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자율주행버스가 ‘GPS’ 끊겼다고 사고라니

2019.06.30

지난 6월22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마포구 상암동에서 ‘상암 자율주행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주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5G 기술과 미래 모빌리티를 대표하는 자율주행·커넥티드 카가 만나 서울 한복판 상암 도로를 주행하는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예정”이라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일반 시민도 자율주행차를 직접 탑승해볼 수 있다고 해서 더욱 기대를 모았죠.

그런데 이날 자율주행차는 다른 의미로 화제에 올랐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태운 SK텔레콤의 자율주행버스가 중앙선을 침범하고 러버콘과 접촉하는 등 ‘사고’를 치는 바람에 의도치 않은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겁니다. SKT는 사고 원인으로 ‘GPS’를 지목했습니다. 순간적으로 GPS 신호가 약해져 오작동을 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관련기사를 살펴보니 다수의 누리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한 누리꾼은 “GPS 신호 문제라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센서로 통제를 해야지, GPS 신호가 먹통(이) 되면 대형사고 아니냐”라는 댓글을 남겼고요. 또 다른 누리꾼은 “도심에서 GPS로 운행을 통제하다니 미친 건가. 빌딩숲 사이에 GPS 음영지역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끊기면 사람 목숨이 달린 걸 GPS로 끌고 다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댓글도 달렸습니다. “자율주행차가 GPS 신호가 약해져서 문제가 생길 거면 자율주행차로 터널에 들어 갔다가는 살아서 못 나오겠다” 오싹한 얘깁니다.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뒷북(?)’ 기사를 써봤습니다.

자율주행과 GPS의 상관관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GPS 신호가 약해졌다고 해서 자율주행차가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러버콘과 접촉했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설명입니다. 자율주행차는 GPS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3차원 고정밀지도(HD맵), 센서, 위성항법시스템(GPS)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핵심 기술은 크게 인지, 측위, 판단, 제어 분야로 구성됩니다. 인지는 눈, 판단은 두뇌, 제어는 혈관·근육·신경계에 비유되고는 하는데요. 사람이 눈으로 보듯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요.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 시스템(ECU) 등이 판단을 내립니다. 그 판단을 바탕으로 가속, 감속, 조향, 제동 등으로 차량을 제어하게 됩니다.

|출처=한국천문연구원 우주측지연구부 GPS 기초 자료 중 갈무리

측위(Localization)는 자율주행차의 현재 위치나 주행방향을 추정하는 기술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려면, 자기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GPS가 쓰입니다.

그런데 도심 지역은 GPS 음영 지역이 많고 반사, 왜곡 등의 문제로 최소 수 센티미터에서 최대 수 미터에 이르는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정확한 측위 추정이 쉽지 않죠. GPS는 고가도로, 지하, 터널 등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누리꾼들의 지적처럼 터널 같은 GPS 신호 미수신 구간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상황이 생길 수 있죠. 그래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GPS와 함께 카메라, 라이다 등 센서를 비롯해 HD맵과 같은 고정밀 지도로 ‘종합적인 정보’를 수집 및 비교하면서 측위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HD맵은 오차범위 10cm 이내로 도로와 주변 지형 정보를 자율주행차에 미리 제공해주는 지도입니다. 도로 중심선, 경계선 등 차선 단위 정보부터 신호등, 표지판, 연석, 노면마크, 각종 구조물 등의 정보를 3차원 디지털로 담아줍니다.

네이버랩스 백종윤 자율주행그룹 리더는 25일 열린 네이버랩스 간담회에서 이번 ‘해프닝’을 공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그는 “GPS만 가지고 측위를 하면 얼마 전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라며 “GPS 의존도가 높은 알고리즘은 항상 위험하다. 그래서 HD맵을 활용하는 추세이며 다양한 센서를 동시에 융합해서 안정적인 측위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자율주행 연구원 ㄱ씨도 “GPS에서 발생 가능한 오차로 인해 차선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통 GPS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센서로 오류를 보완하는 측위 기법을 쓰는데 GPS 신호가 튀었다고 해서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한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자율주행)기술이 전혀 없는 상태이거나, 거짓말이거나.”

