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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뭐 볼까? 추천 웹툰·드라마 10선

2019.02.03

설 연휴다. 금요일 저녁, 그리고 토일월화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아 보였지만 ‘빨간 날’은 정신없이 지나가는 법이라. 벌써 일요일이다. 이 아까운 시간을 혹여나 무료하게 보내지는 않도록, 남은 며칠 동안 시간이 나면 볼 만한 웹툰과 드라마 10선을 추려봤다.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

픽사 영화《인사이드 아웃》은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감정’이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이동건 작가의 웹툰 《유미의 세포들》도 이와 비슷하다. 이성세포, 감성세포, 명탐정 세포, 사랑 세포 등 다양한 세포가 주인공 유미의 머릿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유미의 행동을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유미의 연애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전 휴재가 끝났으니 이참에 다시 정주행을 하는 건 어떨까. 아직 한 편도 안 봤다고? 이미 350화나 쌓여 있으니 걱정 말고 시작하시라. 짬날 때 보기 좋은 웹툰이다.

좀비딸

대한민국에 갑자기 ‘좀비’가 출몰하고, 수십만명이 죽었다. 그로부터 1년.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좀비, 딸 ‘수아’를 지키는 아버지 정환의 이야기다. 제목은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을 줄여 《좀비딸》. 이렇게만 써 놓으니 감동극처럼 보인다. 실상은 코믹 요소가 가득하다. 웹툰에서 좀비는 볼 만큼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할머니는 좀비인 수아를 ‘효자손 비기’로 거뜬히 제압한다. 수아도 할머니 앞에서는 무서워서 딴청을 피운다. 효자손에 겁 먹는 좀비를 볼 수 있다. 고양이 ‘애용’이의 감초 역할도 덤이다.

재미있지만 수아의 정체가 탄로나면 바로 사살되는 상황이라, 쫄깃한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수아는 좀비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정환은 지금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문래빗

달에는 수세기 전 용왕에게 몰락한 토끼일족이 살고 있다. 인간 소년 ‘도생원’도 함께다. 토끼는 지구에서 인간 도생원을 유괴, 용왕 세력을 끝장낼 인간 병기로 길렀다. 토끼는 도생원에게는 ‘피의 복수’에 대해 알리지 않은 채 도생원과 지구로 온다. 그래서 도생원은 해신고등학교를 열심히 다니는 중이다.

킬링 파트는 도생원이 지나치게 순진무구하다는 사실. 본인이 인간 병기급 괴력의 소유자라는 것도 잘 모르고, 달나라 출신이라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를 좀 겪고 있다. 자신을 빤히 보는 도생원에게 화가 난 일진이 부들부들거리며 “죽고 싶다면 죽여줄게”라고 하자 ‘가만히 앉아 살해당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일진을 힘차게 때려준다거나, 실수로 학교를 부순다거나….

다음웹툰

우두커니

명절을 맞아 이 웹툰도 권하고 싶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다.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일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던 이들이라면 가슴 아프게 공감할 거다. 나는 매 화마다 눈물을 쏟는 중이다. 때로는 웹툰을 보며 숨을 편하게 쉬는 것조차 당황스러워서 잠깐 쉬었다 보기도 했다.

내 평생을 함께한 소중한 가족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무리 가족이라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것은 얼마나 무거운 일인가. 웹툰을 통해 아주 조금이나마 그 무게를 체감할 수 있다.

구리의 구리구리 컴백

구리의 개그 일상 웹툰이다. 웹툰인데 귀가 아픈 듯한 착각이 든다. 학창시절 반에서 가장 시끄럽게 떠들지만 결코 밉지 않았던, 친하지 않아도 걔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풉’하고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던 친구를 보는 것 같다. 그림이 생동감이 넘쳐서, 실사 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일상보다도 그림이 너무 웃기다.

유사과학 탐구영역

“스마트폰에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였다고? 대체 왜 TV나 컴퓨터 옆에 전자파 차단한다고 선인장을 가져다 놓는 거야? 뭐? 한국인은 채식을 많이 해서 서양인보다 장이 길어서, ‘한국형 유산균’을 먹어야 한다고?”

