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그라운드 2019] 암호화폐 사업을 할 때 부딪히는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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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28일 양일간 한빛미디어가 서대문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데브그라운드 2019’를 개최했다. 27일에는 ‘AI와 데이터 과학’, 28일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주제로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실무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를 소개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세션에서는 라인, 한국 IBM, AWS 코리아, 아이콘루프, 코인플러그 등 기업의 인사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세션에서는 블록체인 시장 트렌드부터 플랫폼 개발기까지 16개의 다양한 강연이 진행되었다. 이중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이들이 부딪히는 고민을 짚어낸 삼성리서치 박지훈 개발자의 ‘블록체인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 피치파이브 박재호 아키텍트의 ‘사업 관점에서 바라본 블록체인’, 노더 김선태 선임연구원의 ‘토큰 이코노미, 이런 접근 어때요?’ 세 가지 세션을 묶어 정리했다.

“블록체인에서 완전한 익명성은 없다”

| ‘데브그라운드 2019’ 연사로 참여한 삼성리서치 박지훈 개발자

기업들은 블록체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시큐리티 팀의 박지훈 개발자는 ‘블록체인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박 개발자는 ‘프라이버시는 죽었다(Privacy Is Dead)’라는 표어를 제시하며, 많은 현대인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말했다. ‘내 개인정보가 세계 여행을 한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개인들은 프라이버시에 대해 무디어졌지만, 기업들에게는 프라이버시가 여전히 중요한 이슈임을 짚었다. 더불어 블록체인 철학 역시 프라이버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더리움과 같은 플랫폼 또한 프라이버시 이슈를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덧붙였다.

그러나 박 개발자는 “블록체인으로 아주 획기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다. 더욱이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서비스는 없다”라며 중앙화 시스템이 기존 사업에서는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설명했다. 박 개발자는 ‘검열 저항성’이 필요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블록체인이 필요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 활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박 개발자는 “사용자의 데이터는 인터넷상의 석유와 같다” 비유하며, 이미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 있다 말했다. 특히 데이터 중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는 ‘결제 데이터’로 수입부터 취미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다. 박 개발자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프라이버시 이슈’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강조했다. 블록체인의 경우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만 익명성은 유지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의 리브라 또한 백서에서 리브라에 제공되는 정보와 사용자의 실제 아이덴티티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정말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일까? 박 개발자는 현재까지 블록체인에서 완벽한 익명성이 유지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개발자는 ‘체인어날리시스(Chainalysis)’의 분석을 언급하며 트랜잭션을 추적해 사용자의 실제 신원을 유추할 수 있으며, ‘블룸 필터’를 활용해 풀 노드를 내려받은 단말기의 주소를 연결해 해커들을 추적할 수도 있다며 아직까지 블록체인이 완전한 익명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박 개발자는 이처럼 프라이버시 이슈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에 기업들이 블록체인 채택을 주저하고 있다 설명했다.

또한 박 개발자는 블록체인 프라이버시 연구 분야를 크게 암호화폐, 스마트 컨트랙트, 인프라, 기술 4개 분야로 나누어 제시했다. 프라이버시 암호화폐에는 지캐시, 모네로, 그린, 스마트 컨트랙트에는 에니그마와 오아시스 랩, 인프라에는 누사이퍼, 스타크웨어, 기술에는 영지식 증명, 다자 컴퓨팅 등이 있다. 더불어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로 일회성 주소를 발급하는 스텔스 주소(Stealth Address), 송금 시 중간에서 트랜잭션 내역을 뒤섞는 코인 믹싱(Coin Mixing), 서명을 고리 형태로 배열해 송신자를 애매모호하게 감추는 링 시그니처(Ring Signature), 허위로 여러 내역을 만들어 추적을 어렵게 하는 디코이(Decoy) 방식을 소개했다.

그러나 박 개발자는 이러한 기술에도 한계점이 있다 지적했다. 코인 믹싱을 사용하면 데이터 사이즈가 너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암호화폐 모네로의 경우 2-4개의 트랜잭션만을 이용해 믹싱하는데, 사이즈는 줄일 수 있지만 적은 수의 트랜잭션을 이용하기에 사실상 추적이 가능하게 된다는 한계점이 있다. 디코이의 경우 트랜잭션의 횟수가 증가하면 중복되는 지점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그래프를 그려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확률적으로 프라이버시가 깨질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하게 된다. 지캐시의 경우 실제 사용자가 쓰기에는 풀 버전은 너무 무겁다는 한계점이 있다.

