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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메신저’에 걸었다

2019.05.05

그간 페이스북은 디지털 광장(digital town hall)에 가까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모였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아는 사람을 만나고, 때로 전혀 모르는 사람과 친구를 맺었다. 디지털 광장은 국경도, 물리적인 제약도 없었다. 페이스북은 연결을 동력 삼아 커지고, 커지고, 더 커졌다. 그랬던 페이스북이 디지털 광장에서 디지털 거실(digital living room)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놀랄 만한 변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F8’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15년 간 우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디지털 광장으로 만들어왔다.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연결됐고, 국경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가 형성됐으며 글로벌 크리에이터와 기업이 탄생했다”라며 “그러나 우리의 세계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사람들은 소규모 그룹, 친한 이들과 교류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하게도 세계가 커져갈수록, 더 연결될수록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친밀함을 필요로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미래는 프라이빗(private)하다. 이것이 우리 서비스의 다음 단원”이라며, “우리에게는 ‘디지털 거실(digital livingroom)’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사적인 메시지, 소규모 그룹과의 소통과 더불어 게시물이 영구적으로 보관되지 않고,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단순한 결제수단 등을 제공하며 사생활을 보장하는 소셜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왜 변하려고 할까

페이스북은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쓴맛을 봤다. 지난해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여명의 데이터를 도용, 선거 운동에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고, 저커버그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 소환되는 등 페이스북은 창사 이래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저커버그는 주요 언론에 지면광고를 내고 “우리는 당신의 정보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정보를 가질 자격이 없다”라고 사과했지만 같은 해 9월 페이스북 사용자 5천만명이 해킹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신뢰는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외에도 페이스북은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관련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이 부과할 과징금에 대비해 30억달러를 적립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30억달러에서 5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돈으로 3조원에서 5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저커버그는 “많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사생활 보호를 진지하게 여길 거라 믿지 않는다. 알고 있다”라면서도 “나는 페이스북이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광장이 싫으면 ‘페메’로 오라

페이스북은 메신저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굳이 담벼락을 통해 소통할 필요없이 원하는 사람과 직접 소통하고, 여기서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 페이스북에서는 타인에게도 내 활동이 보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소 제약이 있었다면 메신저에서는 보다 자유롭고 긴밀한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올해 안으로 메신저 앱 안의 별도 공간에서 친구와 가족이 페이스북 스토리 기능을 활용해 게시한 콘텐츠와 메시지를 함께 보고 공유하는 기능을 선보인다.

‘페이스북 워치’도 메신저 속에 들어온다. 페이스북은 메신저에서 페이스북 동영상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찾아보고 시청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을 초대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화상채팅을 하면서 사용자가 좋아하는 쇼 프로그램, 웃긴 동영상, 또는 집에서 직접 촬영한 동영상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도 함께 시청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은 현재 테스트 중이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메신저 데스크탑 앱도 출시한다. 윈도우와 맥 OS 환경에서 모두 내려 받을 수 있다. 채팅을 하는 동시에 그룹 화상 통화와 프로젝트 협업, 다양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채팅 앱은 보안이 생명이다. 저커버그는 왓츠앱에 적용한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메신저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사라지는 옵션이 제공된다.

또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페이스북 패밀리 앱 이용자라면 앱에 구애 받지 않고 메시지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페이스북과의 연결고리, ‘그룹’

광장에서는 ‘그룹’이 중심이 된다. 일반적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친구, 동창, 동료, 가족 등 오프라인 관계의 사람들과 친구를 맺는다. 그 이후에 자발적으로 온라인상의 관계를 넓혀간다.

그룹은 커뮤니티다. 특정인끼리 게시물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관심사 기반으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밴드나 다음카페와 비슷하다. 전세계인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룹이 견고해지면 플랫폼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 페이스북이 수년간 그룹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유다. 페이스북은 “자신에게 유의미한 그룹은 곧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돼 있는 페이스북 이용자는 전세계 4억명 정도다. 페이스북은 그룹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카테고리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직업(Job) 그룹의 경우 고용주는 템플릿을 활용해 채용 공고를 게시하고, 구직자는 고용주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페이스북 안에서 구인·구직 과정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판매 및 구매 그룹에서는 페이스북 라이브 도중에 물건에 대해 질문 및 주문하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건강 지원(Health Support) 그룹은 건강 관련 정보를 보다 편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익명 질문이 가능하게끔 설정했다. 게이밍(Gaming) 그룹에는 채팅 기능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용자들은 각 주제별로 별도의 게시물을 만들고 그 안에서 토론할 수 있다.

또 페이스북은 그룹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그룹 탭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이용자들은 탭에서 자신에게 맞춤화된 피드를 볼 수 있다. 학교, 직장, 도시 등 공통된 커뮤니티에 소속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친구 찾기’ 기능도 도입했다. 해당 기능 사용에 동의한 이용자에 한해 적용되며, 일부 지역에서만 지원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주변의 오프라인 행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안내 받거나, 동네의 새로운 가게를 탐색하고 추천 받는 기능 등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어쩌면 위챗, 그보다는 +

지난 3월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대대적인 변화를 미리 예고했다. 더버지, AP통신 등 외신들은 페이스북이 그리는 미래가 중국 메신저 앱 ‘위챗’과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위챗은 채팅부터 게임, 음식주문, 영화표 송금 및 결제(위챗페이), 쇼핑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뉴스피드 기능도 있다. 페이스북도 메신저 서비스에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연동하고, 페이스북 내 이커머스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등에서 가상화폐로 송금 및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더버지는 “페이스북의 야심은 전세계인이 모든 것을 앱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