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정 첫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트위터에 들어가서 트위터 친구들이 올려주는 해설보다 더 재미있는 글을 함께 즐겼다. 우리 선수들을 칭찬하고, 감독의 전술에 훈수를 두고, 상대 선수나 심판에 대한 욕(?)도 함께 나눴다. 골이 터지면 140자의 짧은 글을 통해 수많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서 TV로 시청하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서울광장 못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던 날은 오후 늦게 분당에 취재를 다녀오게 됐다. 취재를 마치고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데 분당에서 강남으로 들어오는 길이 엄청 막혔다. 결국 버스 안에서 경기가 시작됐고,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전반전을 시청하게 됐다. 경기 결과는 많이 아쉬웠지만, 이청용 선수의 멋진 골과 메시, 이구아인의 멋진 플레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버스 안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휴대폰이나 PMP를 꺼내들고 월드컵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스마트폰도 상당수 보였다. DMB 기능이 없는 모델에서도 무선데이터 요금을 감수하고 3G망으로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응원 사진 출처 : flickr, gypsycrystal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을 통해 월드컵을 두 배로 즐기고 계신 분들은 그날 버스 안에 계셨던 분들이나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 있는 분들 말고도 훨씬 많았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1일 발표한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이 불러온 월드컵의 새로운 풍경> 보고서는 “이번 대회가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 세대가 맞이한 첫 번째 월드컵”이라며 “남아공 월드컵을 이전 대회와 확연히 구별시키는 요인”으로 꼽았다.
남아공 월드컵 첫 날, 인터넷 트래픽은 지난 독일 월드컵 최고치보다도 66%나 증가하며 역대 최대 인터넷 트래픽을 경신(출처 : akamai)했다. 보고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트위터를 비롯한 실시간 SNS의 폭발적인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활용한 바이럴 효과가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TV를 보면서 동시에 SNS를 사용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월 1회 이상 SNS를 사용한다는 응답자 가운데 68%가 TV와 SNS를 동시에 사용했다고 답했으며,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의 경우 그 비율이 83%까지 올라갔다.
디지에코 홈페이지 설문조사 결과 (출처 : KT경제경영연구소 상기 보고서)
골이 터지면 SNS도 함께 들썩였다.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면 미국 페이스북에는 “Goal’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업데이트가 폭증했다. 지난 한 달간 미국의 주요 SNS에서는 ‘월드컵’ 이슈가 그동안 인기 주제였던 ‘오바마 미 대통령’이나 ‘아이폰4′를 압도했다.
골이 터지면 페이스북이 들썩였다 (출처 : www.sfgate.com, 상기 보고서 재인용)
스마트폰의 활용은 SNS에만 그치지 않았다. 월드컵 생중계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다음(Daum)에 따르면 지난달 23일까지 월드컵 생중계 서비스의 누적 접속자 340만 명 가운데, 무려 46%가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했다고 한다.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보고서는 스마트폰이 PC의 보완재를 넘어 멀티 채널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민현 KT경영경제연구소 연구원은 “SNS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 보급율이 현재 5%에 불과한데도, SNS는 이번 월드컵을 즐기는 방법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하며, “다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지금보다도 더욱 촘촘히 연결된 소셜 네트워크가 한층 더 거대하고 흥미로운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태극 전사들의 도전은 16강에서 막을 내렸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은 8강부터 남미 대 非남미 국가들의 대결 구도로 좁혀지며 분위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경기가 주로 밤시간이나 이른 새벽에 있는 만큼 모든 경기를 시청하지는 못하겠지만, 트위터 타임 라인을 넘기다가 박진감 넘치는 관전평이 올라오면 재빨리 TV 앞에 앉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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