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과몰입은 부모의 양육태도가 원인”

제4회 게임문화포럼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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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5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DC-11)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시사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속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기엔 명확한 기준이 없고,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거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게임 자체보다 부모의 양육 태도와 학업 스트레스가 게임 과몰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난 4월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4회 게임문화포럼’에서 ‘게임 과몰입,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의준 교수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게임 과몰입에 가장 주된 영향은 게임 그 자체보다는 부모의 양육 태도와 학업 스트레스, 자기통제력 등의 사회심리적 환경에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의준 교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한국의 10대 청소년 2천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변화 추적과 게임 이용의 영향, 게임 과몰입의 원인을 살피는 종단 연구를 진행했다.

| 정의준 교수의 연구는 부모의 양육태도가 게임 과몰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게임 시간이 아닌 자기통제력이다. 자기통제력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학업 스트레스다. 학업 스트레스가 클수록 자기통제력이 떨어지고, 게임에 과몰입하게 된다는 얘기다.

학업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주된 요인은 부모의 과잉간섭, 과잉기대 등 부모의 양육 태도와 교사의 지지다. 즉, 부모와 대화가 부족하고 부모의 양육 태도가 부정적일 때 자녀의 학업 스트레스와 자기통제력 등이 악화되고 게임 과몰입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주장이다.

정의준 교수는 “청소년들에게서 게임을 사라지게 한다고 하더라도 가정과 학교에서의 열악한 환경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와 자기통제력의 저하를 낳게 되고, 이에 대한 분출구로서 그들은 다른 수단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게임 과몰입에 대한 보고가 유럽-북미에서보다 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높다는 점을 짚으며, 교육열이 높고 부모의 간섭이 높은 문화적 환경의 특수성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이날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근거 없는 믿음과 사실, 그리고 도덕적 공황: 게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염려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섰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는 “플라톤 시대에도 연극이나 희극이 태만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나왔다”라며 “2500년간 미디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폭력적인 미디어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게임 중독 논란에 대해서도 일부 사람이 게임을 과도하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게임 그 자체가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불안, 우울증 등 정신의학적 상황에 대한 증상으로 게임 과몰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퍼거슨 교수는 게임이 다른 중독 증상보다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또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적 압력이 WHO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덕현 교수는 게임을 하면 뇌가 녹는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해부학적 변화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뇌의 좌우 혹은 지역적 연결성이 증가하는 등 게임 과몰입에 의한 뇌의 기능적 변화는 일부 확인했지만, 주의력 결핍 장애(ADHD) 등 공존 질환과 관련이 깊었다고 밝혔다.

| 한덕현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이 뇌의 해부학적 구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일부 기능적 변화는 확인할 수 있었다.

한덕현 교수는 “결과를 빨리 발표하고 싶은 조사기관에 의해 단면적 연구가 많이 이뤄지는데, 종적이고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덕현 교수의 임상패널 연구는 5차년도에 걸쳐서 총 800여건의 구조적, 기능적 뇌 자기공명 촬영이 이뤄졌으며, 참여자의 의사에 따라 최소 2년부터 길게는 5년간 연속적인 촬영이 이뤄졌다.

| (왼쪽부터)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김상도 대구부모교육연구소 소장, 방승호 아현산업고등학교 교장, 이동건 게임연구소 소장

이 밖에도 이날 행사에서는 ‘게임을 묻다: 선인가, 악인가?’를 주제로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의 방승호 교장, 대구부모교육연구소의 김상도 소장, 게임연구소 이동건 소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게임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진행은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김상균 교수가 맡았다. 이들은 게임의 교육적 활용 가치와, 자녀와 게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게임문화포럼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행사로, 이날 행사에는 게임 관련 학계·업계· 일반인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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