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신문 하단에 등장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각종 광고는 글로 빽빽하다.
예전과 달리 여백을 주고 공간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품을 알리는 ‘텍스트’들이 가득하다. 제목과 제품을 설명하는 작은 글씨들이 나머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우리나라 지면광고도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 광고형식으로 변화하면서 글보다는 비주얼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글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광고제작사는 이를 탈피하려 이길 수 없는 ‘줄다기’를 한다.
이상과 달리 돈이 나오는 곳이 어딘가? 광고제작사는 ‘높은 분’의 입맛에 따라 만들어 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제작사의 제작안을 돈을 지불하는 광고주가 수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오늘도 많은 광고제작사 소속의 크리에티이브 디렉터를 비롯한 디자이너, 카피라이터는 광고주의 광고제작을 위하여 새벽까지 달린다.
그러나, 이런 광고제작 형태, ‘돈지랄’ 하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제석이 그 사람이다. “광고쟁이는 광고 하나로 보여주면 된다. 뭐 미주알고주알 밝힐 게 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판이 불리하면 뒤집어라!”
말도 시원하고 그의 행동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방송과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만나는 광고들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광고, 자극적인 광고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 상황에 대해 그는 소비자를 행동하게 하고 반응하게 하게 하는 ‘기본적인 메시지’ 전달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광고와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는 광고는 어떠한가? 생각의 차이가 있는가?
이러한 현실을 비판할 만큼,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놓는 이제석은 누구인가?
처음부터 그가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스펙’이라는 위력 앞에서 사회에 발들여놓는 것을 ‘거부’하는 기업과 만나는 것이 그의 현실이었다. 스펙의 위력에 어쩔 도리가 없던 그는 진짜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세상을 여행 홀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악착같이 매달리며 그는 그곳에서 광고의 실무를 익히고 자신만의 광고관을 세웠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은 그의 스펙이 어떻게 미국 뉴욕의 한 복판에서는 통할 수 있었을까? 그의 끊임없는 아이디어는 그가 뚫고자했던 차별을 결국 뚫었다.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곳에서 승부를 걸었고, 수많은 광고제는 그에게 상을 부여하고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세계적인 광고제작사로 들어가 광고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행복하지 않았다. 뭔가가 빠져있음을 생각했다. 무엇일까? 바로 행복이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광고주의 입맛에 맛는 광고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통하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광고에서 찾았다. 공익광고는 그의 아이디어를 펼치기에 가장 적합했으며, 그의 코드와도 일치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만든 광고를 보고, 그가 왜 돈되는 광고대신 돈 안되는 공익광고, 캠페인 광고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기울이는가를 알게 된다.
“상업광고에 점점 정나미가 떨어져 가면서 나는 공익광고 쪽에 자꾸 눈이 갔다. 돈이 안 되는 척박한 여건이지만 공익광고의 내용과 목적이 내 유전자와 맞았다.”
고정관념과 위계질서와 상식을 뒤집는 것을 좋아하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그는 인정하지 않는다. 남들이 외면하는 것,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것을 그는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공익광고를 택했다. 광고쟁이로서 공익을 위해 기여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돈을 얼마 들이지 않고도 광고효과가 큰 광고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그러나 광고제작사들은 결국 소비자들이 짊어져야 할 돈을 광고주로부터 받아내며 그 돈으로 ‘돈잔치’를 벌이며 광고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업적인 광고도 만들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광고비주얼은 대부분이 공익적인 캠페인성의 광고들이다. 그의 성향과 생각들,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을 짐작케 한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곳에서 벗어나 그의 실력을 인정해줄 수 있는 곳으로 그는 과감하게 무대를 옮겼다. 그의 말대로 그는 그가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펼쳐나가고 있다. ‘판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라’는 그의 말대로 얼마나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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