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8메이커] “얘들아, 리모컨으로 ‘마인크래프트’ 즐겨보렴”

2018.11.09

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9월 이들과 함께 모여, 만드는 이들의 축제 ‘메이커 페어 서울 2018‘를 열었습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지난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서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줄을 서서 거쳐 간 곳이 있다.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을 만든 이나무 메이커의 부스였다. 이나무 메이커는 페어 내내 어린이보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아이들과 신나게 리모컨으로 ‘마인크래프트’를 가지고 놀았다.

이나무 메이커는 본래 UX 전문가다. 블로터아카데미에서 UX 디자인을 주제로 매달 강의도 한다. 그런 그가 키보드나 패드로 게임하지 않고 굳이 리모컨을 만들고 카드게임까지 도입한 이유는 과연 뭘까? 이나무 메이커를 만나 마인크래프트 리모컨 제작 이야기를 들었다.

| 이나무 메이커가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이나무 메이커가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을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저는 아이들에게 유튜브나 TV를 보는 것보다 게임을 많이 시키려 하고 있어요. 좋은 게임이라면 게임을 하면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해서요. 그중 하나가 ‘마인크래프트’ 같아요. ‘마인크래프트’는 가장 성공한 샌드박스 게임으로서 자기가 상상하는 무엇이든 거기서 만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1시간씩은 ‘마인크래프트’를 하도록 해요.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명령어 입력을 어려워하길래 더 편하고 재미있게 하게끔 도와주려고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을 기획했요. 솔직히 아들보다는 제가 편해지려고 시작했죠. 아들이 맨날 “아빠!” 하고 부르니까요. (웃음) 그런 면에서 기획은 아들이 한 거나 다름없어요. 아들이 이게 필요하다고 아이디어를 제공했잖아요.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이 작동하는 원리가 궁금해요.

간단해요. RFID 카드를 갖다대거나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 ‘마인크래프트’ 명령어가 입력돼서 게임 내에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여기에 조금 스토리를 붙여봤죠. 마치 카드게임처럼 뽑기의 재미도 느낄 수 있게요. 무엇인지 보이지 않게 가리고서 갑옷카드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해요. 그러면 좋은 갑옷이나 제일 좋은 갑옷이 나오고요. 무기 카드 중에서도 고르라고 하면 제일 좋은 검부터 공격력이 제로에 가까운 눈덩이까지 있어요. 이어서 버튼으로는 물약 중 하나를 골라라, 네 도우미 중 하나를 골라라, 그다음에는 적을 선택해 불러내라고 하죠. 이런 식으로 해서 또 하나의 미니게임같이 사이클을 만든 거예요.

| 레고로 만든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위) 속 안에는 아두이노가 들어있다. 무기와 갑옷을 고를 수 있는 카드(아래)

케이스가 부분이 레고인 점 역시 특이해요. 재료는 어떻게 준비해서 작업했나요?

집 안에 레고 블록이 워낙 많아서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죠. (웃음) 그리고 저는 ‘마인크래프트’가 21세기의 레고가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에 어울리는 케이스도 역시 레고라고 생각했어요. 아두이노 기판이나 부품 등을 그냥 언제든 뜯어내 보여줄 수 있는 면도 장점이에요. 나사를 풀었다 조일 필요도 없으니 수리하기도 편하고요. (웃음)

블로터아카데미에서 아두이노 기초 강의를 듣고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을 만들었다고요?

그전에도 아두이노를 혼자 만져보기도 했고 여기저기의 인스트럭터블을 보며 따라 하기도 했는데요. 혼자 이것저것 시도할 때보다 강의를 들으면서 꼭 필요한 기반 지식을 워낙 체계적으로 잘 배웠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됐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확실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메이커 페어 서울 행사 날 제 부스에 찾아온 어린이들에게도 말했어요. “이거 괜찮아? 아빠한테 만들어달라고 해. 아저씨도 진짜 쉽게 만들었어. 직접 코딩하지도 않고 있는 걸로 갖다 썼거든. 너희 아빠도 할 수 있어. 디바이스마트 가면 필요한 부품들 다 팔걸?”이라고요.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을 사용하며 게임을 즐길 때 어린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사실 어린이들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매일 쓴다고 해서 동작 방식이나 내부 원리에 바로 관심을 두기는 어려워요. 이미 완성품으로 마감이 돼 있어서 뜯어볼 수 없는 폐쇄된 기계처럼 느껴지니까요.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만 할 뿐이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안쪽 세상과 바깥쪽 세상을 이어주는 존재가 있을 때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좋아요. 이 접점이야말로 눈으로 보기에 가장 노출된 부분이잖아요. ‘맨날 하던 게임을 이런 식으로도 즐길 수 있네? 리모컨이 컴퓨터에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기에 ‘마인크래프트’가 작동할까?’라는 호기심이 생기면 단순하던 것도 더 이상 단순하지 않아 보이니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겠죠. 다시 말하자면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이라는 가장 약한 연결고리로 호기심을 자극해서 이게 연결해준 각 핵심 존재를 들여다보기 쉽도록 구상한 것이기도 해요.

| 이나무 메이커가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서 밝은 미소로 관람객 어린이를 맞이하고 있다.

| 이나무 메이커가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서 밝은 미소로 관람객 어린이를 맞이하고 있다.

