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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우버’ 카풀에서 택시로

2019.04.16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세계 승차공유(Ride sharing) 시장은 2022년이면 그 규모가 약 1090억 달러(약 123조)에 달할 전망이다.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기업은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에 이어 미국 증시를 이끌 차세대 주자(PULPS=핀터레스트, 우버, 리프트, 팔란티어, 슬랙)로 거론되고 있다.

2013년 우버엑스를 시작으로 럭시, 풀러스, 차차크리에이션, 카카오모빌리티, 위츠모빌리티 등 국내서도 다양한 기업이 개인 소유 차량을 활용한 승차공유 서비스를 시도했으나 전망은 어둡다. 정부가 택시를 묶었던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택시로 그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

스타트업이 카풀을 노렸던 이유

승차공유 서비스는 인터넷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차량과 운전자를 승객에게 연결해주는 것을 뜻한다. 현행법상 개인 간(P2P) 승차공유는 규제 대상이다. 자차를 활용해 일반인이 택시처럼 다니는 것은 금한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은 예외적으로 출퇴근 시간 자가용의 유상운송이 허용된다는 점을 활용해 ‘출퇴근 카풀’ 형태로 P2P 승차공유 서비스를 해왔다. 그리고 사업 확장을 위해 운영 시간대를 24시간으로 넓히기에 이르렀다.

택시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지난달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퇴근 시간을 평일 아침 7시에서 9시, 저녁 6시에서 8시로 못 박는 데 합의하면서 카풀 논란은 종결되는 듯했다. 그럼에도 카풀 스타트업들은 돌파구(무상카풀, 광역 서비스 등)를 찾으며 여전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우버가 되기를 꿈꿨다. 대표적인 승차공유기업 우버는 기업가치 100조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랫폼으로 승객과 운전자를 중개하고, 그 대가로 운임에서 수수료를 떼어간다. 차를 구매하지도, 운전자를 고용하지도 않는 P2P 승차공유 서비스를 세계 각지에서 운영하며 공룡 기업으로 거듭났다. 차를 구매하지 않으니 투자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온라인 플랫폼 기반이라 스타트업의 진입장벽도 비교적 낮다. 국내 스타트업이 자차를 활용한 P2P 승차공유, 카풀에 주목했던 이유다.

이달 초 차차크리에이션이 내놓은 ‘차차 밴’을 살펴보면 P2P 승차공유의 특징을 좀더 알 수 있다. 승객 관점에서 차차 밴은 브이씨앤씨(VCNC)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타다 베이직’과 유사해 보인다. 두 서비스 모두 대리기사 포함 렌터카(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다 베이직은 기업 소유 차량을 통해 호출 서비스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고용된 기사가 돌아가며 회사 차를 타기 때문에 법인택시와도 비슷해 보인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쏘카가 타다용 카니발 차량을 구입하는 데 든 비용은 180억원에 달한다. 현재 타다 차량은 600대 수준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보통 차량 보유 대수의 2배 이상 기사를 확보해야 효율적으로 차를 운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타다 베이직 드라이버는 7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요가 높아져도 차량을 빠르게 증차하기는 어렵다. 인력업체를 통해 고용된 타다 드라이버는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고,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다. 업무가 종료되면 차량을 반납해야 한다. 개인이 운전자로 활동할 경우 승객 수요가 높아지면 운전자가 알아서 해당 지역으로 몰리게 되는데, 타다는 차량 수가 정해져 있어 공급을 즉각적으로 늘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용이나 운영 면에서 효율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반면 차차 밴은 장기 렌터카 이용자가 평상시 자차를 이용하다 승객 호출을 받으면 타다처럼 운행하는 구조다. 근무는 탄력적이다. 하루 8시간만 아무때나 운전하면 된다. 우버처럼 수요가 높아지면 해당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요금을 올려 이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할 수도 있다.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임은 저렴하다. 물론 차차 밴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품고 있어 한국에서 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는 별개로 P2P 승차공유 서비스는 최저임금도, 유급휴가도 없는 이른바 ‘인스턴트’ 일자리만 양산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택시산업을 위협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면허를 기반으로 움직이던 운수업종에 일반인이 들어와 산업을 통째로 흔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버를 허용하는 대신 택시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은 다수 국가들이 우버를 불법으로 판정하고, 공유 서비스 관련 규제를 통해 택시와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 중이다.

‘한국형 우버’, 택시로

지난 4월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타트업 관계자와 정부부처 담당자가 모여 규제를 논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국토교통부 박준상 신교통서비스과 과장은 “현재 시점에서는 기존 산업(택시)과의 조화를 통해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택시 수는 많고 처우는 열악한 국내 실정에 맞춰, 우선 택시에 얽힌 낡은 규제부터 해소하겠다는 얘기였다. 그간 외관부터 차종, 요금, 공급 제한, 차고지 교대 규정 등 택시는 각종 규제에 얽혀 있었다. 타다 등 경쟁자는 많아지는데 택시는 요금부터 굳어져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지난달 합의안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에 활용하고, 택시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서는 한편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만들겠다는 게 합의안의 골자다. 택시 감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기업이 법인·개인택시 면허를 대여하는 방법을 통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허용될 전망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카풀보다 넓은 범위의 승차공유 서비스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택시 면허를 대여하는 데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많지 않은 중소카풀업체들은 “현재 기득권으로 택시콜을 다 가지고 있는 카카오만 모빌리티 사업을 하라는 것”이며 “신규 사업자는 모빌리티 혁신에 도전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브이씨앤씨 박재욱 대표 역시 “택시와의 협업을 통해서만 (승차공유) 판을 바꾸자고 하면 대기업 위주로 각축장이 열리고 스타트업은 여기 들어가기 어려워지게 된다. (정부가) 유연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라며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말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택시의 우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택시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와 협약을 맺고 ‘카카오T’ 앱에서 자동배차를 지원하는 ‘웨이고 블루’를 선보였다. 브이씨앤씨는 준고급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발표하며 기사에게 차량구입비 등 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차차크리에이션도 택시협력모델 ‘차차택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법인택시와 MOU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KST모빌리티도 친절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카롱택시’를 준비 중이다.

관건은 승객들의 반응이다. 서울연구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1/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86.5%는 택시요금 인상 후 서비스품질에 대해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7.5%만이 ‘개선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미 승객들은 택시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다.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 블루는 국토부의 축하까지 받으며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여론은 ‘호출비 3천원’을 내야 자동배차를 해준다는 말에 들끓었다. 택시업계가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표방하고 자체적으로 만들었던 티원택시는, 손님보다 택시기사가 더 많은 웃지 못할 상황까지 빚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행 택시요금 수준(탄력요금 적용)을 적용한 타다 베이직에 비해 30%나 더 비싼 택시(타다 프리미엄)가 과연 수요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승객의 눈높이에 맞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드라이버를 모으는 게 가장 어렵다”라고 고백했다.

“택시 면허 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괜찮으면 일단 입사를 하라고 하고 택시면허를 따라고 하고 있죠. 지원은 많이 합니다. 뽑을 만한 사람은 적어요. 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이걸 몰 드라이버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이쪽(택시) 시장은 열려 있으니까 열심히 해야죠.”

 

  • 참고문헌 : <국제사회의 공유경제 추진현황과 시사점(2017)>,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카카오, 택시 면허 빌려 규제 없는 ‘플랫폼 택시’ 신설 제안(2019.03.10)”, <한겨레>
  • 티원택시의 ‘굴욕’…손님보다 기사가 더 많아(2019.03.31),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