업계 한 관계자는 “상암동이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데 어려운 환경인 것은 사실이다. 유리 건물이 많고 방송국이 많아 GPS로는 (자율주행이) 잘 안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원흉은 서울시다. 서울시가 날짜를 지정해서 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급하게 시연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고정밀지도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킨텍스처럼 넓고 트인 공간에서 하던 대로 GPS만 가지고 (자율주행을) 하니까 좌표가 왔다갔다한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장애물은 왜 못 피한 걸까

중앙선 침범은 GPS 때문이라 해도, 러버콘과 스친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각종 센서가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에 장애물이 있는 환경에서 피하거나 멈췄어야 했는데, 대응을 하지 못한 거니까요.

SKT 관계자는 “차체(버스)가 크고 무거워서 회피 상황에서 밀렸다. 몇 센티미터 밀려서 닿은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런 상황도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은 맞다. 실제면 당연히 큰일이 난다”라고 덧붙였죠. 또 다른 관계자 역시 “GPS 신호를 받고 움직이는 게 큰 차와 작은 차가 달라서 그런 상황이 발생한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ㄱ연구원은 자율주행버스가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는 기술이 떨어져 장애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했거나, 미리 예정된 경로만 따라가도록 개발이 돼 있는데 GPS 오차에 의해 예정된 경로를 조금 벗어난 경우에 해당할 거라고 추정했습니다. ㄱ연구원은 “둘 중 어느 것이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페스티벌이 진행이 된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SKT는 22일 행사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3D 초정밀지도(HD맵)로 상암 DMC 일대를 주행 중인 차량들이 어느 지역, 몇 번째 차로를 달리는지도 상세하게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는 “해프닝이 일어난 건 영상 기반으로 장애물을 검출하는 등의 기술이 없다는 것”이라며 “지도 기반 측위 기술이 부족하다면 장애물 탐지라도 했어야 한다. 지도 기반 주행도, 복합적인 장애물 탐지 기능도 없는 거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미 시나리오가 정해져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만 가면 되는데 그조차 못했다는 건 문제가 심각한 거다. 특히 SKT는 실제로 자율주행 업체들처럼 기술을 개발하지는 않으면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실상은 아마존 창고에서 선 그어 놓고 따라가게 만든 로봇 수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시연 행사가 대개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지만, 준비를 잘 갖추고 홍보에 나설 순 없는 걸까요? 서울시, 국토부, 과기부 모두 행사 전 ‘세계 최초로 일반 도로에서 선보이는 5G·V2X 융합 자율협력주행기술’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지만 행사 직후에는 민망한 해명자료를 내야만 했습니다.

국토부는 상암 테스트베드 자율주행버스의 경우 안전성이 충분이 확보될 때까지 승객을 태우지 않고 시험운행을 하되, 시험운행 시 자율주행차량 전후에 유도차량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도로주행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즉각 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안내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날 상황을 ‘해프닝’으로 규정하고, “역설적으로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고 자율주행기술의 상용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도심에서 수많은 실험과 실증을 할 수 있는 공간(테스트베드 등)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내달 상암동에 도심 내 자율주행 테스트베드가 본격적으로 조성됩니다. 서울시는 이곳에서 기업들에게 자율주행차량을 실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SKT는 서울 C-ITS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와 손 잡고 서울 시내버스, 택시 1700대에 5G ADAS를 설치하고 HD맵을 구축, 실시간 HD맵 업데이트 기술을 실증하며 서울시 도로 인프라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새소식]

알립니다. SKT 측에서 해당 기사가 나간 후 추가 정보를 보내와 아래와 같이 덧붙입니다.

SKT는 “단일 광자 라이다(LiDAR), HD맵 실시간 업데이트, 5G 기반 V2X 등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을 꾸준히 개발·고도화 중에 있다”라며 “이번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공개를 계기로 5G와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을 융합해 국내 자율주행 연구의 ‘퀀텀점프(quantum jump)’를 이루도록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2019년 6월30일 오후 1시24분)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