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바이크 한국 주행 1년, 수원을 촘촘히 엮다

2019.01.23

공유자전거의 거품이 꺼지는 걸까. 무서운 속도로 세계 각국에 진출했던 중국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 2018년 10월에는 중국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오포가 한국 진출 9개월여 만에 철수했다. 두 달 뒤인 12월, 중국 오포 본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경쟁사인 모바이크도 지난해 4월 중국 배달 플랫폼 메이퇀에 인수된 이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모바이크 한국법인이 1년 만에 수원 인구 6명 중 1명이 탈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수원시 인구 120만명 중 2018년 12월 기준 모바이크 가입자 수는 22만명 정도다. 세계 평균 이용률은 대부분 도시 인구 10분의 1이 안 되는 수준이다. 모바이크 한국법인은 최근 피크 시즌 기준 월 단위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모바이크 내부에서도 한국에서의 성과는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수원에는 모바이크 공유자전거 5천대가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어요.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도 놀란 건 모바이크에서 브레이크이븐(손익분기점)에 도달한 첫 번째 나라가 한국이라는 겁니다.”

지난 달 역삼동 소재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모바이크 한국 황태선 대표의 말이다. 황 대표는 KT 스마트폰 사업팀장으로 근무했고, 2015년부터는 차량공유 업체 그린카의 본부장을 맡아 초기 사업 기반을 다졌다. 2018년 모바이크 한국지사 설립을 주도하고 1년여 동안 모바이크를 이끌어왔다.

국내 공유자전거 시장의 현황은 이렇다. 지난해 초까지는 지자체가 입찰 공고를 내면 공유자전거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다. 지금은 반대다. 지자체가 먼저 공유자전거를 들여오려고 요청하고 있다. 살아남을 만한 공유자전거 업체들만 남고 정리되는 바람에 수요공급 패턴이 역전된 것이다. 모바이크는 살아남은 자에 속했다. 그것도, 아주 잘. 규모가 적다면 적은 편이지만 잠잠하다 여겼던 국내 공유자전거 시장에서 들려온 흥미로운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모바이크가 수원에서 보낸 지난 1년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중국 본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고 일부 국가서도 모바이크가 철수하고 있다. 오포는 파산 위기고, 블루고고는 실제로 파산했다. 공유자전거 비즈니스 자체가 불안해 보인다는 시선도 많은데.

= 공유자전거 업계가 전체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90년대와 비슷하다. 벤처 1세대가 태동하는 시기라 ‘살림’을 못 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모바이크, 오포가 태동한 배경과 기업가치로 자본조달한 방식이 그때와 유사한데 그런 부분들에서 현실화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 본다.

전세계로 확장을 하는 것 자체가 자금이 들어오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의’ 버블은 꺼졌다. 다만 공유자전거 자체가 버블은 아니라고 보는 게 중국은 출혈 경쟁이 심해서 상황이 악화된 거다. 우리가 수원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한 건 그런 경쟁이 없어서다. 독점 비즈니스하는 나라와 아닌 나라의 차이가 있다.

– 구성원은 몇 명인가.

= 7명 있다. 공유자전거의 수거와 재배치는 아웃소싱하고 있다.

– 왜 수원을 택했나.

= 서울시는 ‘따릉이’가 우선이었고 수원시는 모바이크에 호의적이었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인구밀집도도 높은 도시였다. 공유자전거는 ‘도크리스(Dockless, 비고정형)’로 운영된다. 공유자전거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누군가 놓고 간 자전거를 근처에 있던 사람이 타고 갈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아야 한다. 지형도 적합했다. 모바이크 자전거는 기어가 없다. 언덕이 많은 곳에서는 서비스가 힘들다. 수원은 지형 자체가 편평해서 공유자전거 사업을 펼치기 좋았다.

지역이 갖춘 조건이 중요하다. 나중에도 전국을 커버할 생각은 없다. 적합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할 거다.

– 차량공유 비즈니스를 하다 공유자전거 시장으로 넘어왔다. 둘은 다를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이력이 모바이크 운영에 도움이 됐나.

= O2O이자 모빌리티의 시작이 차량공유 아닌가. 결국은 사람들을 우리 서비스에 가입시켜서 쓰게 하는 게 목표다. 자동차냐, 자전거냐. 이것만 다르지 완전히 똑같다.

