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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족보행 로봇부터 ‘긱 일자리’까지…배송의 새로운 풍경

2019.06.14

배송계에 ‘두 발 로봇’이 등장했다. 지난 6월12일 포드는 애질리티 로보틱스가 개발한 이족보행 로봇 ‘디지트(Digit)’를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포드의 자율주행차가 배송지 인근에 도착하면 디지트가 짐칸에서 내려 문 앞까지 물품을 배달하는 식이다. 디지트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가 탑재돼 있어 각종 장애물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다. ‘과제’를 수행한 디지트는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택배 왔습니다.”

라스트 마일. 상품을 최종 목적지로 전하는 마지막 단계를 일컫는다. 기업들은 라스트 마일 배송 비용 절감을 위해, 또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드론, 자율주행 로봇 등을 개발해 미래를 준비하는 한편 ‘긱 일자리’를 활용해 수요를 채우려 하고 있다.

외진 지역도 드론으로 OK

드론 배송은 초기 투자 비용은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효율적인 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사생활 침해, 해킹, 추락 등 각종 위험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각종 규제도 얽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상용화는 더딘 편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드론 배송이 먼저 도입되는 추세다.

시작은 아마존이었다. 2013년 아마존은 드론으로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발표하고, 고객이 주문하면 30분 이내에 물품을 배송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를 시작으로 드론 배송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이달 5일 아마존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리마스(re:MARS)’ 컨퍼런스에서 신형 배송 드론을 첫 공개하고 수개월 안으로 드론 배송에 나설 거라 말했다.

중국도 드론 배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징둥닷컴이다. 중국 최대 리테일 기업인 징둥닷컴은 2015년 드론 개발에 나서, 2016년부터 중국 농촌 지역에서 드론을 이용한 시범 비행을 시작했다. 징둥닷컴에 따르면 현재 장쑤성과 산시성 등에서 드론 배송을 하고 있고, 베이징 외곽 지역을 비롯해 60여개 드론 항로를 운영 중이다. 올해 1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정부 인가를 받고 드론 비행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일본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은 2016년부터 드론 배송에 도전하고 있다. 2018년에는 드론과 무인 배송 로봇을 결합한 배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범 운영했다. 올해 1월에는 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드론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는 우정사업본부가 드론 배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7년 전남 고흥에서 득량도까지 드론 배송을 시범적으로 운영했고, 지난해는 강원도 영월우체국에서 봉래산 정상(해발 780m)에 위치한 별마로천문대까지 우편물을 실어 날랐다. 우정사업본부는 2021년 일반 우체국 차량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드론 배송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슈퍼마켓에서 장 봐도 ‘로봇’이 배달

자율주행 로봇도 라스트 마일에 합류하고 있다. IT업계는 로봇이 배송 및 배달 영역으로 들어가면 인건비가 대폭 절감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로(Nuro)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대형 유통 체인 크로거(Kroger)와 함께 애리조나 주에서 자율주행 배달을 시범운영 중이다. 앱으로 식료품 등을 주문하면 바퀴 달린 자율주행 로봇이 집 앞까지 온다. 고객은 전달받은 코드를 입력해 차문을 열고 주문한 상품을 가져가면 된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뉴로에 올해 무려 1조500여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국제화물수송업체 페덱스는 자율주행 로봇 ‘세임데이 봇(SameDay Bot)’을 공개했다. 최대 시속은 16km. 카메라, 라이다 등으로 주변 사물을 인지해 장애물을 보면 피한다. 세임데이 봇은 ‘근거리’ 담당이다. 피자헛, 월마트 등과 협력해, 이들 업체의 자율 배송을 도맡기로 했다.

이마트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토르 드라이브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시범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시범 매장을 선정해 자율주행 차량으로 ‘근거리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긱 일자리’로 택배 분담

무인항공기나 자율주행 로봇은 미래를 위한 준비이자 대비다. 배송도, 배달도 아직 사람의 손이 절실하다. 기업은 넘쳐나는 수요를 ‘크라우드 소싱’으로 해결하려 하기도 한다. 우버이츠, 아마존 플렉스 등은 일반인과 파트너 계약을 맺고, 이들에게 배달과 배송 업무를 맡기고 있다. 원할 때 일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라는 점이 특징이다.

미래물류컨설팅은 ‘Last Mile Delivery(라스트 마일 배송)의 확산과 물류산업의 변혁’ 보고서에서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한 배송은 “고정인력 운영에 따른 부담이 없어 비용이 저렴하고, 서비스 유지를 위한 인력 조달의 유연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내놓은 자차 배송 서비스 ‘쿠팡 플렉스’도 유연 근무형 배송인력을 채용해 물품 배송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쿠팡플렉서’는 자차로 쿠팡 물류허브에 방문하거나 아파트 단지에 거치된 택배를 수령해 배송한다. ‘건당 수수료’로 750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 18세 이상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부업으로 인기다.

수요를 보고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도 있다. 2018년 4월 설립된 아뵤코리아는 배송 일자리 플랫폼 ‘와사비’를 서비스하고 있다. 라스트 마일 배송을 택배 사무실과 배송기사 대신 지역주민들이 도맡는다. 택배기사가 아파트 단지 내 특정장소에 배송 물품을 두고 가면, 주민이 직접 집 앞까지 물품을 배달해주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노동자 입장에서 진입장벽이 낮고, 필요에 따라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된다. 다만 플랫폼과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최저임금, 4대보험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사고 시에는 본인이 책임을 떠안게 된다. 긱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