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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5G 자율주행 ‘세계 최초’의 민낯

2019.03.15

지난 3월11일 LG유플러스는 한양대학교 ACE Lab(에이스 랩)과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공개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초 5G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일반 차량들과 서울 도심 도로를 달린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딘가 익숙한데요.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KT는 강릉, 평창 등지에서 5G 협력 자율주행 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때 KT의 자율주행 버스에도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복수의 자율주행차가 5G 기반 협력 자율주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요. 12월1일 SK텔레콤은 5G 전파를 송출하면서 경기도 화성의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K시티’와 시흥 일반도로에서 5G 자율주행차 테스트 운행에 나섰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 기자간담회 말미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세계 최초가 확실하냐는 거였죠.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가 맞다’고 확언했습니다.

이통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5G로 자율주행을 한 사례가 있는데 (LG유플러스가) 도심에서 자율주행을 했다고 해서 세계 최초 5G 자율주행이라 표현하는 건 무리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KT 관계자는 “남의 집 잔치에 굳이 끼어들고 싶지는 않다”라고 언급을 피했지만 “우리도 5G 자율주행을 했는데 환경과 범위를 한정하고 좁혀서 세계 최초라고 말하면 그걸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탐나는 수식어, ‘세계 최초’

그래서 누가 세계 최초 5G 자율주행을 한 거냐고요? 기준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지난해 세계 최초라고 했던 건 “5G 자율주행차가 서로의 운행 경로를 공유하면서 협력 운행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라던 거였는데요. LG유플러스의 자율주행은 ▲5G 상용 기지국과 연결된 상태로 ▲도심도로에서 자율주행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겁니다.

강종오 LG유플러스 FC부문 미래기술담당은 “5G 통신기술을 상용화해 실제 도심에서 자율주행에 이용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며 “LG유플러스는 통신사 중 5G를 가장 빠르고 촘촘하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참고기사 – SKT “차 2대로 세계 첫 5G 자율주행” KT “우리가 먼저”(2018.02.06), <중앙일보>

LG유플러스에 따르면 KT는 5G 비표준으로 자율주행을 했고요, SK텔레콤의 5G 자율주행은 변수가 통제된 K시티에서 이뤄져 한계가 있었다는 겁니다. SK텔레콤이 시흥 일반도로에서도 5G 자율주행차를 운행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했지만 “시흥에서의 자율주행은 제대로 된 5G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진정한 5G망’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한 것은 처음이 맞다”라고 말했습니다.

잠깐 자율주행으로 돌아가보자면요, 일반도로에서의 자율주행 ‘경험’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없는 도로, 정해진 구간에서 혼자 운전연습을 하던 초보 운전자를 갑자기 홍대나 종로, 여의도에 ‘똑’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멘붕’을 겪을 겁니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도로는 도처에 수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모든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도 아니고, 도로 상황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데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와도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기술을 연구하는 기업들이 국토교통부에 자율주행 면허를 받고 운전하러 다니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웨이모, 우버 등 자율주행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5G가 자율주행차에 접목되면 어떻게 될까요. 5G는 초연결, 초고속, 초저지연이 특징입니다. 그 특징을 살리려면 이번처럼 도로를 운전하는 차량 한 대에 적용해 달리는 것보다는 여러 대의 차량이 통신과 연결돼 동시에 주행하고 도시 제반시설 역시 5G와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차량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달리고, 앞차가 서면 뒤에 오던 차가 정보를 받아 미리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통신 ▲정밀측위 ▲관제 ▲다이내믹 지도 ▲인포테인먼트에 주안점을 두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이원의 자율주행 시연에는 5G망을 통한 차량 관제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관제센터에서 5G 망을 통해 목적지 주변의 사고 정보를 에이원에게 전달하자, 에이원은 다른 경로로 이동하겠다고 안내했습니다. 당초 진입하려던 서울숲 북측 입구 대신 동쪽 입구로 주행 경로를 변경했죠. 하지만 정해진 구간을 이동하는 동안은 에이원 자체의 자율주행 기술이 뛰어나 문제가 없었고요. 동쪽 입구로 주행 경로를 변경한 데서 5G가 역할을 했지만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거라, 자율주행차에서 5G의 ‘조력자’ 역할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기도 했고요.

계명대 김수연 조교수는 “(5G 자율주행차는) 예기치 않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도 잘 동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는 초보적인 단계에서 시험한 거라 볼 수 있다”라며 “당장 5G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처럼 기대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지금의 5G 환경에 한계가 있는데 그 정도 동작한 것만 해도 출발점으로는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이통사들이 너도나도 ‘세계 최초’를 남발하는 통에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이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블로터> 앞에는 장충동 족발 골목이 있는데요. 많은 가게가 간판에 ‘원조’를 달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 있던 터줏대감이라 원조, 족발로 제일 유명한 곳이라 또 원조, 불족발을 가장 먼저 내놔서 원조, 또는 그냥 다 원조니까 나도 원조. 모두가 원조라 주장하면 더 이상 ‘원조’라는 말에는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가는 집만 갑니다. 그 집 족발이 제일 맛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