션 저작도구가 됐나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유니티로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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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티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모습(사진=Sonder)

유니티는 게임 엔진이다. 전세계 650만명의 개발자가 사용 중이다. 모바일 게임의 절반이 유니티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니티의 영역은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영화, 건축, 자동차, 디자인 등 다양한 비게임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유니티는 이제 게임 엔진을 넘어 ‘리얼타임 3D 개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유니티가 게임 외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실시간’ 엔진이라는 점에 있다. 작업 후 렌더링을 하고 결과물을 확인해야 하는 기존 워크플로우에서 벗어나 실시간으로 작업 결과물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최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의 유니티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디즈니의 TV 애니메이션 ‘베이맥스’가 유니티로 만들어졌다.

유니티코리아는 10월2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아트홀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세미나 ‘유니티로 만나는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열고 유니티로 제작된 다양한 애니메이션 사례를 소개했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2018’에서 국제경쟁 부문에 오른 애니메이션 ‘다시 찾은 사랑(Sonder)’을 유니티로 제작한 소바 프로덕션의 제작진과 유니티를 활용해 가상현실(VR) 만화 서비스 ‘스피어툰’을 개발한 스튜디오호랑 최종호 대표 등이 참여해 유니티 활용 사례를 들려줬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원경 유니티코리아 마케팅 이사는 “게임 개발에 사용되던 유니티가 실시간 콘텐츠를 만들기에 적합한 툴로 발전하게 됐다”라며 “실시간 콘텐츠의 꽃은 게임이지만 현재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자동차, 건축, 디자인 쪽에서도 유니티를 활용한 실시간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렌더링’ 지옥 없는 실시간 작업 환경

기존의 3D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에선 ‘렌더링’이 필수적이다. 캐릭터 모델링을 만들고 장면을 만들고 렌더링을 돌려야 작업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물을 확인하고 수정 작업을 할 경우에도 다시 렌더링해야 한다. 간단한 톤 조정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작업할 때의 모습과 렌더링 후의 결과물의 이질감 때문에 렌더링은 빠질 수 없다. 작업하고 렌더링을 돌리고 결과물을 확인하는 식의 반복되는 워크플로우는 오래 걸릴뿐더러 작업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 지출도 늘어난다. 반면, 유니티는 실시간 렌더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간단한 제작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 ‘렌더링’은 3D 애니메이션 작업의 숙명이었다.

오지헌 유니티코리아 리드 에반젤리스트는 “기존 마야 등의 3D 제작 툴은 실제 작업 신과 렌더링 후의 신이 달라서 작업과 렌더링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하는데 유니티는 내가 작업하는 게 최종 결과물”이라며 “결과물 안에서 조정 및 수정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단축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시간 엔진으로써 유니티의 이점은 영화나 대규모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필요한 다양한 전후 작업 과정을 단축해준다.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간단하게 영화 장면을 연출하고 예측해보는 ‘사전 시각화(pre-visualization)’ 작업도 유니티를 통해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으며,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배우가 연기할 때도 모니터로 실시간 CG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제작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모션 캡처를 애니메이션에 활용할 때도 실시간으로 모션 캡처 데이터를 합성해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캡처된 데이터를 전용 도구로 확인하고 뼈대에 스킨을 입히고 애니메이션 결과를 확인하고,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모션 캡처 장비를 단 배우에게 연기를 시켜 앞의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 오지헌 유니티코리아 리드 에반젤리스트

 

진입 장벽 낮은 쉬운 도구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유니티의 장점이다. 마야 같은 툴을 다룰 줄 아는 애니메이터라면 짧은 시간 안에 유니티에 적응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유니티를 활용해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만든 개발사들은 유니티의 쉬운 개발 환경을 장점으로 꼽았다. 만화가이자 프로그래머인 최종호 스튜디오호랑 대표는 유니티를 활용해 VR 만화 저작도구 ‘스피어툰 메이커’를 개발했다. 만화 문법을 고려하지 않은 기존 VR 만화 서비스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만화가들이 쉽게 VR 만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VR 만화 서비스 ‘스피어툰’은 내년부터 통신사와 손잡고 5G 콘텐츠로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최종호 대표는 스피어툰 메이커 제작에 유니티를 사용한 이유로 ▲빠른 프로토타입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 ▲VR 디바이스에서 실현되는 뷰어와 저작도구 메이커의 통일성을 구축하기 쉽다는 점 ▲유니티에는 현존하는 모든 VR 디바이스의 SDK가 존재한다는 점 ▲툴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기에 적합한 UGUI가 존재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 애니메이션 ‘다시 찾은 사랑(Sonder)’ 제작진

이날 유니티 활용 사례로 발표된 애니메이션 ‘다시 찾은 사랑(Sonder)’은 유니티가 비게임 분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인 2015년부터 제작됐다. 소바 프로덕션의 이 섬 호이(Yee Sum Hoi) 리드 애니메이터는 “당시 애니메이션 제작에 실시간 엔진을 사용하는 게 쉽지 않았고 사례가 거의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라면서도 “유니티가 어렵지 않아 구성원들이 금방 학습할 수 있었고, 전통적인 CG 작업은 복잡한 장면을 만드는 데 오래 걸리지만 유니티는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절반 이상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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