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게임 사이트는 왜 문 닫을 수밖에 없었나

게임물 등급분류 규제가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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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플래시 게임 사이트들이 문을 닫고 있다. 주전자닷컴, 플래시365, 키즈짱365 등 플래시 게임을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일제히 플래시 게임 게시판을 닫았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제작·공유되던 자작 게임도 모두 사라졌다. 주전자닷컴에는 약 4만건, 플래시365에는 12만건의 자작 플래시 게임이 올라왔었다.

HTML5에 웹 표준 자리를 내주면서 플래시가 자연스럽게 시들어가는 탓에 이들 사이트가 문을 닫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이들 사이트가 일제히 문을 닫은 이유는 정부 규제 때문이다

| 자작 플래시 게임 게시판이 사라진 주전자닷컴 사이트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 심의받지 않으면, 불법게임물”

주전자닷컴, 플래시365 등은 2월 말 플래시 게임 게시판을 닫았다. 사이트 운영진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게임물로 간주해 게임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플래시365 운영자는 사이트 공지를 통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플래시365에서 제공하는 모든 해외 플래시 게임과 회원 여러분이 제작한 자작 게임들이 등급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게임물로 간주되어 더 이상 게임에 관해서는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 플래시365 사이트 플래시 게임 화면

주전자닷컴 운영자는 “프로들도 아닌 학생들이 중심이 된 손때묻은 UCC작품에 대해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혼란스럽지만, 사이트 강제 차단 조치를 피하고자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내리게 됨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국내 게임법에 따라 등급분류를 받고 게임을 제공해야 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공문 전달 이후 각 게임 게시판에서 반응이 없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호스팅 업체에 사이트 차단을 요청해 행정조치에 들어갔다. 결국 주전자닷컴과 플래시365 등은 게임 게시판을 없애고, 사이트를 유지 중이다.

게임산업법이 원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근거한다. 게임산업법 제21조는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해당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위원회 또는 제21조의2 제1항에 따라 지정을 받은 사업자로부터 그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추천하는 게임대회 또는 전시회 등에 이용ㆍ전시할 목적으로 제작ㆍ배급하는 게임물 ▲교육ㆍ학습ㆍ종교 또는 공익적 홍보 활동 등의 용도로 제작ㆍ배급하는 게임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 ▲게임물 개발과정에서 성능ㆍ안전성ㆍ이용자만족도 등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용 게임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상ㆍ기준과 절차 등에 따른 게임물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심의를 받지 않으면, 모두 불법 게임물로 간주한다.

업체가 아닌 개인의 게임 심의 비용을 따로 받지만, 용량과 네트워크 이용 여부, 장르, 한국어 제공 여부에 따라 적게는 2-3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비용이 오른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들에 대한 민원 신고가 집중적으로 접수돼 법률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도박, 사행성 문제 등 긴급한 사항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가벼운 내용에 대해서는 주로 민원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

법 개정 추진할 계획

이에 대해 청소년 및 1인 개발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비영리 목적 게임물 심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고 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다고 밝힌 청원인은 “선량한 인디게임 제작자를 ‘게임물등급 심의를 받지 않고 게임을 인터넷에 유포한 범법자’ 틀을 씌우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현행법이 너무나도 안타깝다”라며 “우리의 꿈을 지켜달라”라고 청원글을 올렸다. 이 청원에는 현재 1만4049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 “비영리 목적의 게임물 사전심의 제외를 비롯한 게임물 심의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2만1217명이 참여하고 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규제 완화 계획에 대해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7일 “청소년 등 개인 이용자가 취미활동 등 단순공개의 목적으로 제작한 비영리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분류 수수료를 면제하고, 등급분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며, 등급분류 면제 규정 신설 등, 법령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문체부는 앞으로도 등급분류제도에 대한 청소년 대상 교육 확대 및 대국민 홍보도 병행하고 게임 산업의 발전과 게임 이용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3월 말 게임물 등급 분류 제도 개선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해 게임콘텐츠 진흥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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