평소에 함께 즐기는 다른 게임들로는 무엇이 있나요?

‘스피드러너'(SpeedRunners)라는 레이싱게임을 최근에 엄청 많이 했어요. ‘레이맨'(Rayman) 시리즈도 아이들이랑 같이 하기에 좋은 게임이고요. ‘압주'(ABZÛ)라는 게임도 하는데 이걸로는 바닷속에서 여러 물고기를 만나며 환상적으로 탐험할 수도 있어요. ‘네버 얼론'(Never Alone)이라는 이누이트의 전설과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도 즐겨 하죠.

어렵지 않고 간단히 조작할 수 있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임 위주네요.

그렇죠. 영화와 비견될 만큼 스토리텔링이 메인이 되는 게임도 많거든요. ‘압주’와 ‘네버 얼론’이 좋은 예에요. 스토리 속에서 인터랙티브하게 스스로 참여하니까 훨씬 몰입도도 높고요. 이렇게 게임을 하다 보면 수없이 선택하고 선택에 따라 결과도 바뀌잖아요. 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울 수도 있어서 더 좋아요.

주로 PC게임이나 콘솔게임인데, 혹시 손에 쥐고 하는 모바일 게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그런데 모바일 게임들은 웰메이드가 아닌 것들이 많아 보여요. 이걸 해서 뭘 배울까, 이건 그냥 시간 낭비가 아닌가, 하는 게임들도 있고요. 물론 다 그렇지만은 않죠. 모바일게임 중에서도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는 진짜 좋은 게임이거든요.

요즘은 ‘마인크래프트’를 컴퓨터보다는 휴대폰으로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다만 같은 ‘마인크래프트’여도 조그만 터치스크린을 들고 하는 버전과 큰 화면 앞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하는 버전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봐요. 예컨대 조그만 수첩이나 포스트잇을 달랑 주고서 네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보라는 것과 커다란 스케치북을 주고서 해보라는 것의 차이와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머니들에게도 그런 얘기를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많이 드렸어요.

| 이나무 메이커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따뜻한 마음으로 게임을 함께 즐긴다.

| 이나무 메이커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따뜻한 마음으로 게임을 함께 즐긴다.

앞으로 발전시키고픈 방향은 어느 쪽인가요? 다른 게임에 맞는 리모컨도 만들 생각인가요?

그보다는 현재 초기 버전의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에 다양한 기술로 기능을 더해서 더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요. 이를테면 ‘마인크래프트’ 안에서도 사용자들이 컴퓨터처럼 입력과 출력이 되는 기계를 제작할 수 있거든요. 그 출력으로 오히려 컴퓨터 밖 내 방의 전등을 켜고 끄기도 가능해요. 유튜브에 찾아보니 이를 구현한 동영상이 있더라고요. 이렇게도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중이에요.

아들은 ‘마인크래프트’에 원래 없는 기능이나 물건을 다른 명령어 블록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서 추가하자며 계속 졸라요. 그러면 저는 “그것까지는 아직 아빠가 공부가 부족한데 어쨌든 해보자”며 얘기해주죠.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서는 반응이 어땠나요?

어린이들은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마인크래프트’를 할 수 있다고 하니 그냥 줄을 서지 않았을까 해요. 보통은 엄마 손에 끌려 왔을 텐데 말이죠. 어머니들한테는 미안하기도 했죠. 아이가 여기까지 와서도 컴퓨터 게임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니까요. (웃음) 그래도 어머니가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해 주니까 저도 즐거웠는데 한 번하고 또 오는 아이한테는 이렇게도 얘기해줬어요. “여기가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제일 재미없고 질 낮은 초급 전시야. 다른 것도 다 보고 왔니?”

다만 제가 팀을 꾸리지 않고 저 혼자 참여해 부스를 지키다 보니 다른 작품들을 여유롭게 관람하지를 못해서 아쉬웠어요. 예전에 관람객으로 왔을 땐 설렁설렁 다니며 재미있게 봤지만, 올해는 자리를 비울 때면 항상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바삐 다녀야만 했죠. 저를 아는 손님들이 왔는데도 너무 바빠 인사도 못 하고 갔다며 연락받기도 했어요.

남은 2018년을 마무리할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일단 마인크래프트 리모컨에 관해 당장 계획은 따로 없어요. 11월과 12월에 열릴 모바일 UX 강의를 마무리하는 일이 먼저고요. 그다음으로는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을 실험해보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제 딸과 딸의 친구들을 데리고 디지털 도구들을 이용해 뭔가를 창작하는 경험을 주고 있거든요. 먼저 자기가 텍스트로 이야기를 만들고 나면 거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장면을 태블릿 등 원하는 도구로 직접 그려내는 거죠. 아들은 파워포인트의 도형으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메이커로 활동하려는 계획보다는 아이들을 메이커로 만드는 교육을 생각하는 중이에요.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창조에 도움이 될 근본 역량을 길러주고 싶어요. 이렇게 해낼 방법을 올해 안에 정리해보려고요.

| 메이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나무 메이커. 꼬마 메이커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재미난 걸 또 만들게 될까.

| 메이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나무 메이커. 꼬마 메이커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재미난 걸 또 만들게 될까.

글·사진 |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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