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는 ‘아이디어’로 그쳤던 블록체인 폰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시린랩스의 블록체인 스마트폰인 ‘핀니’는 2018년 11월 출시됐고, 대만의 HTC는 1월부터 사전 주문을 받았던 ‘엑소더스원’의 첫 번째 배송을 마쳤습니다. 펀디엑스는 2019년 2분기 ‘엑스폰’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블록체인 관련 상표를 국내외 출원해 스마트폰에 블록체인을 적용할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각 기업이 제시한 ‘블록체인 폰’의 모습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블록체인 폰 핀니, 사진 = 시린랩스, Media Kit

블록체인 폰, PC 개발을 위해 큰 규모의 ICO를 진행한 시린 랩스

시린랩스(SIRIN Labs)는 2018년 11월30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블록체인 스마트폰 ‘핀니(FINNEY)’를 출시했습니다. 시린랩스는 스위스에 소재를 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으로 2016년 ‘세계 최고의 보안’을 모토로 하는 스마트폰 ‘솔라린(Solarin)’을 출시한 이력이 있습니다.

시린랩스는 2017년 12월에 블록체인 스마트폰 개발을 위해 ICO를 진행하여 1억5700만 달러(한화 약 1747억)를 모금했습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ICO 중 4번째로 큰 액수입니다. ICO 당시부터 시린랩스의 목표는 시린 OS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과 PC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록체인 폰이 시린랩스의 주력 사업인 셈입니다.

핀니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시린 OS를 기반으로 합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다른 점은, ‘세이프 스크린’이라 부르는 듀얼 스크린이 장착되어 콜드월렛 역할을 하며, 암호화폐 거래소에 접속하지 않고도 암호화폐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블록체인 디앱 어플리케이션이 내장되어 있기도 합니다. 애플의 하청업체로 아이폰을 제조하기도 하는 대만기업 폭스콘이 핀니를 생산하며, 가격은 999달러입니다.

블록체인 폰을 개발한 이후 이들의 다음 목표는 시린 OS 기반의 블록체인 PC를 만드는 것이라 합니다. 우리나라 체인파트너스의 자회사이자 암호화폐 결제 기업인 코인덕과 제휴를 맺기도 했습니다.

CES2019에서 엑스폰에 대해 설명하는 펀디엑스 CEO 잭 체아, 사진 = 펀디엑스 보도자료

‘블록체인 폰’ 개념 선점 나선 펀디엑스

펀디엑스(PundiX)는 2018년 10월11일 처음으로 블록체인 스마트폰 ‘엑스폰(Xphone)’을 공개했습니다. 펀디엑스는 블록체인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결제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2017년 10월에서 2018년 1월까지 ICO를 진행했습니다. 퍼블릭 세일에서 3500만 달러(한화 약 391억)를 모금하며 하드캡(모금 목표 금액)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가전쇼(CES) 2019에서 펀디엑스는 ‘엑스폰’을 비롯해 POS 디바이스 ‘엑스포스(XPOS)’, 지불카드 ‘엑스패스(XPass)’와 어플리케이션 ‘엑스월렛(XWallet)’을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엑스폰은 블록체인 소프트웨어인 ‘펑션엑스(Function X)’를 기반으로 합니다. 또한 기존의 HTTP 프로토콜이 아닌 ‘FXTP’라는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통해 데이터를 교환하고, 데이터는 탈중앙화 스토리지인 ‘IPFX’에 저장합니다. 엑스폰의 시제품은 블록체인 모드와 안드로이드 모드 두 가지를 동시에 지원하는데, 블록체인 모드를 쓸 경우 이동통신사는 필요없지만 와이파이와 같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엑스폰은 모든 기기가 블록체인의 노드 역할을 합니다. 펀디엑스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전화를 걸 때 휴대폰 번호가 아닌 각 디바이스의 계정 이름을 입력합니다. 펀디엑스는 2019년 2분기에 엑스폰을 정식 발매할 예정이며 정확한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1천 달러 아래로 판매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펀디엑스는 블록체인 결제 디바이스인 ‘엑스 패밀리(X-Family)’ 라인의 일환으로 엑스폰 출시를 기획하고는 있지만, 출시 목적은 수익성보다는 ‘블록체인 폰’에 대한 개념 제시에 가깝습니다. 베타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펀디엑스의 부사장인 페코 완은 ‘펀디엑스는 블록체인 스마트폰을 통해 수익을 남기는 기업이 아니며, 삼성전자나 애플과 같은 제조사가 펑션엑스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출시해도 좋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엑스폰이 펀디엑스의 엑스 패밀리 라인 일부로 ‘블록체인 폰’에 대한 컨셉을 제시하는 시도에 그칠지, 주력 상품이 될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HTC의 엑소더스1 이미지, 사진 = 엑소더스 프레스 룸

