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으로 촉발된 산업화 시대의 세계관은 세상을 잘게 쪼개어 보는 분석에 기초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의미에 초점을 둔 정보화 시대의 세계관은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 숲을 보는 종합을 기본 방법론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보화의 화두 중 하나인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가 과거 산업화 시대의 분석 위주의 접근법과 유사한 모듈화에 기초하고 있다면 개별 서비스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묶어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 주는 기술이 바로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입니다.



세계를 보는 눈 – 분석과 종합

산업화의 원동력이 된 과학혁명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석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했습니다. 다시 말해 문제를 만나면 잘게 쪼개어 근본 원인을 파악합니다. 프레데릭 윈슬로 테일러가 주창한 과학경영 기법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업무를 잘게 쪼개어 표준화 된 단위 업무로 만든 후 처리 시간을 측정해 가장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찾아내고 시골에서 갓상경한 농민 출신 근로자도 쉽게 업무를 익힐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분석 위주의 세계관은 간혹 여러 원인간의 관계를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곤 했습니다. 다시 말해 문제 요소를 잘게 쪼개어 분석하다 보니 결국 잘못된 가설에서 출발한다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기계적인 인과관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 마디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자세히 분석하고 그것도 나무의 줄기나 잎, 뿌리 등 일부분만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러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난 과학계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실험실 환경을 벗어나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국 현실의 복잡한 요소가 서로 얽혀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한 분야의 전문지식이나 경험만으로는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다양한 전문역량을 종합 적용하는 시스템 사고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바로 숲을 보는 종합의 시대라 하겠습니다. 

정보화 시대의 분석과 종합 – SOA와 BPM

정보혁명, 디지털혁명, 나아가 지식혁명으로 이어지는 정보화 시대를 사는 요즘, 주위를 둘러 보면 산업화 과정에서 경험한 분석과 종합의 방법론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이 사용중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잘게 쪼개어 외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바로 웹서비스 표준에 입각한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관련 활동입니다. 이처럼 잘게 쪼개는 방식은 비단 SOA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 산업이 무어의 법칙을 따르며 현재와 같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산업 표준에 입각한 분업화, 전문화 입니다. 예컨대 인텔과 AMD로 대표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삼성전자 등으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주도하는 디스플레이 기기 등 다양한 업체 간의 분업화, 전문화, 표준화 덕분에 델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컴퓨터는 무엇보다 병렬처리로 유명합니다. 복잡한 작업을 잘게 쪼개어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나아가 인터넷 역시 데이터를 패킷 단위로 쪼개어 동시에 여러 경로로 전달하는 방식 덕분에 유연성과 확장성을 자랑합니다.

컴퓨터 산업과 SOA 아키텍처가 이러한 표준화, 분업화, 전문화를 추구하는 데 비해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은 숲을 보는 종합의 방법론을 택합니다. 다시 말해 일을 단위 업무로 잘게 쪼개어 놓았다면 이제는 다시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를 위해 이를 여러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야 합니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조립하고 규칙을 적용하고 업무 변경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바로 BPM입니다. 다시 말해 잘게 쪼갠 서비스를 묶어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기 때문에 SOA와 BPM은 함께 적용해야 효과적입니다. 

분석과 종합에 의미를 더하는 간편함

잘게 쪼개는 분석 방법론을 적용한 SOA, 여러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의미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완성하는 종합 방식의 BPM. 두 가지 모두 성공의 관건은 반복 업무는 최대한 표준화, 분업화, 자동화하고 전문 사용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항목이나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만 노출시키는 ‘간편함’의 철학입니다. 개선 기회나 새로운 사업 기회가 투명하게 노출되고 이에 대한 지원 정보도 함께 파악할 수 있어서 신속 정확한 의사결정과 집행이 가능한 환경, 그것이 바로 ‘간편함’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보화 환경입니다. 

간편한 환경을 실현하는 두 가지 도구는 바로 필터(filter)와 센서(sensor)입니다. 먼저 필터는 무수한 정보의 소음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만 걸러 내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관심의 초점을 흐리는 잡초나 잡음을 없애는 필터가 있어야 경영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기회를 즉시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웹2.0 시대에는 단순한 자동화 필터 외에도 수많은 사용자로 대표되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합니다. 사용자의 추천, 평점, 링크 등이 자연스럽게 필터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필터가 정보의 소음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걸러내는 도구라면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도록 돕는 도구가 바로 센서입니다. 개인과 기업 모두 자신이 주력 분야, 핵심 분야로 삼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이를 개인이나 기업의 코어(core)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평소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야, 관심을 두기 힘든 분야가 바로 가장자리 또는 엣지(edge)입니다. 경영자는 코어와 엣지 모두를 보는 종합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큰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 속에서 위험요인과 기회요소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센서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비즈니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센서는 바로 사람입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더욱 웹2.0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이나 인맥관리 등에 관한 논의가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분야를 경험하게 되고 새로운 혁신을 실험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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