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앱 ‘나쁜 기억 지우개’가 남긴 데이터 판매 논란

24시간이 지나면 지워진다던 고민 글이 팔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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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 지우개에 고민을 적어보세요. 따뜻한 익명의 사람들이 당신을 위로해줄 거예요.”
“작성한 글은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며, 당신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고민상담 앱 ‘나쁜 기억 지우개’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매달 5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앱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특히 24시간이 지나면 글이 삭제된다는 점에서 개인의 내밀한 고민이 오갔고,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운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지워진 줄 알았던 사용자들의 고민 내역이 데이터로 저장돼 판매 시도까지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업체 측은 데이터 판매가 논란이 된 직후 판매 글을 내렸으며, 지금까지 데이터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데이터 판매로 논란이 된 고민 상담 앱 ‘나쁜 기억 지우개’

나쁜 기억 담긴 데이터 판매 논란

나쁜 기억 지우개의 데이터 판매 논란은 1월5일 SNS를 통해 불거졌다. 나쁜 기억 지우개 측에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 오픈마켓 ‘데이터스토어’에 이용자 데이터를 판매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데이터스토어에 지난해 10월 등록된 ‘지역별 청소년 고민 데이터’에는 ▲출생연도 ▲성별 ▲위치(위도, 경도) ▲고민 글 내용 ▲고민 글 작성 날짜 등이 기본 항목으로 포함돼 월 500만원에 판매 중이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비스 운영 업체는 5일 유튜브를 통해 ‘고민 나눔 글 데이터 판매 이슈 해명 및 사과문’을 올렸다.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이번 데이터 판매 건에 대해 많은 분들을 염려하게 해 사과드린다”라며 “데이터 판매 시도는 2018년 10월 데이터진흥원의 데이터스토어 1건이 전부이며, 아직 단 한 건의 데이터도 판매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 판매용 데이터에 포함된 항목 (사진=나쁜기억지우개주식회사 유튜브)

데이터 판매를 시도한 배경에 대해선 “나쁜 기억 지우개는 앱 내 수익이 크지 않아 국가 지원 사업이나 외부 기관 투자금으로 운영돼 왔다”라며 “2018년 국가 기관인 데이터진흥원의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에 선정돼 고민 글 데이터를 신뢰성 있는 기관에 연구나 통계 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준호 나쁜기억지우개 주식회사 대표는 <블로터>와 서면 질의응답에서 “2019년 1월5일 구매 문의가 1건 들어왔지만, 판매하길 원했던 통계청이 아니었고 이번 논란을 통해 누군가가 신청한 것으로 생각해 응대하지 않았고 판매 글은 바로 내렸다”라고 전했다. 또 데이터 판매 비즈니스 모델을 사업 초기부터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논란에 불붙인 개인정보 유출 해명

하지만 논란은 유튜브를 통한 해명 과정에서 더 커졌다.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영상 첫머리에 개인 정보가 유출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그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만큼 유출될 개인 정보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용자들은 문제의 본질은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정보가 포함됐는지 여부가 아니라고 짚었다. 한 이용자는 “나쁜기억지우개라는 앱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곳이 아니었나”라며 “(사용자들이 말하는 개인정보 유출은) 성별, 나이, 위도, 경고, 고민 이게 상업적 용도로 팔려가는 걸 말한다”라고 이번 해명이 논란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꼬집었다.

| ‘개인 정보 유출은 루머’라는 해명이 논란을 더 키웠다. (사진=나쁜기억지우개주식회사 유튜브)

이준호 대표는 “저희가 잘못한 부분은 약관에만 명시해 놓은 채 유저분들의 고민 글을 통계를 위한 데이터로 판매하려고 했던 점이며 대표인 저의 잘못이고, 책임을 지겠다”라면서도 “현재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 공포감이 각종 루머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전했다. 또 “‘나쁜기억지우개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다, 이미 판매가 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집 주소도 유출되었다’와 같은 것들은 모두 루머”라며 “이는 제가 잘못하지 않아서 해명한다기보다, 유저분들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포감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고 명시된 글을 따로 보관한 이유는 뭘까.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관리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악성 사용자가 글을 쓰고 삭제할 때 데이터가 백업돼 있지 않으면 해당 사용자를 제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해당 내용을 ‘개인정보 취급방침’ 약관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나쁜 기억 지우개 앱 개인정보 취급방침 6조 가항에는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위해 입력한 정보는 해당 시간이 경과된 후 별도의 DB로 옮겨져 내부 방침 및 기타 관련 법령에 의한 정보보호 사유에 따라 일정 기간 저장된 후 파기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위치 정보를 수집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통계청에서는 청소년들에 관한 통계를 내는데, 기존 통계에는 나이와 고민 주제에 대한 통계만 있다”라며 “저희는 지역별 통계까지 낸다면 지역별로 맞춤형 상담 정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나쁜 기억 지우개 측은 추후 개인을 식별하지 못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개인 정보 수준으로 취급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위치 정보를 저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결국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의 문제

데이터 판매와 관련된 내용이 사용자에게 제대로 공지가 됐을까. 이 대표는 “약관에는 추가되었지만, 공지되지 않았다”라며 “이 부분은 대표인 저의 잘못이며,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라고 밝혔다. 데이터 판매와 관련해 개인정보 취급방침 2조 다항에 “신규 서비스 개발 및 맞춤 서비스 제공, 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서비스 제공 및 광고 게재”에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반영돼 있지만, 해당 내용이 따로 사용자들에게 공지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개별 기업의 윤리성보다 데이터 판매 사업이 본격화되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산업의 원유가 데이터이며, 데이터의 적극적인 개방과 공유로 새로운 산업을 도약시켜야 한다”라고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이번 고민 나눔 글 데이터 판매 논란의 배경이 된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 역시 이 당시 마련됐다.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민간기업이 보유한 로우(RAW) 데이터나 가공 데이터 구매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2억원 규모 시범사업에서 올해 6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느냐 ‘보호’에 방점을 두느냐 두 관점의 충돌 속에 개정을 앞두고 있다. 결국 나쁜 기억 지우개의 데이터 판매 논란은 넓게 봤을 때 개인정보 보호냐 활용이냐 하는 해묵은 논쟁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사례를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본다면 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논란은 보호할 개인정보와 활용할 데이터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놓고 볼지에 대한 하나의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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