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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시장서 ‘우버’ 아닌 ‘구글’이 되겠다”

2019.03.06

우버는 밀려났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잠시 멈췄다. 혼란한 국내 승차공유 시장과는 달리, 바깥은 ‘우버류’ 서비스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우버의 독점을 방지하겠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소비자가전쇼(CES)2019’에서 만난 히어모빌리티 수석 부사장 리아드 잇작이 호기롭게 얘기를 꺼냈다.

히어모빌리티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다. 독일 자동차제조사 BMW, 아우디, 다임러 컨소시엄이 2015년 인수한 글로벌 지도 기업 히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히어모빌리티는 글로벌 이동성 서비스(MaaS) 사업을 통해 “전세계 이동성 생태계를 ‘민주화(Democratize)’하겠다”라고 말한다. 궁금했다. 승차공유를 허한 시장에, 새로운 슬로건을 들고 나온 이들이.

“우버, 그랩 등 거대 승차공유 업체가 이동을 독점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시장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더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때 다양한 교통수단을 저렴한 값에, 쉽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만들어서 궁극적으로는 교통체증을 감소시키려 합니다.”

독점의 단점, 플랫폼으로 풀다

시장조사업체 세컨드메저에 따르면 미국 승차공유 시장에서 우버 점유율은 2018년 10월 기준 69.2%에 달한다. 경쟁사인 리프트는 28.4%다. 주노, 겟 등 다른 승차공유업체의 점유율은 다 합쳐 2.4%에 불과하다. 승차공유 시장은 우버, 리프트가 독점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작용한 결과지만, 리아드는 승자독식 구조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중 하나는 이들 업체가 수요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브이씨앤씨(VCNC)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탄력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부 플랫폼이 이동을 독점하면서 과도한 수준의 요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리아드는 “비가 와서 교통상황이 안 좋아지면 우버는 택시요금의 5배 수준을 책정한다”라며 “요금이 전부 우버에게 맡겨져 있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실제로 우버 요금이 30달러에서 250달러까지 오르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업체로 인해 드라이버도 늘어났다. 승객을 태우기 위해 도로를 배회하는 차량이 많아지면서 교통체증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교통국은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도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뉴욕시는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우버 등 승차공유업체의 신규 면허를 제한하기로 했다.

리아드는 “사람들은 (교통체증으로 인해) 점점 더 나쁜 서비스를 받고 있다”라며 “우버, 리프트는 (승객이) 도로에 오래 있을수록 돈을 더 버니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리아드 잇작 수석부사장이 소모 앱을 열어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인 지도 앱처럼 출발지와 목적지를 기입하면 거리와 이동시간, 각종 이동수단에 따른 소요시간과 경로가 표시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히어모빌리티가 꺼내든 카드는 ‘마켓 플레이스’다. 대중교통 외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오픈 API를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이 흥하려면 플랫폼에 들어온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히어모빌리티는 승차공유업체와 같은 수요 예측 알고리즘 기반의 차량 활용 및 최적화 도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면 우버를 이용하는데, 우리는 지역 택시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택시 회사와 모빌리티 업체가 구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술도 데이터도 없어요. 큰 규모 플랫폼과는 경쟁 자체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주고자 합니다.”

히어모빌리티는 유럽, 북미, 남미 등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런던, 암스테르담 등 350개 도시의 500여개 업체가 히어모빌리티의 마켓 플레이스에 합류한 상태다. 이렇게 끌어 모은 차량 수는 140만대에 달한다. 확보한 이동수단도 다양하다. 브라질에서는 헬리콥터 업체와, 마이애미에서는 수상택시 서비스와 연결돼 있다.

더 친밀하고, 더 밀접한 ‘카풀’

카풀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목적지가 동일하거나 같은 방향인 운전자들이 통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한 대의 승용차에 동승하여 통행하는 일. 우리말로 바꾸면 ‘승용차 함께 타기’다. 대부분 카풀은 아는 사람끼리 한다. 가족을 바래다주거나, 인근에 사는 회사 동료를 태우고 함께 출퇴근하거나.

리아드는 “이동할 때 차 한 대에 운전자 한 명만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효율적인 일”이라며 “가장 효율적인 상황은 여러 사람이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어모빌리티는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카풀을 택했다. “링크드인,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이 사회관계망을 활용한 것처럼”, 카풀이 활성화되려면 ‘관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카풀 형태의 승차공유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낯선 사람과의 동승이 운전자에게 그리 달가운 경험은 아니라는 것이다.

“운전자는 히치하이킹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히치하이커를 길에서 태우면 그래도 그 사람을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으로 카풀을 하면 그 사람에 대해 미리 알 수가 없어요.”

히어모빌리티는 CES2019에서 ‘소모(Social Mobility, SOMO)’라는 ‘올인원’ 이동성 서비스 앱을 출시했다. 소모 앱의 기본적인 사용법은 여느 길찾기 앱과 같다. 첫 화면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뜬다. 승차 생성(Create a ride), 그리고 모임 만들기(Create a Gathering). 승차 생성을 택하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정하면 마켓플레이스에 연결된 각 이동수단에 따른 소요시간과 이동경로는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자차를 이용할 땐 연락처 기반으로 친구를 초대해 카풀을 하면 된다.

‘모임(Gathering)’의 카풀은 좀더 본격적이다. 모임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일정을 올려 카풀할 사람을 찾거나, 목적별 카풀 모임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카풀 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

모임 사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내 친구 ㄱ의 결혼식에 간다고 가정하자. 앱에 일시, 장소, 참가자 등이 기입된 내용을 게시한다. 나는 가장 친한 친구, 또는 집 근처에 사는 친구을 부른다. 이 내용을 앱에 전체공개로 올리면, ㄱ의 결혼식에 가는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카풀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히어모빌리티는 모임 기능을 통해 동창회, 결혼식, 콘서트, 공연, 스포츠 경기 등 일회성 일정부터 통학, 통근, 자녀 픽업 등 정기적인 카풀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모 앱의 카풀은 기본적으로 무료다.

리아드는 “만약 내가 승객이 누구인지 모르더라도 내 지인과의 접점이 있다는 판단이 있으면 신뢰를 가질 수 있지 않나”라며 “같은 곳에 같은 시간, 같은 목적으로 가는 사람들이라면 이들을 묶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 대신 친구, 가족, 동료 등 친밀한 사람을 만나게 독려하려는 겁니다. 한 대의 차로 여러 명이 다니면 교통혼잡을 줄일 수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이동수단, 이동경험을 자유롭게 고를 기회. 히어모빌리티가 추구하는 바다. 궁극적으로는 교통에 얽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다.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카풀을 장려한다는 말에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우버를 제외한 다른 운수사업자를 도로로 끌어낼 경우 교통체증은 가중되지 않을까. 리아드에게 묻자 그 역시 이런 추론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리아드는 “자유로운 선택지를 줌으로써 교통혼잡을 야기할 수 있다. (다양화는) 필요한 단계지만 이것으로 문제해결이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양한 교통수단을 택할 수 있게 된다면 한 가지 선택지만 있을 때보다는 효율적인 교통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전세계의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결되는, 모빌리티 생태계의 구글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