박 개발자는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프라이버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말했다. 일례로 영지식 증명의 경우 이전에는 이를 구현하는 데 40초가 걸렸다면, 현재는 2-3초로 줄어들어 상용화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 에니그마, 오아시스 랩은 ‘녹스(Knox)’처럼 하드웨어 자체에서 보호되는 프라이버시 기술을 연구하며 기존 블록체인의 프라이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덧붙였다.

“정말 사업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필요한가?”

| ‘데브그라운드 2019’ 연사로 참여한 피치파이브 박재호 아키텍트

<블록체인 기업으로 가는 길>의 공동 저자인 피치파이브 박재호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는 암호화폐 사업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관점에서 바라본 블록체인’에 대해 발표했다.

박 아키텍트는 ‘사업’과 ‘통화’에 대한 정의로 운을 뗀 후, “통화의 개념과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암호화폐는 기존 통화와 다르게 딱 떨어지는 ‘회계 단위’가 없다는 점을 짚었다. 더욱이 암호화폐는 소수점 단위로 거래가 가능하지만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경우 소수점 자리 계산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간 교환이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암호화폐를 이용할 경우 ‘지갑’을 생성해야 하는데, 법정화폐를 담는 물리적 지갑과 다르기에 일반 사용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암호화폐에 대한 진입 장벽이 생긴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아키텍트는 유, 무형 자산에 대한 토큰화가 이루어지며 ‘어떻게 소유권을 증명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부상했다 말했다. 박 아키텍트는 “기존 법정통화의 경우 중앙 시스템에서 지급을 보증하는 것처럼, 이용자들에게 암호화폐 역시 실세계의 자산으로 상환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무결성과 신뢰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급을 보증하는 이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존재를 설계하다 보면 탈중앙화와 중앙화 문제에 다시 부딪히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 아키텍트는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업과 암호화폐에 대한 신용을 보증하고, 적절히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데, 현재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가 부재하고 기존의 제도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규제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말했다.

박 아키텍트는 IPO와 ICO에 대해 비교해 설명하기도 했다. 박 아키텍트는 ICO의 경우 IPO와 다르게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소유권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ICO 투자자는 IPO 투자자보다 제한된 책임을 지지만, 기업이 ICO 투자자들에게 기업 실적에 따라 배당을 줄 의무 또한 없다. 박 아키텍트는 이 지점에서 암호화폐 기업들이 어떤 이익을 제공해 투자자와 사용자들이 토큰을 보유하게끔 유인책을 설계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짚었다. 박 아키텍트는 증권형 토큰 발행(STO)에 대해 설명하며, “STO의 경우 기존 증권처럼 소유권과 권리를 제공할 수 있지만, 증권 성질을 띠는 토큰은 규제 하에서 발행되게 돼 있다. 규제의 틀 안으로 편입될 경우 적격투자자만 STO에 참여할 수 있게되어있다. 그렇다면 투자자의 범주가 축소되게 된다”라며 STO 또한 대안책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박 아키텍트는 토큰의 가치 설계와 연관된 ‘토큰 경제학’을 설명했다. 박 아키텍트는 토큰 경제학에도 기존 경제학에서처럼 개별 참여자의 입장에서 출발하는 미시 토큰 경제학, 총체적 관점에서 생태계 거버넌스를 분석하는 거시 토큰 경제학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말했다. 그리고 암호화폐의 토큰 경제를 설계하기 위해서 토큰의 공급과 수요, 속도와 인플레이션, 참여자들의 상호작용 등을 변수로써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아키텍트는 “토큰을 찍어내기만 해서는 가치가 생기지 않는다. 사업의 부가가치와 연관이 되어야 한다. 암호화폐 기업의 서비스가 좋아져야 토큰의 가치가 오를 수 있다”라며 토큰 이코노미 이전 사업 모델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암호화폐 사업을 할 때 고려해 볼 사항들을 설명하는 박재호 아키텍트

박 아키텍트는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사업 출발과 함께 투자자와 사용자들에게 공개하는 ‘백서’의 구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박 아키텍트는 백서를 사업계획서와 비교하며, “최소의 분량으로 최대의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백서에는 회사의 목적, 풀고자 하는 문제와 해법 등 사업의 청사진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 아키텍트는 ‘본질적인 업’이 잘 드러나지 않는 백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 아키텍트는 “사업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끼어 맞추다 보면 이상한 결과물이 탄생한다”라며 “우리의 사업에 꼭 토큰이 필요한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강조했다. 만약 정말로 사업에 토큰이 필요하다면 어떤 내용을 온, 오프체인에 분리해 담을지, 어떤 메인넷을 기반으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암호화폐 사업 기획 절차를 정리했다.

