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명, 공생은 가능한가

"카풀이 많은 사회 갈등을 빚고 있는데 기존 산업과 안정적인 전환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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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인 수준이 아니라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겁니다. 5-6년 후에는 자율주행차나 통합 교통 서비스가 실현되고 늦어도 2030년에는 상당부분 서비스가 이루어질 거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포용적 성장,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본주의적인 틀 속에서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월30일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한국교통연구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교통안전공단 주관으로 열린 ‘스마트 모빌리티 미래 비전 세미나’에서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공생의 틀 속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전세계는 지금 ‘탈 것’들의 전쟁 중이다. 공유 전동스쿠터, 공유자전거, 차량공유, 승차공유 등 각종 이동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간 갈등이 빚어지며 모빌리티 서비스가 화두가 됐다. 국토부 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각계 각층 전문가가 모여 모빌리티 혁신이 국민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논의하고 다가올 미래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운전면허를 따는 비율이 젊은 층으로 갈수록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이 가난해서 차를 살 돈이 없는 거라고도 하는데, 팩트는 운전을 싫어한다는 것”이라며 “운전할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의 가장 큰 경쟁자는 스마트폰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또 “우버 등 대체재가 나오면서 (운전을 안 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 젊은 세대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새로운 세대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우버의 등장을 기점으로 이동은 ‘주문 가능한’ 서비스로 진화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준상 국토교통부 신교통개발과 과장 역시 “이동이라는 개념이 바뀐 것 같다. 과거에는 이동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의 말인 교통이라 말했다”라며 “최근에는 이동이 서비스, 재화의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짚었다.

“다른 재화와 다른 점은 소비를 지연시키기 어렵고 그때 소비하지 않으면 재화의 필요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밤12시 집에 가야 하는데 소비할 수 있는 택시가 없으면 그 소비는 사라지죠. 적절한 서비스가 대응하지 않으면 사회 부가가치가 사라지게 된다는 겁니다.”

황기연 홍익대학교 교수는 “운수사업을 하던 우버 등 기업들이 거기서 쌓은 빅데이터를 가지고 지금은 엄청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그랩 기업 가치는 50조였는데 오늘 보니 그랩 기업 가치가 110조더라”라며 “이들이 하는 일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고 세상을 바꾸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가치가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6년 OECD 국제교통포럼(ITF)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교통수단을 모두 ‘주문형 공유 차량’으로 대체하는 가상실험을 진행했다. 보고서에 담긴 예측에 따르면 주문형 교통 시스템을 리스본에 도입할 경우 기존 도시에서 통행하는 차량의 3% 수준으로도 모든 이동 수요를 해결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분의 1로 줄일 수 있으며 주차 공간의 95%가 불필요해진다.

그러나 혁신이라는 단어가 모두에게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 승차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국내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오 원장은 “모빌리티 혁명은 산업화 시대 러다이트 운동에서 겪었듯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신산업과 구산업의 갈등, 일자리 불안 등 해결할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라면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취약층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이나 혁신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약 기반 공항 픽업 서비스 벅시를 운영하고 있는 이태희 대표는 “택시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우리 국민이고 나머지도 우리 국민”이라고 강조하며 “일자리 감소에 대해 우리(사업자)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혁신을 일으키는 플랫폼 회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거다. 혁신의 이익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택시업계가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가하면서 갈등이 봉합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전략혁신기획단 단장도 비슷한 관점을 제시했다. 이 단장은 “새로운 산업이 생기면 기존 산업과 갈등이 생긴다. 카풀이 많은 사회 갈등을 빚고 있는데 기존 산업과 안정적인 전환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며 “기존 산업이 살 수 있는 구조를 안 만들어주니까 자꾸 반발이 생기는 거다.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신산업과) 협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형 모빌리티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택시와 카풀업계 간 갈등의 현장에 있는 박 과장은 “신산업과 전통산업의 갈등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라면서도 “카풀은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의 틀을 먼저 만들고 나서 갈등이 표출됐으면 대화로 해결될 여지가 많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시장에서 먼저 갈등이 일어나고 첨예하게 대립하니 조정하기가 어려웠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황 교수는 “거대한 위원회를 만들어 기한을 두고 답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중요한 공유경제나 사회 기술이 침투해 들어오는데 그것을 몇 사람, 기업의 이해관계로 (해결)되는 게 근시안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국가에서 공유경제를 단순히 기업 간 갈등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보고 서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손해보는 곳은 이익보는 곳이 보상하고, 잘못된 규제는 철저하게 완화해야 합니다. 왜 택시는 카 셰어링을 못하는지, 왜 택시는 요금을 자율화하지 못하고 합승을 못하는지 철저한 검증을 거쳐 필요한 구산업에 대한 규제를 허물어야 합니다. 정부는 칸막이 규제에서 손을 떼고 위원회는 서비스 차원에서 풀 수 있도록 운송사업을 민간의 손에 넘겨주는 가이드라인을 창출해서 그 기반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의 패러다임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한편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기업 역시 철저히 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정책위원은 “정부 주도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민간도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웨이모, 이모션, 모이아, GM 크루즈 등 글로벌 기업들은 다들 자체적으로 모빌리티 회사를 만들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같이 딱딱한 조직에서는 트렌드를 못 쫓아가기 때문에 변화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도 어떻게 변화하고 대응할 것인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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