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

[CES2019] 프랑스는 있었고, 한국은 없었다

2019.01.14

지난 1월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 IT 전시회 ‘국제소비자가전쇼(CES) 2019’가 열렸다. CES 2019에 참가하기 전, 무엇보다도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인 ‘유레카 파크’ 구경을 고대했다. 전세계 스타트업이 한데 모인 풍경이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유레카 파크는 샌즈 엑스포(Sands Expo)에 위치해 있었다. 숙소가 위치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차로 20여분 가야 하는 거리. CES에서 지원하는 셔틀 버스가 있어서,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코리아’ 전시관 위치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태극 마크. 열심히 홍보도 하고 있으니, 전시관을 제법 잘 꾸며놓았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샌즈 엑스포 전시관의 총 면적은 12만 제곱미터다. 그 1층에 있는 유레카 파크에 참가하는 스타트업은 1200여개에 달한다. 전시관 자체가 실로 방대한데다 유레카 파크는 각국 스타트업이 모인 탓에 전시자가 부스를 잘 꾸미지 않으면 눈길 한 번 받기 어렵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너무 많은 스타트업이 몰려 있고, 99%는 처음 보는 곳이니. 체험이 가능한 부스나 신기한 물건이 놓인 곳, 관심이 가는 곳 위주로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

들어서자마자 프랑스가 압도적인 ‘물량공세’로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수탉과 함께 ‘라 프렌치 테크’라 쓰여 있는 박스가 프랑스 스타트업 부스 위마다 올려져 있었다. 이리로 오라, 인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람들도 자연히 라 프렌치 테크부터 들렀다.

라 프렌치 테크는 2013년 프랑스 정부가 출범한 프랑스 스타트업 네트워크 프로젝트다. 프랑스는 라 프렌치 테크를 통해 ‘하나의 스타트업 국가(Une startup nation)’를 만들고, 프랑스의 IT산업과 창업 생태계를 세계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CES 현장에서도 프랑스의 스타트업 육성 의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유레카 파크에는 310여개의 프랑스 스타트업이 있었다. 나라별로 스타트업을 분류하자면 독보적으로 많은 숫자다. 전시 규모나 꾸며놓은 모습을 볼 때 올해 유레카 파크의 주인은 단연 프랑스였다.

스위스는 그 규모는 작았지만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부스를 꾸며 차별화를 뒀다. 드넓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지친 관람객을 위해 벤치도 여럿 놓았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자주 외쳤다. 쉬려는 목적이든 와이파이를 쓰려는 것이든, 관람객이 스위스 부스에 일단 들어오게끔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스위스는 부스를 따로 만들지 않고 하나의 바 형태로 통일했다. 재치있게 느껴졌다. 일종의 서비스 센터처럼 보이기도 했다. 전시관의 성격과 잘 어울렸다. 관람객은 계속 묻고, 질문하고, 궁금해하고 참가 기업은 줄곧 대답하고, 설명하고, 이야기를 들려줘야 했으니. 사람들이 부담 없이 물어보게끔 하려는 설계였을까?

|대만 테크 아레나.

|발랄한 색상으로 전시관을 통일한 것뿐인데, 그것만으로도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효과가 있었다.

|이스라엘관은 이렇게 생겼다. (사진 출처=와우파트너스 김태현 대표 페이스북)

유레카 파크에는 한국 스타트업도 상당히 많았다. MIK 혁신 핫 스팟, 코트라(KOTRA), 경기도콘텐츠진흥원, 카이스트 등 다양한 곳에서 부스를 꾸려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KICTA(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149개 스타트업이 유레카 파크에 참가했다고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있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바람에 찾아다니기 어려웠다. 한국관 부스는 장소 선정이 좋지 않았다. 전시장 구석 자리에 있었던 탓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인들조차 “한국관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국관은 어디에 있나요?”
“아, 저쪽에도 하나 있는 것 같고. 또 저 끝에 구석 가시면 거기도 하나 있을 거예요. 또 뭐 대학에서 나온 곳도 있는 것 같던데.”

이쯤 되니 앞서 봤던 한국관의 현수막은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걸어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디자인도 딱딱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성남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라고 표기한 덕에 지나가던 관람객들이 “실리콘밸리?”라며 약간의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부스만 보면 한국 스타트업이 주목받기는 어려워 보였다. 엇비슷한 디자인에, 관람객이 끌릴 만한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한국관이 너무 뒤에 있어서 찾기 힘들더라. 구석에 있어서 많이 찾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부스를 전체적으로 ‘공무원스러운’ 디자인으로 만든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뛰어나고 세계적인 디자인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데 그걸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레카 파크에 부스를 차리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5제곱미터 당 1천달러, 우리돈으로 100만원 가량이다. 전기, 인터넷 사용료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300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단순 임차료만 이 정도다. 부스를 디자인하는 비용이나 광고비, 부스 관련 재료 등의 운송비, 설치비, 직원 출장비까지 추가되면 작은 부스 하나를 전시하는 데 최소 2천만원, 최대 4천만원이 들어간다. 한국 스타트업을 세계 무대에 알릴 절호의 기회, 되도록이면 스타트업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면 좋지 않을까.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라 프렌치 테크처럼 말이다.

한편, 매년 CES를 찾았다는 업계 관계자는 “전시장 자체가 너무 넓고, 점점 커지는 것도 문제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라며 CES 행사 자체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전시는 구경 온 사람들이 잘 보고 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실속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