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가 말하는 블록체인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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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앤드 컴퍼니(이하 맥킨지)가 1월4일(현지시간) 블록체인의 현주소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맥킨지의 세 파트너인 매트 히긴슨, 마리클로드 나두, 코우식 라즈고팔이 작성했으며 제목은 ‘블록체인의 오컴 문제(Blockchain’s Occam problem)’입니다.

오컴 문제는 ‘오컴의 면도날’을 의미합니다. 오컴의 면도날은, 가장 단순한 설명이 진실에 가까우며 그렇기에 불필요하게 복잡한 것은 면도날로 자르듯 쳐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낯선 표현일 수 있지만, 우리 일상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간단합니다. 깊이 생각할수록 더 많은 가정을 하게 되고, 결국 시간은 더 많이 들었지만 이상한 결론을 도출해 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맥킨지의 보고서는 이처럼 블록체인 역시 ‘오컴의 면도날’과 같은 딜레마에 봉착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직 현실에 블록체인 적용 사례를 보기 어렵다’라는 보고서의 논조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블록체인을 단순히 거품으로 보고 한계를 재단하기 위해 쓰인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 상황을 진단해 딜레마에 빠진 블록체인에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보고서 도입부에서 맥킨지는 블록체인의 위치를 진단하고, 블록체인이 지금까지 이루어 왔던 것을 되짚어 봅니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산업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극찬을 받아왔던 만큼, 금융부터 헬스케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장점 또한 명확합니다. 데이터를 비교적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고 중개자가 필요 없으며, 데이터 표준으로써 기업 간 협력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2017년에만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모은 자금이 1조 달러에 이르며, IBM과 구글 역시 이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봤을 때, 블록체인은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는 게 맥킨지의 진단입니다.

맥킨지는 가장 먼저 ‘투자한 돈과 시간에 비해 산출물이 미흡하다(given the amount of money and time spent, is that little of substance has been achieved)’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대다수는 아이디어 단계에 머무르며 개발 중이고, 실생활에 활용되는 사례는 드뭅니다.

| ‘도입’ 단계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블록체인 (사진=McKinsey & Company, Blockchain’s Occam problem)

맥킨지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라이프 사이클 분석’을 시도합니다. 라이프 사이클은 산업 혹은 제품의 수명 주기를 보여주는 것인데 도입기(pioneering), 성장기(growth), 성숙기(maturity), 쇠퇴기(decline) 4단계로 나뉩니다. 라이프 사이클에서 블록체인은 기술의 유아적인 단계인 ‘도입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에 봉착한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안정적이지 못하고(unstable), 비싸고(expensive), 복잡하고(complex) 규제되지 않았으며(unregulated),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selectively distrusted)는 한계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더욱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붐으로 라이프 사이클을 18-24개월 앞당길 수 있는 압력을 받게 됐지만, 오히려 암호화폐 랠리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견인하지 못한 채 간극이 벌어지는 괴리 현상이 생겨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시장에는 다른 기술들이 계속 발전해,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결제’ 분야조차 다른 핀테크 기술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오컴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쉽고 명확한 대안적 기술이 존재하는데, 투자의 제약이 뒤따르는 블록체인 분야를 택해야 하는가? 또한 그것이 과연 타당한 선택인가 혹은 기술적 붐(Hype)에 편승하는 것인가?

이러한 괴리와 도입기의 늪에 빠진 블록체인에 대해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맥킨지는 우선 명확한 문제점과 통점(pain point)를 진단해야 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블록체인을 도입했을 때 블록체인이 실용적인 솔루션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현재 시장에서의 기업의 위치에 근거해 투자하고, 명확한 비즈니스 사례를 통해 목표 투자자본수익률(ROI)을 정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의 가치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발생하기에 참여 형태, 소유권, 데이터 표준, 금융 계약 등을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와 명확히 조율해야 합니다. 활용 사례가 선택될 경우, 기업의 능력을 평가해 경제적,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트랜잭션 속도와 같은 구체적인 성능 목표를 정합니다. 그 후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개발, 생산, 마케팅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 프레임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맥킨지는 보고서에 제시된 솔루션들을 현재 단계에 적용하고 인내심을 갖는다면 블록체인이 ‘오컴 문제’의 정답이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 6대 카테고리에서의 블록체인 활용 사례 (사진=McKinsey & Company, Blockchain beyond the hype: What is the strategic business value?)

맥킨지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 활용 사례(use case)’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한 보고서가 많기에 기업들이 참고하기 좋습니다. 블록체인의 현 상황을 진단해보고자 한다면 이번 ‘블록체인의 오컴문제’ 보고서를 참고할 만하지만, 사업 모델을 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면 2018년 6월에 발표된 ‘블록체인, 과장을 넘어서: 전략적 사업 가치는 무엇인가? (Blockchain beyond the hype: What is the strategic business value?)’ 보고서를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보고서에는 각 산업별로 블록체인이 어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이러한 점이 사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주요한 블록체인 활용사례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비판하기보다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블록체인 활용에 집중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IT 연구 및 컨설팅 기업인 가트너의 하이퍼 사이클로 블록체인의 위치를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이퍼 사이클은 기술의 성숙도를 표현하는 그래프로, 기술이 과대평가됐다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주기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은 5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1-3단계입니다. 1단계인 기술촉발 (Technology Trigger) 단계에서는 새로운 기술 개념이 주목받지만, 아직은 상용화된 제품이 없고 기술의 실체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단계입니다. 이러한 주목은 2단계인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까지 지속되다가 명확한 결과물이 출현하지 못해 모두가 실망해 관심도가 최저에 이르는 3단계 환멸(Trough of Disillusionment)로 이어집니다. 그 후 기술은 안정적으로 발전해가고, 그에 따라 다시 주목받게 됩니다.

| 가트너의 블록체인 비즈니스 하이프 사이클 (사진=Smarter with Gartner)

하이퍼 사이클은 객관적이지 못하고 과학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현재 블록체인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어느 정도 닮았기에 참고해 볼 만합니다. 더욱이 가트너는 산업군 별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하이퍼 사이클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참고로 1월2일(현지시간) 발간된 <MIT테크놀로지리뷰>에서는 2019년에는 블록체인이 일반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술의 도입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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