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피커로 독거노인 돌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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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잘 못 쓸 거다, 발음이 불확실해서 인공지능이 못 알아들을 거다. 그런 걱정이 많았습니다. 최고령자가 99세입니다. 잘 쓰고 계십니다. 나훈아 노래, 찬송가 주로 들으시고요. 성동구 사시는 97세 어르신도 있습니다. 이분도 인공지능 스피커를 아주 다양하게 쓰고 계십니다.”

SK텔레콤이 지난 4월부터 행복한 에코폰, 그리고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시범사업에 나선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얘기다.

SK텔레콤은 7월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4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두 달간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패턴을 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5개 지자체에 거주 중인 11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데이터 분석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75세였으며 최고령자는 99세였다.

AI스피커, 독거노인 ‘말동무’…스마트폰 없으면 스피커 더 써

독거노인들은 AI스피커를 ‘말동무’로 여겼다. 인기 발화(發話)단어를 분석한 결과, 상대방과 대화 시 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많이 사용하는 ‘좀’ 이라는 단어가 상위 키워드에 나타났다. 이 밖에도 상위 50개 발화에는 ‘알려줘’ ‘어때’ 등 친근한 표현들이 다수 포함됐다.

SK텔레콤은 “발화 키워드를 통해 어르신들이 AI 스피커를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라며 “어떤 독거어르신은 스피커를 피곤하니까 쉬라고 눕혀 놓기도 하더라. 젊은 사람들이 AI스피커를 쓰는 것과 다른 모습들이다. 이분들은 AI스피커에 애착을 느끼고, 친구처럼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용 서비스 비중에서도 이러한 점이 돋보였다. 독거노인들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FLO’(63.6%)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감성대화(13.4%) ▲날씨(9.9%) ▲운세(5.0%)가 뒤를 이었다. SK텔레콤 ‘누구’ 전체 사용자는 ▲음악(40%) ▲날씨(10.5%) ▲무드등(6.9%) ▲알람∙타이머(6.6%) ▲감성대화(4.1%) 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감성대화’ 사용 비중(13.5%)이 일반인 사용 패턴(4.1%)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감성대화는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 화자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는 일상적 대화를 의미한다.

또 독거노인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경우 AI스피커를 2배 정도 더 사용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스마트폰∙인터넷 대신 AI스피커가 정보∙오락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ICT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컴퓨터 자판이나 그래픽 UI에 비해, 말로 하는 음성 UI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독거노인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AI스피커가 유용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AI 스피커는 독거노인들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야간)에 자동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후 ICT케어센터에서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도 마련돼 있다.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독거노인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AI스피커에 적용되는 신규 서비스인 ‘행복소식’은 행정구청 관내 이벤트를 안내하고, 복약지도 및 폭염∙한파 주의 안내 등에 사용될 수 있다. 또 어르신들을 위한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보라매병원과 함께 개발 중이다.

행복한 에코폰 나양원 대표이사는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친밀감을 경험하는 소통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현장에서도 ‘말을 해줘서 좋다’, ‘든든하다’, ‘자식 같다’는 반응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노령화 시대에 대비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에 기반한 어르신들의 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독거 어르신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SK텔레콤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일문일답.

Q. 사업 계획 있다면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9월에 독거 노인을 위한 추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3가지다. 첫째는 행복소식이다. ‘아리아’를 부르지 않아도 독감예방주사를 접종해야 한다는 등 특정 정보를 먼저 안내해주는 기능이다. 둘째는 의학상식 정보 제공이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팟빵’에 올리던 건강 팟캐스트 콘텐츠를 우리에게 줬다. 감기에 대해 물어보면 의사들이 증상이나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거다. 거의 웬만한 종류의 의학상식을 제공한다.

또 하나는 보라매병원 도움으로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인지강화훈련이라고 하는데, 방식은 다양하다. 뉴스를 읽어주고 여기서 등장하지 않은 얘기를 찾거나 음악을 들려주고 노래 제목을 맞추는 식이다. 게임과 접목해 즐겁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콘텐츠로 치매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9월부터 제공한다. 8개 지자체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우리 쪽에 함께하자는 연락이 많이 왔다. ICT 노인돌봄 모범사례라고 판단한 것 같다. 기술이 이웃이 되고 복지가 되는 모델로 도입하고자 여러 곳과 많은 협의를 하고 있다.

Q. 위급상황일 때 한 단계를 거치게 돼 있는데 119와 바로 연계할 수는 없나.

=119는 누구나 응급할 때 부를 수 있다. 꼼짝 못 하는 상황일 때 전화를 쓸 수 없지 않나. 누구 스피커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119에서는 시스템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도한 부담으로 생각하고 있다. ADT캡스에서 상황 파악해 119와 연계하고 있다. 장난전화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위급상황 구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헬스케어 쪽은 계획 없나. 그리고 지금 시범사업인데 정식사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정부의 도움이나 투자가 필요해 보이는데, 논의 이루어지고 있나.

=헬스케어 분야에 사회적 기업과 스타트업이 많다. 누구 플랫폼에 들어오고 싶다는 문의들이 오고 있다. 대상자들이 모여 있고 확실하게 사용실태 등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면 올 가을에 광역 지자체에서 하나를 추진할 수 있다. 그쪽은 노인돌봄만이 아니라 중증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적약자를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몸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호흡이 없을 때 바로 파악해서 알람을 주는 거다. 굳이 ‘살려줘’, ‘도와줘’ 말하지 않아도 생체 신호를 파악해 119에 연락 줄 수 있도록 한다는 거다. 그런 헬스케어 업체도 우리와 협업하려고 하고 있다.

Q. 무료로 운영하면 SKT도 사업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을 텐데.

=SKT는 기술을 제공한다. 데이터를 보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유지하고 보수하는 게 우리 몫이다. 처음에는 지자체와 우리가 6:4였다. 우리가 6이었다. 지적하신 것처럼 참여하는 지자체가 늘어나면 우리 예산 한정돼 있어서 계속 넣거나 중단될 거다. 그 사정도 지자체와 솔직하게 공유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본인들이 더 부담하겠다고 한다. 향후 프로젝트는 협력기관과 지자체가 돈을 더 많이 내게 된다. 제일 좋은 모델은 정부, 광역단체, 지방자치단체 등 3곳이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초단체는 가장 열악한 예산으로 하려니까 힘들다. 그래서 SKT가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광역도 들어오면 부담이 줄어들 거다. 시범사업 반응은 좋다. 독거노인이 행복해하니까. 100%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 어렵다. 필요 없으니 가져가라고 한 분들도 10% 이하지만 존재한다. 이 서비스가 필요한 분들로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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