우리는 특정 타깃을 공략하는 데 역점을 뒀다. 학생과 직장인. 차량공유도 여전히 대학생들을 통해 확산하려고 하는 게 있다. 그런 노하우들이 (모바이크에) 적용됐다. 성균관대, 아주대, 동남보건대 등 수원에 위치한 주요 대학하고 제휴를 맺고 대학가 중심으로 공유자전거를 확산해 나갔다.

– 시행착오는 없었나.

= 글로벌 기업이니까 글로벌 기준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 현지화가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 소비자 입맛에 맞게 했어야 했는데. 그게 시행착오였다.

또 초반에는 보증금 5천원을 받았다. 사용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공유자전거를 개인화하는 경향이 훨씬 적다. 기껏해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공유자전거를 갖다놓는 수준이라면 중국은 아예 집안에 가져가는 사례가 있다. 세계 평균으로 봐도 우리나라는 시민 의식이 높은 편이다. 보증금 반환 비용이 더 많이 들 정도였다. 사용패턴에 맞춰 제도를 바꿨다. 그래서 지금은 보증금이 없다.

– 현재 이용 요금이 20분에 500원이다. 사업을 하기에는 요금이 너무 저렴하지 않나. 

= 공유자전거는 표준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액권 판매 싸움이다. 월 요금제로 운영하는 ‘먼슬리 패스’가 우리의 핵심 상품이다. 이용자의 80%는 정기권을 끊어서 타고 있다.

자전거로 수익을 내려면 ‘가동률’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타게 하는가’를 보는 거다. 자전거는 대중교통 수준의 가격저항선이 있어서 1천원 미만은 사용자가 지불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1천원이 넘어가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출혈경쟁은 치명적이다.

우리도 수원에서 오바이크(수원에 진출했던 싱가포르 소재 공유자전거 업체)와 경쟁을 했지만 괜찮았다. 여러 회사가 덤벼드는 시장이 되면 중국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당분간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 그렇게 보는 이유는 뭔가.

= 공유자전거는 일단 눈에 많이 보여야 한다. 많이 보이면 자기 자전거가 있어도 탄다. 우리는 자전거 5천대부터 사업이 굴러간다고 보고 있다. 자전거를 100대를 돌리든 300대를 돌리든 필요한 관리 인력은 비슷하다. 그래서 기본 단위를 1천으로 시작한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사업이다. 대수를 덜컥 늘리는 건 다른 사업자 입장에서 어려운 일이다. 발주를 할 때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 사실 인지도 외에 공유자전거 업체 간 차이를 알기 어렵다.

= 서비스는 같다. 기술적인 차이는 있다. 우리 같은 경우 통신망을 가지고 있다. 유심칩이 있고 모뎀이 들어가 있다. 그걸 통해 관리를 한다. 나머지 회사들은 GPS를 탑재하고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GPS는 기본적으로 오차범위가 50m다. 위치를 찾을 때 GPS가 없으면 안 보인다. GPS보다 정확한 지점에, 자전거 배터리가 나가지 않는 한 볼 수 있어서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한다.

– 계절에 영향을 받지는 않나. 평소에는 타는 사람이 많아 운영이 잘 되더라도 지금 같은 겨울에는 수익에 지장이 있을 듯한데.

= 겨울을 나려면 정액권을 많이 팔아야 한다. 추우면 덜 타기는 해도 특정 지점을 왔다갔다하는 이용자에게는 자전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매출이 100이었다가 0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한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사업 계획을 짤 때 성수기, 비성수기 계획을 미리 짜고 움직인다. 겨울은 공유자전거를 거둬들이고, 정비한다.

공유자전거는 위치가 표시돼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사용자가 자전거를 타면서 배터리를 발전시키는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타지 않으면 (배터리가) 방전된다. 위치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수요 예측해서 많이 타는 곳 위주로 자전거를 가져다 놓고 추울 때는 뺀다.

– 월 단위 요금제 외에 또 다른 수익모델이 있나.

= 수원시 소재의 대기업과 법인형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법인형 모델은 전세계 공유자전거 업계를 통틀어 한국 모바이크가 최초다. 재무적으로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업이 연간 단위 계약을 하고 직원은 무제한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교통유발부담금이 있다. 대기업 사업장은 자체적으로 직원들에게 자전거를 타게 하고 그랬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리가 잘 안 되고 그랬다. 우리는 IT가 기반이고 이동 동선 같은 통계도 제공해주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자에게) 맡기는 편이 좋지 않겠나. 기업에서 먼저 공유자전거 업체들에게 제안을 해왔다. 기획안을 잘 짜서 우리가 하게 됐다. 우리 입장에서는 관리가 수월하다. 분실 염려도 적고 자전거 훼손도 거의 없다. 수익성은 높고 운영단가는 낮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 매년 서울시 ‘따릉이’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따릉이를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왜 따릉이는 적자에 허덕이는 걸까.

