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

[CES2019] 여기는 현장, 미리 둘러보실까요

2019.01.09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3대 IT·가전 전시회 중 하나로 손꼽히는 ‘국제소비자가전쇼(CES)’가 열린다. CES는 한 해의 IT업계 소식을 미리 볼 수 있는 행사다. 세계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각자의 청사진을 들고 나와 발표하고, 스타트업은 저마다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들고 나와 세계인 앞에 뽐낸다. 4400여개 기업이 참가하고, 18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발 편한 운동화는 CES 관람 필수준비물이다.

공식 개막을 이틀 앞둔 6일, CES 개막 전 일부 부스를 미리 관람할 수 있는 공식 미디어 행사 ‘CES 언베일드 라스베이거스’가 열렸다. 그 방대한 규모 덕에 꾸려진 ‘맛보기’ 관람관이다. CES 혁신상 수상작 중심으로 전시되며, 올해는 180여개 업체가 CES 언베일드 라스베이거스 전시에 참가했다.

CES 언베일드 라스베이거스에서 입이 떡 벌어지게 신기한 물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별천지도 아니었고, ‘혁신’의 보고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없었다. 다만 기존에 있던 물건에 사용자의 ‘필요’를 녹여낸 덕에, ‘이런 물건이 필요하긴 하지’라며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제품이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몇 곳을 소개한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무이(mui)는 천연 나무 소재로 만든 스마트 홈 플랫폼을 들고 나왔다. 나무를 손으로 슥슥 넘기면서 날씨를 확인하거나 메시지를 확인하고 조명 및 실내 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기존 인테리어에 적합한.

독특한 것은 ‘조용함(Calm)’을 지향한다는 거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하지만, 쓸어 넘기거나 누르는 동작으로 인공지능 비서를 호출한다. 소리 내어 부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카즈 오키 무이 공동창립자는 “전자기기가 스마트해질수록 너무 많은 알림과 소리를 듣게 됐다. 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디지털 기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명상, 수면 돕는 하드웨어 ‘모피(Morphee)’. 모피를 만든 귈리엄 바라손 엔지니어에게 “명상 앱 시장이 이미 커지고 있는데, 이런 하드웨어를 굳이 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잠자거나 명상을 하려는 사람에게 스마트폰은 독이다. 스마트폰은 멀리 두고 이런 기기를 옆에 놓는 게 수면과 명상에는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링큐는 와이파이가 안 되는 지역에서도 5km 이내에 있으면 서로를 연결시켜준다.

스마트폰이 고장나거나, 통신이 먹통인 지역에 들어선 적 있던가. 스마트폰 없이도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좌불안석이다. 스마트폰 없이도, 통신이 연결되지 않아도 누군가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개에게 달아놔도 효과적일 듯하다.

스타트업 ‘링큐(LynQ)’는 이름 그대로 ‘연결(link)’될 수 있는 기기를 가지고 나왔다. 스마트폰, 와이파이, 셀룰러 네트워크, 지도 앱. 모두 필요 없고 월 요금이 별도 부과되는 것도 아니다. 통신을 쓰지 않으니까. 아이의 위치를 파악할 때, 야외활동을 할 때, 링큐는 최대 12명을 5km거리까지 실시간 추적한다. 화면에 콕 찍혀 있는 점은 상대방이 있는 방향을 보여준다. 링큐의 데이브 소어 CEO는 “산악지대 등 통신이 안 되는 지역도 많고 강아지나 아이에게 매달 수도 있어 수요는 충분하다”라며 “한국에도 출시되기를 바란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기억하시는지. IoT 생리컵.

생리를 하는 여성은 대부분 한 달 3일에서 7일 동안 피를 흘린다. 몸이 안 좋으면 생리에도 영향이 오게 되는데, 2주 동안 피를 흘리거나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우리 몸속에서 흘러나오는 생리혈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룬랩 개발자가 스마트 생리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룬랩’은 스마트 생리컵을 만들고 있다. 센서가 달린 생리컵은 생리혈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미 몇 해 전에 킥스타터 펀딩을 끝냈지만 개발이 늦어지는 탓에 ‘사기’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스마트 생리컵 개발에 꾸준히 매진해온 끝에 현재 100명이 룬랩 스마트 생리컵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김수정 룬랩 프로젝트 매니저는 “생리컵이기 때문에 아무리 안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도 인증이나 실험 자료 등을 통해 보여주며 설득해야 하더라”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김수정 매니저는 “심리적 저항선을 낮추는 방법은 생리혈에서 어떤 데이터와 정보를 줄 수 있는가. 두 가지라 생각한다. 그것으로 보여드리겠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시력 검사를 집에서 하는 방법도 있다. 이 제품의 이름은 ‘아이큐(eyeQ)’, 눈에 쏙 들어오는 명칭이다.

|타임케틀의 ‘WT2’

중국 선전에서 온 스타트업 타임케틀(timekettle)은 통역 전용 이어폰 ‘WT2’를 보여줬다. CES에서 가장 절실했던 게 이 통역기였다. 옳다구나, 하고 덥석 귀에 착용해봤다. 특정 버튼을 터치하고 말하면, 자동으로 번역해준다. 텍스트로 옮겨주기도 하고, 귓속에서 바로 상대의 말을 통역해 들려주기도 한다.

문제는 정확도였다. 타임케틀 관계자 설명으로는 36개국 언어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영어는 한국어로 잘 옮겨줬다. 반면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솔직히 이건 개인적인 발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발음이 좋은 사람보다는 발음이 안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

타임케틀의 량 씨아오는 “서로 언어가 다르더라도, 눈을 마주보고 손짓을 통해 감정을 교류하면서 소통하고 싶다고 생각해 WT2를 만들게 됐다”라며 “어떤 다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른 언어로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서로 눈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손바닥보단 크고… 발바닥 만한 소형 컴퓨터랄까. 접었다 펼 수 있고 자판도 달려 있고 밖에는 디스플레이도 탑재했다. CPU는 미디어텍 P70, 배터리는 4220mAh,  무게 300g, 6GB 램, 안드로이드9+리눅스 지원.

키보드가 달린 포켓 컴퓨터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다. 듀얼 심, 이메일, 메시지, 문서 편집, 통화, 사진 촬영 등이 가능하다. 삼성이 폴더블 폰을 내놓는데 이런 형태가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물으니, “여기에는 자판이 있고 소프트웨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라고 대답했다.

개이즈랩(gazelab)은 스탠드 책상에 서서 일할 때 자세가 뒤틀리면 이를 알려주는 로봇을 선보였다. 솔직히 귀찮은 잔소리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자세 교정이 절실한 사람들에게는 유용해 보인다.

|일본의 ‘휠(Whill)’은 개인용 전기차를 선보였다. “디자인을 세련되게 설계했습니다. 장애인부터 일반인까지, 모든 사람을 위한 개인용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기업인 징둥닷컴의 자율주행 배달차. 실제로 일부 대학에서 쓰이고 있다는데, 짐은 작은 크기로 30개 정도만 실을 수 있다고 한다.

|식빵 굽는 기계 등장. 왼쪽에서 빵이 만들어져서 아래로 통통 떨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식빵을 오른쪽으로 옮겨 진열하는 구조였다.

|일본의 동반자 로봇 ‘러봇(Lovot)’.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던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