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보니] ‘한국판 CES’, 엇갈린 평가들

2019.01.31

“졸속 행정이다.”
“CES에 나온 제품을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하고 좋다.”

‘한국판 CES’로 불리는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개최 전부터 관 주도의 급조된 행사라는 논란을 빚었던 만큼 행사 첫날부터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실제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롤러블 TV’ 등 CES에 출품됐던 첨단 제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기업들은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자사 기술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평과 함께 좁은 공간, 촉박한 기간, 절차가 아쉽다는 얘기가 나왔다.

| 삼성 219인치 6K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더 월’을 감상하는 관객들

CES 신기술이 눈앞에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는 지난 1월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31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 참여한 국내 기업의 핵심 제품과 혁신 기술이 전시됐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랩스를 비롯해 중견·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 총 35개사가 참가했다. CES에서 큰 환호를 받은 LG 롤러블 TV와 네이버랩스 5G 로봇 팔 앰비덱스 등이 행사 첫날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첫날 오후 3시, 언론이 빠진 한산한 시간에 방문했는지만 행사장은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붐볐다. LG전자 부스에 전시된 ‘롤러블 TV’를 지켜보던 장병일 씨는 “신문에서 롤러블, 롤러블 해서 궁금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너무 신기하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CES에 나온 제품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은 자극이 됐고, 내년에도 CES에 출품됐던 것들이 이렇게 전시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영국인 마크 씨는 “영국에는 아직 이런 기술이 없는데 되게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최 아무개 씨도 “CES 관련 기사를 봤었는데, 눈으로 보니까 좋고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 5G 로봇 팔 ‘앰비덱스’를 설명 중인 석상옥 네이버랩스 헤드

전시 부스를 차린 기업들도 생각보다 많은 관람객이 찾아 열띤 홍보에 나섰다. 네이버랩스 석상옥 헤드는 “네이버의 기술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런 자리가 마련돼 좋다”라며 “단, 행사 공간이 좁아 자율주행 로봇을 시연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특히 노출 기회가 적은 스타트업들은 이번 행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현장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민에게 홍보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했었는데 기회일 수 있다”라며 “오늘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이나마 노출될 기회는 된 거 같다”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CES는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고 국내 스타트업은 CES에서 조명을 받기 힘든데, 이곳에서 한 번 더 보여줄 기회가 있어 좋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루 만에 사라진 롤러블 TV

기업들은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대체로 절차적인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CES에서 전시한 제품이 한국에 아직 돌아오지도 않은 탓에, 기업들은 전시품을 급히 수급하느라 애를 먹었다.

유진로봇의 고카트는 부스 한쪽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부스가 작아 시연을 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맥주 제조과정을 자동화한 혁신제품 ‘LG 홈브루’를 CES 2019에서 공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맥주를 직접 내려주는 시음회를 진행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제품을 전시하는 데 그쳤다. 2주 전에 미리 캡슐을 넣어야 맥주를 마실 수 있는데, 일주일 전에 전시회를 통보받았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던 것이다.

|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

LG 롤러블 TV는 하루만에 자리를 비웠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은 돌돌 말리는 OLED TV로 CES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번 ‘한국판 CES’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제품이다. 하지만 행사 둘째 날인 30일부터 해당 자리는 투명 OLED 사이니지 제품이 대신했다. ‘8K OLED TV’는 ‘LG 시그니처 OLED TV W’로 대체됐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전시 일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전시품목 일부를 변경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임원 방에 있던 개발 제품을 급하게 가져오는 등 전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 일자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이번 행사는 화, 수, 목 3일 동안 진행된다. 화요일은 낮 12시부터, 수요일과 목요일은 오전 10시부터 문을 연다. 폐관 시간은 오후 6시로 3일 내내 동일하다. 이 시간대에 전시장을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인파가 제법 몰렸지만 DDP를 방문한 이들이 둘러보러 온 경우가 많았다. 참가 기업 관계자는 “급하게 시작한 점이 아쉽지만 일반인에게 혁신 제품을 공개할 기회가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평일이고 오후 6시면 전시가 끝나지 않나”라며 “직장인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도 올 수 있게 주말을 껴서 진행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왔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CES 2019에 참가했던 스타트업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CES에 가는 이유는 유통사, 투자자,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서다. 보통은 낮에 행사가 진행되고 밤에는 업계 관련자들끼리 프라이빗 파티나, 밋업 등이 열리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들여가는 것”이라며 “최종 소비자나 정부 관계자에게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업체 자체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새소식]

본문 내용 중 “LG전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맥주 제조과정을 자동화한 혁신제품 ‘LG 홈브루’를 CES 2019에서 공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맥주를 직접 내려주는 시음회를 진행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제품을 전시하는 데 그쳤다.” 부분에 대해 LG전자 쪽에서 해명을 보내와 게재합니다. LG전자는 “홈브루는 미국 CES 전시장에서 시음회를 진행한 바 없으며, 나파밸리에서 미디어 대상 체험부스를 따로 운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2019년 1월31일 오전 10시37분)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