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자율주행차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로봇 3원칙도 상당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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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구글 웨이모가 자율주행차 유상운송 서비스에 나선다. ‘로봇택시’ 상용화. 자율주행차가 상상의 영역에서 현실의 영역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기대도 크지만 걱정도 앞선다. 자율주행차 사고 시 누가 책임을 질까. 자율주행차가 교통법규를 어기거나, 올해 초 우버 사고처럼 인명피해를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류병운 교수는 11월15일 경기도 주최로 열린 ‘제2회 판교 자율주행모터쇼 국제포럼2018’에 연사로 참석해 “자율주행차에는 새로운 법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사고 시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건 단순히 법적 이슈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때부터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핵심기술과 법 제도 이슈’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션에서 류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법 제도적 이슈를 맡아 소개했다.

해외는 지금 자율주행 ‘법’ 준비 중

자율주행차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오려면, 법 체계를 잘 세워야 한다. 류 교수는 “ADS(자동운전장치, Automated Driving System)는 기존 전통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법 체계를 포함해 자율주행차와 ADS,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의 개발 방향을 정하는 데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10월 발간한 ‘과학기술&ICT 정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차 관련 입법이 기술선진국에 비해 눈에 띄게 지체돼 있다. 자율주행 기술단계를 고려한 규제기준마저 없는 상황이다. 이와는 달리 해외는 자율주행 시대를 위해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1968년 제정된 ‘도로교통에 관한 비엔나 협약’은 기존에는 ‘모든 운전자는 항상 차량을 제어해야 한다(Every driver shall at all times be able to control his vehicle)’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14년 ‘주행시스템이 운전자에 의해 제어되거나 전환될 수 있는 경우’ 차량운행이 가능하다고 개정했다. 이에 따라 협약 가입국인 독일은 2017년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은 상태라면 고도로 자동화된 주행 시스템으로 전환해 도로를 주행하는 것을 허용한다.

류 교수는 “미국은 더 발전된 법을 도입했다. 조종자(operator)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율주행기술을 차량에 적용한 주체를 조종자로 정의하고, 이를 운전자로 간주해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조종자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일부 주에서는 조종자가 꼭 운전석에 앉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차 바깥에 위치할 수도 있다고 했다”라며 “2016년 개정된 미시간 주에 도입된 법은 ADS(자동운전장치)를 운전자로 간주하고 있다. 몇 년 내 미국에서는 공용도로에서도 자율주행차가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전망했다.

|출처=‘과학기술&ICT 정책 동향(2018.10)’,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은 제조업체가

자율주행차 사고의 문제는 원인 규명이 복잡하다는 데 있다. 시스템상 여러 원인이 겹쳐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초 발생한 우버 사고는 우버 소프트웨어 설계 결함도 있었으나 차량에 배치된 안전요원이 스마트폰으로 TV 쇼를 시청하느라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와 사람, 어느 쪽의 책임이 더 클까. 무 자르듯 자를 문제는 아니다. 사람이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이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계속 고민할 문제다.

|사진=웨이모 미디엄 블로그

류 교수는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다 기계가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넘기려 한 경우 운전자가 이를 무시하면 운전자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운전자와 조종자가 혼동되는 상황이라면 교통법규 위반은 형사책임보다 과태료 등 징벌 방식이 합당하다고 봤다.

여기까지는 3단계 자율주행일 때의 얘기다. 우리가 생각하는 ‘무인’ 자율주행은 4단계, 5단계 수준이다. 특히 5단계 자율주행부터는 사람이 운전에 아예 개입하지 않는다.

류 교수는 향후 완전자율주행차가 실현되면 교통사고 시 운전자에게 주어지던 형사책임이 대부분 시스템 관리자에 대한 책임으로 전환될 거라 말했다. 또 민사책임도 시스템 관리자 또는 제조물 책임으로 대체될 거라 설명했다. 다만 사고 원인이 차량 관리자의 관리 소홀, 제3자의 고의 과실 등으로 밝혀지면 그에 적법한 민사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류 교수는 자율주행차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로봇 3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고, 이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앞의 명제들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이런 알고리즘은 ADAS 시스템이 적용될 때도 변경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고의 법적 책임 외에 자율주행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질문도 있었다. 한양대학교 전기생체공학부 정정주 교수는 “누가 데이터의 주인이 될 것인가. 자율주행차에서 데이터가 많이 발생하고 여기에 관계된 이해당사자도 많은데 이들이 소유권을 공유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성, 예를 들어 센서가 고장이 나면 누가 책임져야 하나. 티어1이냐, OEM이냐. 그것도 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사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서 조사 절차도 적절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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