“암호화폐 단기간 급등, 오히려 생태계에 해로울 수도”

| ‘데브그라운드 2019’ 연사로 참여한 노더 김선태 선임연구원

작년부터 ‘토큰 이코노미’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블록체인 리서치 그룹 노더(Noder)의 김선태 연구원은 ‘토큰 이코노미 접근법’에 대해 발표를 했다. 김 연구원은 토큰 이코노미를 ‘우리 사회의 보상과 처벌처럼, 암호화폐 생태계에 정상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일련의 경제체제’라 정의했다. 또한 이러한 토큰 이코노미를 가능하게끔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암호 경제학’이라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 두 개념에 대해 설명하기 이전 자주 논란이 되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짚고 넘어갔다. 김 연구원은 “이 두 개념을 분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실생활에서도 보상, 처벌 시스템은 화폐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라며 암호화폐 생태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는 관점에서 이 두 개념을 분리하기 어렵다 말했다.

김 연구원은 토큰 이코노미를 구성하는 주요 변수로 ‘채굴 비용’, ‘채굴 보상’, ‘생태계 이익’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상적인 암호화폐 생태계에서는 채굴자들이 유입되며 생태계가 성장하고, 이에 따라 토큰 가치도 성장에 채굴자들이 채굴을 지속할 수 있는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런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채굴 비용은 보상을 넘지 말아야 하며, 채굴로 생태계에 창출되는 가치는 채굴 보상보다 커야 한다고 말했다(채굴 비용 < 채굴 보상 < 창출 가치). 이러한 선순환 체계가 있어야 참여자가 생태계에 참여해 얻는 이득이 있어 토큰 이코노미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연구원은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할 때 참여자들의 행동이 블록체인에 어떻게 인식될지, 생태계에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줄지, 참여자들에게 지급한 보상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먼저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질문들이 곧 오라클의 문제와 가치 연동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 토큰 이코노미 선순환의 조건을 설명하는 김선태 연구원

오라클의 문제란 외부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불러올 때 발생하는 문제로, 외부 데이터를 선별에 블록체인에 불러오는 장치, 사람 등의 중간자에 대한 신뢰의 문제와 이어진다. 김 연구원은 오라클의 문제를 설명한 후 우회 행동에 대해서도 예시를 들었다. 우회 행동이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보상을 받아 가는 문제를 뜻하는데, 걸음 수를 측정해 보상을 주는 앱에서 GPS를 이용해 걸음 수를 조작해 보상을 받아 가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할 때, 우회 행동을 차단하긴 어렵지만 억제할 수는 있어야 한다”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암호화폐 급등 현상’을 예로 우회 행동과 가치 연동의 문제에 관해 설명했다. 일반적인 암호화폐 생태계에서는 채굴 비용이 행동 보상보다 낮고, 해킹 비용이 행동 보상보다 높아야 한다(채굴 비용 < 행동 보상 < 해킹 비용). 김 연구원은 이러한 균형이 깨질 때 암호화폐 생태계 붕괴가 이루어진다며 ‘비트코인 골드’를 예시로 들었다. 비트코인 골드는 PoW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초기 생태계에서는 채굴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비트코인 골드의 가격이 급등하며 많은 채굴자가 비트코인 골드를 채굴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채굴자뿐만 아니라 해커 또한 비트코인 골드 생태계에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골드의 가격이 급등하며 해킹 비용보다 해킹으로 얻을 수 있는 토큰의 가치가 증가했기에 해커들은 비트코인 골드 블록체인에 51%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골드의 블록체인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으며, 채굴자 역시 빠져나가며 생태계가 붕괴되었다.

김 연구원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토큰 이코노미는 쉬워도, 암호 경제학은 어려울 수 있다”라며 암호 경제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적용하고자 하는 산업, 행동 경제학과 게임 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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