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도 수백 개의 새로운 앱이 출시되고, 동시에 수많은 앱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려 7개월 째 상위 랭킹을 지키고 있는(11일 현재 한국 앱스토어 유료 앱 6위, 엔터테인먼트 부문 2위) 게임이 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퍼즐 게임 ‘불리(Booooly)’가 그 주인공이다. 벤처기업의 제품으로서 국내외 앱스토어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대표 앱으로 손꼽힐 만하다.
[모바일 줌-人]의 두 번째 손님으로 불리의 개발자인 박영철 넥스트앱스 개발 이사를 만났다. 그에게 2년 가까이 아이폰 개발을 하면서 느낀 점을 들어보고, 그가 생각하는 불리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지 직접 물었다.
박영철 넥스트앱스 개발이사
박영철 이사는 2008년 연말부터 아이폰 앱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 직장인 코리아리즘에서 아이폰용 리듬 게임 ‘비트라이더’의 개발을 맡으면서 아이폰과 인연을 맺었다.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기 1년 전이니 비교적 일찍부터 시작한 셈이다. 그때까지는 주로 델파이와 비주얼 C++ 환경에서 개발을 했던터라, 처음에는 아이폰 개발 환경이 낯설었다고 했다.
“PC에서 윈도우만 쓰다보니 맥을 쓰는 것 자체가 낯설었어요. 다행히 델파이와 비주얼 C++에서 UI와 관련된 경험을 많이 쌓았던 탓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이폰 개발에서 UI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잖아요. 오브젝트 C 문법에 익숙해지자 생각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아이폰 개발 경험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존에 모바일 게임 개발은 이통사나 제조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시일도 많이 걸리고 중간에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앱스토어는 달랐다. 개발업체에서 개발만 완료하면 바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구조였다.
당시에는 국내에 아이폰 출시가 확정되기 전이라 회사안에서는 아이폰 게임의 시장성에 대해 이견이 많았지만, 박 이사에게는 아이폰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모바일 앱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앱스토어에서 가능성을 본 그는, 김영식 현 넥스트앱스 대표와 함께 2009년 10월 넥스트앱스를 창업했다. 모바일 앱 개발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모험이었다.
김영식 대표는 안되면 ‘치킨 집’이라도 하자는 심정이었다며 웃는다. 다행히 창업과 함께 호재를 맞았다. ‘담달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출시 일정이 불분명하던 아이폰이, 11월 말 예약판매를 시작으로 국내에 공식 출시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아이폰 출시와 동시에 첫 작품, ‘블러드 헌터’를 앱스토어에 출시할 수 있었다. 흡혈귀가 등장하는 1인칭 슈팅게임이었다.
처음에는 반짝 반응이 있는 듯 했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게임 심의 문제도 겹치면서 얼마 가지 못하고 게임을 내리게 됐다. 미국 앱스토어에서도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곧바로 후속작 준비에 들어갔다. 박영철 이사는 비트라이더와 블러드 헌터를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고 했다. 김영식 대표와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한 끝에 블러드 헌터가 단명했던 원인은 무엇보다도 마니아적인 성향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물론 마니아 성향의 게임도 타게팅을 잘하면 성공할 수 있겠지만,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야 합니다. 또, 초기에 해당 장르의 마니아들이 다 다운받고 나면 지속적인 다운로드가 발생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후속작에서는 휴대폰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 장르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해답은 퍼즐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불리(Booooly)’가 탄생했다. 살아 움직이는 아기자기한 캐릭터 ‘불리’를 색깔을 맞춰 터뜨리는 두뇌 퍼즐 게임이다. 복잡한 설명없이도 누구나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박 이사는 불리가 완성되자마자 가장 먼저 부모님께 들고 갔다고 했다. 게임을 잘 못하시는 부모님 세대도 불리를 손쉽게 즐기는 것을 보면서 성공을 예감할 수 있었다.
불리는 귀여운 캐릭터와 쉬운 게임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예상대로였다. 한국과 미국 앱스토어에서 순위권에 오르면서 상큼한 출발을 했다. 뒤이어 브라질과 홍콩, 싱가포르에서 전체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국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7개월 째 5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불리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매달 최소 1건 이상의 콘텐트를 개발하겠다는 창업 초기의 목표도 수정했다. 처음에는 모바일 환경의 특성상 조금 팔리더라도 다량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지만, 불리 사용자들이 보내주는 다양한 피드백을 보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다. 불리를 계속 다듬어가면 장기적으로 승부할 수 있는 앱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리를 테트리스처럼 국적을 불문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한 번 만들어놓고 끝나는 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그 시작으로 지난 5월, 불리에 멀티플레이와 랭킹 시스템을 도입했다. IDC에 멀티플레이 서버를 구축해 전세계 불리 게이머들과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아이템도 추가해 더욱 박진감 있는 온라인 대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멀티플레이와 랭킹 시스템은 불리가 꾸준히 판매량을 이어가면서 스테디 셀러로 자리매김하는데 1등 공신이 됐다.
‘iOS4′에 맞춰 진행되는 1.7버전에서 또 한번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연동하는 기능이다. 자신의 친구를 서로 확인할 수 있게 되고, 멀티플레이를 즐길 때 서로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게임을 즐기게 된다. 불리를 즐기면서 다양한 나라의 SNS 사용자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리의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는 아이폰을 넘어 보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불리를 만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소니에서 먼저 연락이 왔단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에 불리를 탑재하자고. 또한 안드로이드 시장이 조금씩 활성화되는 것을 보면서 안드로이드 버전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구글 체크아웃만 국내에서 서비스가 된다면 곧바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진작 안드로이드에도 뛰어들었을 거에요. 현재로서는 안드로이드에서 투자한 금액만큼 수익을 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좀 회의적이긴 합니다. 그래도 불리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대시킨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봐요. 최근 들어 안드로이드폰도 판매실적이 괜찮다고 하니, 앞으로는 안드로이드 시장도 조금씩 확대되지 않을까 기대해봐야겠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머지않아 전세계 아이폰 사용자와 안드로이드 사용자, 플레이스테이션 사용자들이 다 함께 불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박영철 이사의 목표가 허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넥스트앱스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는 게임을 넘어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저희 회사 이름이 넥스트’게임’이 아니고 넥스트’앱스’잖아요. 게임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회사 이름처럼 기존의 앱보다 한걸음씩 더 나아간 앱을 개발하고 싶어요. 사실 이미 계획하고 있는 아이템들이 있는데 아직은 비밀입니다.(웃음)”
넥스트앱스의 자신감은 이달 새롭게 이전한 사무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예전보다 몇 배는 넓어진 새 사무실을 보고 넌지시 물었더니, 역시나 새롭게 개발자들을 충원하는 중이란다. 최근에 모바일 개발자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신입 개발자를 뽑아서 교육시킬 생각도 있다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뽑을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 번 도전해보시길.
뻔한 대답이 예상되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모바일 줌-人]의 공식 질문을 던졌다.
“개인 휴대폰은 어떤 걸 쓰시나요?”
“약정이 많이 남아서 아이폰 3GS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아이폰 4는 회사에서 개발용으로 구매할 계획이에요.”
“그럼 아이폰의 매력을 한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
“뭐니뭐니해도 다양한 앱과 게임이죠. 불리도 아직까진 아이폰에만 있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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