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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손떨림 잡은 액션캠, 고프로 ‘히어로7 블랙’

2018.12.04

고프로 창립자 닉 우드먼의 취미는 서핑이었다. 서핑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싶었던 그는 마땅한 촬영 장비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카메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액티브한 사람들을 위한 촬영 장비. 액션캠의 등장이었다. 타깃이 뚜렷했던 덕에 고프로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액션캠 시장도 덩달아 성장했다.

그러나 탄탄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소니 등 카메라 제조업체들이 액션캠을 내놓으면서 고프로의 경쟁력은 약화됐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액션캠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시작부터 틈새 수요를 노렸던 터라, 시장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었다. 고프로가 사업 다각화를 꾀했던 이유다. 2016년 하반기 고프로는 호기롭게 드론 사업에 진출했지만 치명적 결함이 발견돼 전량 리콜 사태를 겪었고, 이윤 감소에 규제 강화까지 겹쳐 드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올해 초에는 닉 우드먼이 공공연히 고프로의 매각을 논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고프로가 찾은 답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였다. 당시 닉 우드먼은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액션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서 열린 히어로7 블랙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닉 우드먼은 “히어로7 블랙은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라며 “스펙 시트상의 숫자가 아니라 활용도를 극적으로 확장해 카메라로 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라고 설명했다. 히어로7 블랙은 이런 고프로의 결심이 곳곳에 묻어 있는 제품이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액션캠

히어로7 블랙은 담뱃갑 크기다. 무게는 116g. 작고 가볍다. 청바지 앞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였다. 제품의 사용성도 편리하다. UI가 스마트폰과 유사하게 디자인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콘은 친숙해서 이해하기 쉽고, 쓸어 넘기는 동작으로 촬영모드를 전환할 수 있다. 액션캠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초보자임에도 사용법이 금세 손에 익었다.

히어로7 블랙은 세로 방향 촬영을 지원한다. 세로로 놓으면 세로 모드로 변경된다. 이렇게 찍은 영상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대로 게재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고프로는 모든 콘텐츠를 앱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콘텐츠를 문자로 보내거나 SNS에 바로 올릴 수 있다.

또 히어로7 블랙은 고프로 제품 최초로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지원한다. 비메오, 트위치, 페이스북, 유튜브 등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고프로 앱과 연동해 페이스북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기로 했다. 친구의 데이터를 빌려 썼다. 1분 정도 지연이 발생했다. 페이스북에서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었는데, 컴퓨터로 옮겨 보니 화질이 아쉽다. 그래도 끊김은 없었다. ‘하이퍼스무스 안정화'(HyperSmooth Stabilization) 기능 덕분에 걷고 뛰면서도 안정적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래는 편집본이다.

고프로 앱은 영상 편집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의 다양한 표정을 인식해, 촬영 중에 미소를 짓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경우 이를 자체 인식해서 편집해주기도 하고 인물이면 인물, 여행이면 장소 위주로, 액션은 동작 등 화면을 알아서 인식하고 분류해 편집을 돕는다. 하이라이트를 표시할 시 그 부분만 모아서 편집본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리뷰 영상 전부 고프로 앱으로 편집했다.

공유는 사람들이 원하던 기능인 동시에 고프로에게도 필요한 기능이었다. 영상이 널리 공유될수록 고프로 제품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프로 관계자는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소프트웨어는 고프로의 키 프로젝트”라며 “4년 동안 소프트웨어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쪽에서도 편집과 공유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공유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로 돕겠다는 얘기다. 현 시점에서 고프로 앱의 정밀도와 편의성은 아쉽긴 하다. 추후 편집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니 나아질 거라 믿는다.

짐벌이 필요 없다고?

공유도 중요하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다. <기즈모도>는 히어로7 블랙 출시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고프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새로운 하드웨어가 항상 기존 카메라를 개선한 것이었기 때문에 즉시 새로운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할 고객 기반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국내 기자간담회에서도 고프로의 기존 사용자가 히어로7 블랙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겠냐는 질문이 나왔다. 닉 우드먼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하이퍼스무스 안정화가 (구매의) 동기 부여가 될 겁니다.”

짐벌은 영상의 흔들림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촬영 장비다. 꼭 레저 스포츠를 즐기지 않더라도 액션캠은 대부분 움직이는 상황에서 활용된다. 그래서 흔들림을 잡아주는 짐벌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액션캠 전용 짐벌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번거롭다.