= 시스템의 차이다. 우리는 빅데이터 분석을 운영에 활용해 비용을 절감한다. 실시간으로 자전거 동선을 짜서 움직이니까 인력 활용 등을 최소한으로 쓴다. 서울시는 자전거 배치 자체를 정거장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에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어느 정도의 질서유지는 필요하지만 도크리스가 사용자 편의성과 사업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도 이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 공유자전거 사업을 이끌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 지자체를 대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 가격에 대한 결정 권한은 민간 사업자에게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지 않나. 수요가 많아지면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격을 못 올린다거나, 스타트업에게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라고 한다거나. 규제가 관리 비용 부담으로 다가오는 점이 있을 때 어렵다.

–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상반기부터 알톤스포츠, 삼천리자전거 등과 손잡고 전기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모바이크는 일반 자전거다. 전기자전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나.

= 우리도 넥스트를 전기자전거로 보고 있다. 다만 전기자전거 상용화가 되려면 충전이라는 변수가 있다. 충전 시설이 여기저기에 있어야 한다. 그게 범용화돼서 퍼져나가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규제도 발생할 거다. 요금도 문제다. 전기자전거를 운영하려면 6천원은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은 1천원 정도인데 자전거로 가는 거리보다 좀더 가는 거리를, 몇 배의 가격을 주고 사람들이 탈 것인가. 이게 관건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바이크도 중국에서 e모빌리티를 하고는 있는데 확산은 판단 못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가 한다고 하면 좋은 시도다.

– 지난해 미국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라임이 기업가치 1조원을 상회하는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설립 1년 만의 일이다. 우버는 지난해 4월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점프바이크를 인수했다. 공유자전거가 대중교통과 도착지 또는 목적지 사이의 거리를 일컫는 ‘퍼스트-라스트 마일(이하 라스트마일)’을 담당하게 될 거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라스트마일이 중요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 먼저 나는 라스트마일에 공유자전거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다. 무동력이면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합된 교통시스템 중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공유자전거가 들어간다는 관점이다. 대중교통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을 커버하던 게 마을버스, 택시다. 공유자전거도 그 역할을 하는 거다.

중국은 규모가 있다 보니 이미 마을버스를 대체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교통수단에 따라 상권이 바뀐다는 거다. 마을버스 다니는 것하고 자전거 다니는 길은 다르다. 빅데이터로 이동경로를 알 수 있으니까 돈을 더 벌 수 있다. 동시에 데이터, 시간, 인력을 줄일 수 있다.

공유자전거를 통해 라스트마일의 이동경로 분포를 트래픽으로 볼 수 있는데 이건 스마트시티의 교통수단 포트폴리오가 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라스트마일 데이터를 확보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도시정책까지 관여되는 수준을 생각하는 건 아니고 관리는 가능하다 본다.

– 1년간 모바이크를 이끈 소회를 간단히 말한다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보람 있었다. 통신사 출신이라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모바이크를 택한 것도 그래서다. 창업자들이 우버 출신이라 그런지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어 정말 놀랐다. IT에 대한 갈증이 해소됐다.

– 앞으로의 계획. 특히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 자생이다. 한국 모바이크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은 법인 특화모델 영향이 컸다. 올해 기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다른 도시로도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이미 수원에서 사업성을 검증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 본사 차원에서는 앱이나 자전거 부착 광고 등 광고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 추가 수익사업이 시작될 거다.

– 2019년 공유자전거 시장을 전망한다면.

= 지난해 모바이크와 오포가 들어오던 때처럼 확장되지는 않을 거다. 선별적으로 사업이 커져도 가속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각 도시가 공유자전거의 효용을 느끼고 인접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보이지 않을까. 민자 유치해서 교통수단 제공하는 것, 지자체 돈도 안 들고 민원 걱정 말고는 손해볼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점점 더 확산될 거라는 관점이다. 플레이어들은 작년 시속 100km로 달리려 했다면 올해는 40km 정도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