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

[CES2019] 보쉬와 콘티넨탈이 보여준 부품사의 미래

2019.01.17

서교동에 사는 ㄱ씨는 오후 3시 장충동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ㄱ씨는 스마트폰으로 ‘셔틀’을 호출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셔틀이 배차됐다. 시간에 맞춰 셔틀을 타러 나간 ㄱ씨는 스마트폰 디지털 키로 차량을 ‘잠금해제’했다. 다른 승객이 이미 타고 있었다. ㄱ씨는 그 맞은편에 앉아 거리를 구경했다. 지루해진 ㄱ씨는 차량의 디스플레이로 장충동의 레스토랑을 미리 예약하고 최신 영화를 틀었다. 셔틀은 ‘달리는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영화에 푹 빠진 사이 장충동에 도착했다. 하차하자 스마트폰에 미리 등록된 카드에서 요금이 빠져나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음식점 앞에 도착한 ㄱ씨의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왔다. ‘띵동’. 영화에 정신이 팔렸던 ㄱ씨가 셔틀에 에어팟을 두고 내렸던 모양이다. 셔틀이 “이어폰을 두고 내리셨네요”라며 차량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에어팟의 사진을 보내왔다.

지난 1월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IT쇼 ‘국제소비자가전쇼(CES)2019’가 열렸다. 보쉬는 부스 앞에 콘셉트 카인 ‘IoT 셔틀’을 전시하고, 관람객에게 무인 셔틀의 예상 시나리오를 자세하게 들려줬다. 서교동 주민 ㄱ씨의 일일은 보쉬가 이야기한 예상 시나리오를 그대로 옮긴 내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세계 승차공유 시장 규모는 2025년이면 2천억달러에 달하고, 2040년경에는 3조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면 2040년 중국·미국·유럽 등의 신차 판매량은 지금보다 1300만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차량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소유의 필요성은 줄어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승차공유 시장과 결합하면 파괴력은 더 커지게 된다. 한국산업은행은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의 성장과 발전전망(2018)’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라이드쉐어링 서비스의 운전자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차량공유 서비스의 확산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예상했다.

이미 GM,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등 완성차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함께 플랫폼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자율주행 시대에 발 맞춰 진화 중이다. CES2019에서도 보쉬, 콘티넨탈 등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선보인 자율주행 콘셉트 카가 눈길을 끌었다.

보쉬는 2015년부터 ‘연결(Connectivity)’을 전면에 내걸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비롯한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사물인터넷(IoT)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보쉬의 목표다. CES2019에서 진행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마르쿠스 하인(Dr. Markus Heyn) 보쉬 부회장은 “우리는 IoT 선도 기업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신뢰 축적 ▲다양한 주행 환경의 데이터 확보 ▲과도하게 높은 가격 등의 이유로 자율주행차가 ‘셔틀’ 형태로 먼저 보급될 거라 보고 있다. 보쉬가 셔틀에 최적화된 종합 서비스를 준비해 들고 나온 이유다.

보쉬는 IoT 셔틀을 공개하면서 셔틀 기반 모빌리티에 필요한 부품, 시스템과 함께 예약, 공유, 커넥티비티 플랫폼, 주차, 충전 서비스 등을 총체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자신했다. 마르쿠스 하인 부회장은 “미래에 도로 위의 모든 차량은 보쉬의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 서비스를 스마트하고 매끄럽게 커넥티드 생태계에 통합시키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보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서 다임러와 손잡고 로봇택시 시범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일명 ‘로봇 개’들. 스위스 애니보틱스의 애니멀(ANYmal)이다.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인 콘티넨탈도 자율주행 부품 개발 및 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025년까지 아우토반에서 완전자율주행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콘티넨탈은 올해 CES2019에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에 배달 로봇을 더한 차세대 배송 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콘티넨탈의 자율주행 로봇 택시 플랫폼 ‘큐브(CUbE, Continental Urban Mobility Experience)’에는 ‘캐스케이딩 로봇’이 여러 대 들어가 있다. 큐브가 목적지에 도착해 배달로봇을 내보내면, 택배를 짊어진 캐스케이딩 로봇들이 집 앞 또는 우편함 앞에 택배를 전달하고 큐브로 돌아온다. 배송기사가 하고 있는 역할을 로봇이 대체하게 되는 셈이다.

콘티넨탈은 캐스케이딩 로봇을 통해 택배 배송의 마지막 구간인 ‘라스트 마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일주일 내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로가 붐비지 않는 새벽 시간에 배송 차량을 집중 운영할 수도 있다.

|콘티넨탈의 ‘큐브’

제레미 맥클레인 콘티넨탈 북미 시스템 및 기술 이사는 “우리의 비전은 배달 로봇을 운반하는 무인차량을 활용해 효율적인 운송 팀을 만드는 것이다”라며 “우리는 이미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면서 배달 로봇에 필요한 숙제를 해결해왔다. 배달 로봇은 자동차 솔루션만큼이나 진보적이고 강력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쇼핑의 증가와 메가시티의 성장은 택배 배송을 위한 독특한 솔루션을 필요로 한다. (콘티넨탈의) 무인 차량과 배달 로봇은 완벽한 해결책이 되어줄 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