닉 우드먼은 히어로7 블랙만 있으면 짐벌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하이퍼스무스 안정화’ 기술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손 떨림 및 외부 충격에 따른 카메라의 흔들림을 보정해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촬영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전작 히어로6 블랙과 이번 히어로7 블랙 모두 고프로가 자체 개발한 GP1 엔진을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닉 우드먼은 “하이퍼스무스 안정화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큰 역할을 한다”라며 “자체 칩셋 GP1이 있어 새로운 기능 개발과 추가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GP1은 고프로 고유의 기술이 들어간 칩셋으로, 고프로 영상에 최적화돼 있다. 히어로7 블랙에 들어간 GP1은 전작에 탑재된 칩셋보다 대용량의 메모리(2G SDRAM)가 내장됐다. 고프로는 이 때문에 훨씬 더 향상된 알고리즘으로 안정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작에 비해 손떨림 방지 기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놀라운 수준이다. <와이어드>가 고프로 히어로6 블랙과 히어로7 블랙을 비교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하이퍼스무스 안정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타임워프’는 어딘가로 이동하는 영상을 촬영할 때 제격이다. 빠른 속도로 긴 길이의 영상을 압축해 몇 초 만에 재생 가능한 최대 30배속 영상으로 만들어주는데, 여행 콘텐츠 영상에서 보던 것 같은 장면을 쉽게 구현한다. 닉 우드먼은 동영상 안정화 기능이야말로 사용자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했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가 아닌 전자식 손떨림 방지 기능(EIS)이라는 데 있다. EIS는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영상 프레임 간 디지털 이미지를 이동시킨다. 우리 눈에 보이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외부 픽셀을 사용해 프레임 간 진동을 줄이고, 사용된 외부 픽셀을 지워 본 프레임 사이즈로 재조정한다. 그 과정에 테두리가 10% 잘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소니는 OIS 방식을 쓰기에 촬영한 영상 그대로를 건질 수 있다. 사용자들이 히어로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대목이다.

고프로 관계자는 “고프로 전자식 손떨림 보정의 경우 10%의 화면 잘림 현상이 발생하지만, 고프로 카메라의 특징인 넓은 화각(약 170도)은 10% 화면이 잘리더라도 약 150도 이상의 넓은 화각을 유지하며 촬영이 가능하다. 촬영한 해상도에는 변화가 없다”라고 설명하며 “심지어 4K 60fps 설정에서도 동영상 안정화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화면 잘림이 거슬리지 않았다. 하이퍼스무스 안정화 기능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다만 모든 촬영 모드에서 동영상 안정화가 지원되는 것은 아니므로 짐벌은 때때로, 여전히 필요했다. 히어로7 블랙은 저조도에 취약했다. 밤에는 하이퍼스무스 안정화가 무색하게 영상에 심한 잔상이 표현됐다.

정리해보자. 히어로7 블랙은 고프로 최초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지원한다. UI는 스마트폰과 유사하게 디자인돼 있고, 전작보다 강력한 동영상 안정화를 보장하며 4K UHD 60fps 영상, 1200만 화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 SNS에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짧은 동영상을 찍고, 바로 올릴 수 있다. 자동 보정 기능인 ‘슈퍼 포토’도 장점이다. 음성제어, 10m 방수도 지원한다. 히어로7 블랙은 닉 우드먼이 말했던 대로, 숫자보다는 히어로의 활용도에 곁점이 찍혀 있다.

2018년 3분기 판매량 기준 국내 액션캠 시장에서 고프로의 점유율은 47%,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61% 정도다. 고프로에 따르면 히어로7 블랙 출시 이후 역대 히어로 시리즈 인기를 능가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기존 고프로 사용자가 업그레이드를 할 만한 제품이냐고? 짐벌을 이미 구비하고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액션캠 입문자라면 짐벌 수준의 하이퍼스무스 안정화와 각종 공유 기능이 편리하게 갖춰진 히어로7 블랙은 구매를 고려해볼 만하다.

 

장점

  • 청바지 앞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고 가볍다
  • 전작보다 강력해진 손떨림 방지 기능
  • 쉽고 빠른 SNS 공유가 가능하다

단점

  • EIS라는 점
  • 다소 높은 가격표, 50만8천원
  • 아쉬운 저조도 촬영

추천대상

  • 브이로그용 액션캠을 찾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