그렇다. 이 웹툰은 유사과학을 과학으로 ‘팩트폭행’하는 웹툰이다. 문과생인 본인은 보다가 조금 많이 찔렸다. ‘아니, 이게 전혀 효과가 없었단 말이야?’라거나 ‘이거 안전한 거였어?’라거나. 명절 대화 주제로 던지면 족히 몇 시간은 열정적인 토론이 벌어질 법한 얘기들이 담겨 있으니 참고하자.

왓챠플레이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나는 오직 이 드라마를 위해 왓챠플레이를 결제했다. 내용은 이렇다. 파견직으로 일하다 직장을 잃은 모리야마 미쿠리(아라가키 유이)가 회사원 츠자키 히라마사(호시노 겐)의 집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다 ‘계약결혼’을 하게 된다. 계약결혼에서 이미 판타지가 가미돼 있지만 드라마가 귀여우니까 넘어가자.

명목상 결혼이지만, 모리야마는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동거인으로 ‘채용’된 거다. 츠자키는 고용주의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고, 모리야마는 종업원으로서 최대한의 노력을 쏟으며 가사노동에 종사한다. 그러면서 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진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급료를 주던 가사노동자와 사랑에 빠져 진짜로 결혼하게 된다면, 고용주와 종업원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실리콘밸리

내내 위태롭다. 그러나 응원하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봤다. HBO의 드라마 《실리콘밸리》는 ‘피리부는 사나이(Pied piper)’라는 스타트업의 좌충우돌 실리콘밸리 생활을 다룬다. 천재 개발자 리처드 헨드릭스는 음악 검색 서비스를 만들면서 개발한 무손실 데이터 압축 알고리즘 덕에 거액 투자를 받고 창업을 하게 된다. 개발만 하던 천재 개발자가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각종 문제가 생긴다. 사실 리처드 헨드릭스는 보다 보면 속이 터진다. 다른 인물이 나올 때가 더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사탄을 숭배하는 실력 있는 개발자 길포일, 그리고 양심에 따라 움직이지만 왠지 모르게 히틀러 신봉자로 의심되는 IT 대기업 출신 재무담당자 재러드다.

이야기의 중심은 이 무손실 데이터 압축 기술로 어떤 서비스를 만드는가다. 기술은 대박인데 서비스도 대박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이 진행돼 흥미를 더한다.

넷플릭스

밴더스내치

프랑스의 어느 철학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맞다. 인생은 연속된 선택의 총체다. 그런데 당신의 선택으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면 어떤가. 전화를 받을지, 말지. 어떤 시리얼을 먹고 어떤 음악을 들을지. 회사에서 일할 건지, 집에서 일할 건지. 그 모든 것을 당신이 선택할 수 있다면.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영화다. 1984년 게임 개발자 스테판은 판타지 소설 ‘밴더스내치’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든다. 게임 개발에 몰두하던 스테판은 혼란스러운 상황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당신의 선택은 스테판의 게임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물론 이건 영화니까, 새로운 선택으로 얼마든지 다른 결말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스테판은 몇 번이고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겠지만.

킹덤

킹덤을 추천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했다. 부패한 조정과 굶주린 백성, 위기의 조선. 많이 보던 설정이다. 여기에 죽은 자가 밤마다 살아나 산 자의 피와 살을 탐하는, 끔찍한 역병이 돌기 시작한다는 것만 빼면. 그조차 ‘창궐’에서 보긴 했다. 아무튼 킹덤은 좀비가 안 나올 땐 재미없고, 좀비가 나오면 재미있다. 그리고 좀비가 나오다 갑자기 끝난다. 어찌됐든 좀비물이 좀비가 나올 때 재미있으면 제 역할은 다한 거겠지. 1, 2화는 정말 재미없다. 속도가 나는 건 3화부터다. ‘사극 패치’가 덜 된 배우들로 인해 아쉬움은 있다. 중국어 더빙에 한국어 자막으로 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그게 나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