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十匙一飯), 점입가경(漸入佳境), 동가홍상(同價紅裳), 다다익선(多多益善). 모두 사람의 본성과 관련된 사자성어입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이 표현 속에 우선은 소비자를 위한 기술로 출발해 서서히 기업에 확산되고 있는 웹2.0 기술의 정신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사자성어를 통해 기술보다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사람들이 함께 무엇이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웹2.0의 기본 정신을 만나 봅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사자성어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만큼 다양한 실제 상황에 적용해 그 뜻이 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임원진을 위한 뉴스레터 이번 호에서는 사자성어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가지고 요즘 유행하는 웹2.0의 숨은 사상을 풀어볼까 합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도 있지만 역시 서로 조금씩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면 한 사람을 먹여 살릴 밥 한 공기가 나온다는 십시일반이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웹2.0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상도 바로 십시일반의 정신입니다. 우리나라와 멕시코 사람들 모두 자신이 가진 돈을 조금씩 모아 차례로 곗돈을 타는 모습도 십시일반에 가깝습니다.

웹2.0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성, 교류, 협력을 통한 창조의 문화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위키(wiki)입니다. 얼핏 키위와 비슷한 이 위키라는 단어는 하와이 말로 “빨리빨리” 입니다. 이 역시 우리 문화와 통하는 구석이 있죠? 그렇다면 왜 빨리빨리인가? 혼자서 하려면 오래 걸릴 일을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와 지식, 경험을 조심씩 보태면 금세 밥 한 공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위키는 웹사이트 같기도 하고 워드 문서 같기도 한 기술입니다. 누구나 관심 있는 위키 웹 사이트에 들러 내용을 살펴 보다가 잘못된 내용을 발견하거나 좋은 생각을 더하고 싶으면 바로 편집 버튼을 눌러 자기 입맛에 맞게 고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생각을, 그러니까 밥 한 숟갈 더하기 쉽게 만들어 놓으니 밥 한 그릇이 빨리빨리 만들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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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아이팟(iPod)으로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애플(Apple)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애플은 그야말로 독불장군 식으로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야말로 변화에 “빨리빨리” 대응하기는 어려웠죠. 결국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 회장은 몇 년 후 다시 애플에 복귀합니다. 이번에는 십시일반의 정신을 살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아이팟 터치(iPod Touch)를 통해 터치스크린의 장점을 활용한 화려한 미디어 플레이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에 가려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애플은 소비자의 눈으로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듣고 맘에 드는 곡을 구하기 쉽게 하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스타벅스와 손을 잡았습니다. 매장에서 흘러 나오는 곡이 아이팟에 바로 표시가 되고 원하면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점입가경(漸入佳境)

다른 기술과 달리 웹2.0은 직접 체험해 본 사람만이 그 재미를 알고 갈수록 푹 빠져들게 됩니다. 웹2.0은 무엇이 그리 특별한 걸까요? 그건 바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백일 지난 딸 아이가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이 귀여워 유튜브(YouTube)에 동영상을 올려 지방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봅니다. 그런데 바다 건너 미국에 있는 딸 가진 다른 아빠도 이를 보고 친구 삼자고 연락을 합니다. 결국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기가 쉽다는 말입니다.

인간은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대화에 푹 빠지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웹2.0은 그렇게 복잡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 비슷한 사람을 우연히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장터를 만들어 주는 기술로 보면 좋습니다. 먹을 거리도 있고 볼 거리, 놀 거리도 풍성한 장터. 가끔은 그곳에서 광대놀음도 하며 지내다 보니 갈수록 빠져들게 됩니다.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뿐 아니라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치입니다. 그래서 굳이 MP3 플레이어가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냥 예쁜 아이팟을 갖고 싶은 것입니다. 웹2.0은 같은 정보나 서비스라도 사용하는 사람에게 편하고 보기 좋게 만들어 줍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AJAX 기술을 적용한 사용자 친화적인 분석 기능입니다.

마치 웹이 아니라 자신의 데스크톱 컴퓨터를 쓰는 듯한 풍부한 기능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웹2.0 기술과 함께 자라난 젊은 세대가 직장을 구하고 일을 시작하면 그 만큼 쓰기 편한 정보 환경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SAP를 비롯한 여러 IT 기업은 사용자의 업무 역할을 중심으로 꼭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한 눈에 파악하도록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마지막으로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이 있습니다. 웹2.0은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자금, 에너지, 아이디어, 열정을 나누는 장터와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과거에 웹이 확산되면서 네트워크 효과가 널리 각광받은 적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한 마디로 나 혼자만 알면 재미가 없다는 진리를 가리킵니다.

예컨대 골프에 재미를 붙여 열심히 연습을 하지만 세상에 혼자서만 골프를 친다면 그게 무슨 재미입니까?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해 경기를 하면 더욱 다양한 변수도 있고 그 만큼 더 재미있는 경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웹2.0의 기본 전제도 이와 같습니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먹을 것도 볼 것도 즐길 것도 더 많아져서 더욱 찾고 싶은 장터가 바로 웹2.0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놓치면 모두를 잃는다

웹2.0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사람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왜 그토록 선뜻 자신이 가진 지식과 열정과 아이디어를 나누려 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해 없이 위키나 블로그를 단순히 기술로만 대한다면 아무리 기술을 도입해도 효과가 없습니다.

독불장군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전에 없던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 자신처럼 딸 가진 다른 아빠에게 선뜻 말을 걸고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공간. 소비자의 아이디어와 경험, 기술력을 받아들여 제품을 혁신하고 정말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 이것이 바로 십시일반의 참여정신으로 일구어가는 웹2.0 장터의 모습입니다.

adampar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