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졸업식에 가다

이들은 6주 동안 리브랜딩, 앱 개발,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을 제작하며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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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가’, 문제의 시발점은 여기에 있다고 봤습니다.”ㅡ메디아티 강정수 대표

지난 2월28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메인이벤트홀에서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의 일환인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프로그램 제4기 졸업식이 열렸다.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은 기자·영상·디자인·개발 직군의 펠로우와 언론사가 함께 참여해 다양한 형태의 저널리즘 형식과 콘텐츠를 실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4기에는 KBS 라디오, 연합뉴스, 중앙일보, 한겨레 애니멀피플 등이 파트너사로 선정됐으며, 총 16명의 펠로우가 6주 동안 이들과 함께하며 디지털 저널리즘 실험을 진행했다.

누구를 위한 뉴스인가

4기부터는 프로그램이 바뀌었다. 언론사는 자신들이 품은 고민과 원하는 바를 뉴스랩 펠로우들에게 공유하고, 펠로우들은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뉴스랩 펠로우들의 실험은 타깃 독자를 분석하는 과정이 주를 이뤘다. 왜 독자는 우리의 콘텐츠를 안 보고 있나. 독자는 과연 누구이며, 이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가닿을 수 있는가.

먼저 KBS라디오는 1020세대 젊은 층을 공략하고 싶어했다. KBS라디오 <스무고개> 팀은 18세에서 22세 사이 여성을 독자로 설정하고, 이들이 주로 ‘상주’하는 플랫폼을 노렸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중심 플랫폼으로 정해졌다.

“타깃을 조사하기 위해 ‘팟캐스트를 들으세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그러니까 ‘팟캐스트가 뭐냐’고 묻더라고요. ‘팟캐스트라는 단어를 아세요?’로 질문을 바꿨습니다. KBS는 유구한 전통이 있는 언론사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한다고 해서 10대가 들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스무고개>팀은 이야기 진행 과정 중에 선택지가 제공되는 ‘인터랙티브 게임형 라디오’를 제작했다. 고민 사연을 듣다 선택지가 제시되면, 택한 내용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 20분짜리 콘텐츠를 듣는 방식이었다. <스무고개>팀은 이를 유튜브의 ‘최종화면’ 기능에 적용시켜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설정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지 않으면 유튜브를 틀어놓고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었지만, 독특한 시도로 느껴졌다.

KBS 라디오 김호상 PD는 “청취자층이 노령화되고 있어 위기의식이 느껴지고 있다. 구글 뉴스랩 콜라보로 ‘어떻게 하면 KBS에 없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가 기본 목표였다”라며 “앞으로 소재의 다양성을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고민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최종화면 기능을 활용해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시도했다.

한겨레의 고민도 결이 비슷했다. 버티컬 미디어 ‘애니멀피플’의 20대 여성 독자층을 어떻게 하면 확대할 수 있을까. <애니멀피플>팀은 기사가 나가는 플랫폼이 주로 포털사이트라는 데 주목했다. 한겨레가 제시하는 동물보호라는 주제가 동떨어진 것과 더불어 동물에 관심이 높은 독자일 경우 가학적인 사진, 영상 등에 혐오감을 느낀다는 점을 발견했다. “사진을 보고 잔인해서 기사를 보지 않고, 공유도 하지 않았습니다.” <애니멀피플> 팀은 ‘애니멀피플’의 리브랜딩, 콘텐츠 개선 등을 맡았다.

중앙일보는 뉴스랩 펠로우들에게 중앙일보 기자 셋이 꾸려가던 팟캐스트 프로그램 ‘듣똑라’의 리브랜딩을 요청했다. <듣똑라> 팀은 듣똑라 인스타그램 팔로워 1536명을 분석해 주독자층을 파악했다. 전화 인터뷰 등으로 해당 연령 여성이 원하는 콘텐츠를 면밀히 조사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재정비했다. 중앙일보 홍상지 기자는 “3천명대에서 4천명대로 구독자수가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앱을 개발한 팀도 있었다. 연합뉴스는 펠로우들에게  ‘오디오 저널리즘’을 요청했다. 연합뉴스의 <샐러리뉴스>팀은 자동차로 공간을 설정하고 출퇴근하면서 뉴스를 듣고 싶어하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잡아 오디오 콘텐츠 기획에 나섰다.

이들은 단 5주 만에 좋아할 만한 뉴스와 도움이 될 만한 뉴스를 선별해 추천하고 읽어주는 음성기반 뉴스 앱을 만들었다. 사용자가 선호하는 뉴스 분야를 설정해두고 “샐러리뉴스”하고 호출하면 샐러리뉴스는 사용자 선호도, 연합뉴스의 ‘많이 본 뉴스’를 섞어 9개의 뉴스를 읽어준다. <샐러리뉴스>팀은 “앱을 개발하면서 좋은 뉴스를 수치화할 수 있나. 이 점이 고민이 많이 됐다. 뉴스를 분석하면서 뉴스 추천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언론사에게 남겨진 과제

언론사와 밀레니얼 세대가 모여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단기간에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실험은 성공했을 수도, 실패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다음은 뭔가. 구글 뉴스랩의 실험이 언론사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됐는가. 실험이 끝나고 난 뒤 언론사에 변화의 조짐이 일렁이게 할 수 있는가. 콘텐츠든, 브랜딩이든, 앱이든 펠로우들이 떠난 자리에서 이 모든 실험은 지속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언론사가 풀어야 하는 숙제로 남겨졌다.

이번 뉴스랩 프로그램은 언론사가 주도해야 했다. 때문에 언론사가 기획 초반에 제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혼란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언론사 관계자는 “일부 언론사는 아쉬웠다. 뉴스랩을 신청한 언론사들조차 어떤 콘텐츠를 송출하고 싶은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언론사의 제안이 전반적으로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은 불만이었다. 제안이 명확해야 펠로우들도 더 적합한 인재들로 선발돼 각 팀에 배정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언론사들은 프로젝트 기조를 바꾸거나 담당 팀을 바꾸면서 혼란을 초래했다. 기존의 언론사 요청에 알맞게 선발된 펠로우의 경우, 언론사의 지향이 바뀌면서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놓이기도 했다. 언론사가 좀 더 명확한 프로젝트 목표를 가지고 참여했더라면, 운영진이 그것에 대해 더 명확히 디렉션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ㅡ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백서 내용 중.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뉴스랩의 혁신 실험을 초창기부터 지켜봤다는 언론계 종사자는 “개인적으로 언론사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지금의 형태로 바뀐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실험이) 유지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고 언론사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내게 됐다는 점에서 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메디아티 강정수 대표는 “이번에 답을 찾은 것 같다. ‘파견근무’처럼 언론사에 가서 일해도 모두 잘해줘서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언론사의 ‘혁신’ 미션을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단초가 보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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