블록체인 폰으로 과거 영광을 꿈꾸는 대만 HTC

대만의 HTC 역시 블록체인 스마트폰인 ‘엑소더스원(Exodus1)’을 개발했습니다. 지난해 10월23일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하여, 지난 1월14일 예약된 물량을 처음으로 배송했습니다. HTC는 스마트폰 ODM 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며 성장해오다 자체 스마트폰을 출시해 2012년에는 휴대폰 판매량으로 세계 5위 브랜드로 올라서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VR 분야에 집중해왔습니다.

엑소더스원은 다른 블록체인 폰처럼 ‘보안’을 강조하며, ‘자이온(Zion)’이라는 암호화폐 지갑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블록체인 폰과 다른 점은 ‘소셜 키 복구(Social Key Recovery)’입니다. 가까운 지인의 연락처를 등록해, 분실 등 암호화폐와 휴대폰을 관리하기 위한 ‘키’를 복구해야 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브라우저인 ‘브레이브(Brave)’를 기본 브라우저로 채택했습니다. 브레이브로 접속하면 기존 브라우저에서 뜨던 광고가 차단됩니다. 차단된 광고 대신 브레이브에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의 광고가 나가게 되고 유저들이 광고를 시청하겠다고 선택할 시 암호화폐 BAT(Basic Attention Tokens)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이외에 이더리움 기반 고양이 수집 게임인 ‘크립토키티’ 디앱을 내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엑소더스원은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세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지만 현재(1월31일) 비트코인 기준으로 770달러 상당입니다.

갤럭시 S10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과 블록체인 키스토어 앱의 모습, 사진 = SamMobile

국내외 블록체인 상표 출원한 삼성전자, 블록체인 얼마나 깊이 접목할까?

2018년 12월10일, 삼성전자가 유럽에서 블록체인 관련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해당 상표는 ‘블록체인 키박스’, ‘블록체인 키스토어’, ‘블록체인 코어’ 세 가지로 유럽 특허청(EUIPO)에 신청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블록체인을 사업에 적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되어 큰 이슈가 됐는데, 지난 1월23일 곧 출시될 갤럭시 S10을 찍었다고 주장하는 사진이 퍼지며 이러한 이슈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해당 사진에는 S10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 화면이 나타나 있으며, 화면에는 영문으로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당신의 암호화폐를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입니다’라고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삼성이 지난달 유럽특허청에 출원 신청을 했던 상표였기에, 곧 출시될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콜드월렛이 탑재될 것이란 예측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후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도 ‘삼성 크립토 월렛’, ‘삼성 블록체인 월렛’, ‘블록체인 키박스’, ‘블록체인 키스토어’, ‘블록체인 코어’ 다섯가지 상표를 출원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오는 2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될 갤럭시 S10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삼성이 암호화폐 지갑만을 탑재할지, 블록체인 기술을 다른 기능에 접목할지 정확히 알려진 바 없습니다. 기술 적용의 범위나 깊이와 상관없이,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삼성 스마트폰인 만큼 블록체인 관련 기술이 도입되느냐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블록체인 폰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발 지점, 출시 목적은 제각기 다르지만 1세대 블록체인 폰 시장을 둘러싼 선점경쟁이 본격화했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보안을 강조하며 암호화폐 지갑과 결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 컨셉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서비스 디테일에는 차이를 보입니다.

시린랩스의 핀니는 거래소가 없이도 암호화폐를 교환 및 변환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와 교환도 가능합니다. 지금까지는 암호화폐 교환을 위해서 대부분이 ‘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소’에 의존하고 있지만, 핀니가 제시한 이러한 컨셉을 통해 중앙화 거래소 카르텔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HTC는 브레이브와 손잡고 브레이브를 기본 브라우저로 채택하여 암호화폐 BAT의 새로운 생태계를 자신들의 블록체인 폰 안에 조성했습니다. 펀디엑스는 ‘숫자 다이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소셜미디어의 아이디와 같이 각 계정의 이름으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컨셉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폰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폰은 틈새 분야이기는 하지만, 블록체인조차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뚜렷한 수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적으니 대규모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추기 어렵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탑재된 폰을 위해 700-1천 달러를 지불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layla1105@level.foundation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그리고 세상을 움직이는 것들에 호기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