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왜 AI 기반 기술에 투자할까

AI 전문 연구 인력만 15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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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게 아닌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서 혁신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보고 연구 개발을 하고 있으며, 이 가능성이 엔씨가 갖는 경쟁력이다.”

인공지능(AI)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시대다. ‘알파고 쇼크’ 이후 AI는 국내에서 일종의 레토릭이 됐다. 엔씨소프트는 이처럼 AI가 유행하기 이전인 2011년 AI 연구개발(R&D) 조직을 꾸렸다. 지속적인 조직 확장을 거쳐 현재 김택진 대표 직속 조직으로 AI센터와 NLP센터 산하에 5개 조직을 운영 중이다. 연구 분야는 게임과 관련된 응용 AI뿐만 아니라 스피치, 비전, 언어, 지식 등 AI 기반 기술 전반에 걸쳐있다. 소속된 AI 전문 연구 인력만 약 150여 명이다.

당장의 직접적 성과가 나오기 힘든 AI R&D에 게임 개발사가 뛰어든 이유는 뭘까. 2011년 AI TF부터 시작해 현재 엔씨 AI 연구개발 조직을 꾸려온 이재준 엔씨소프트 AI 센터장은 AI 기술이 엔씨의 경쟁력이 될 거라 자신했다. AI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게임 개발과 관련해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고 기존 기능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근본적인 혁신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 (왼쪽부터) 엔씨소프트 이재준 AI 센터장, 장정선 NLP 센터장

엔씨소프트는 7월18일 엔씨소프트 판교R&D센터에서 AI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AI 비전과 현재 수행 중인 연구 과제들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한운희 미디어인텔리전스랩 실장은 “많은 곳에서 AI를 얘기하는데 엔씨는 AI를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구라고 정의하며, 기존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공하고 사용자가 새로운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엔씨 AI R&D에 대해 소개했다.

이재준 AI 센터장은 게임 속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발표했다. 이른바 ‘게임 어시스턴트 AI’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하거나, 서비스 쪽에 활용하는 식이다.

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AI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월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19’에서 ‘강화학습을 이용하여 프로게이머 수준의 블레이드 앤 소울 비무 AI 만들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비무 AI’는 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의 PVP 대전 콘텐츠 ‘비무’를 프로게이머 수준으로 플레이하는 AI다.

또 게임 아트 제작을 지원하는 AI도 있다. GDC 2019에서 ‘딥러닝 기반의 역운동학을 이용한 AI 기반 캐릭터 애니메이션 생성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AI가 모션 캡쳐 없이도 3D 캐릭터의 움직임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구현해주는 기술이다. 이날 이재준 센터장은 캐릭터 대사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 ‘텍스트 투 애니메이션’, 얼굴 사진에서 캐릭터 얼굴 3D 모델을 자동 생성하는 ‘캐릭터 얼굴/아이콘 생성’ 기술 등을 발표했다.

게임 서비스에 활용되는 AI는 플레이 편의 기능을 위해 적용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보이스 커맨드’ 기능을 발표했다. 음성 명령을 통해 게임을 조작하는 편의 기능이다. 일반적인 AI 어시스턴트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호출어와 명령어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리니지M’ 플레이 중 “만피(체력이 가득 찬) 기사 점사해줘”라고 말하면 공격 명령을 수행해주는 식이다.

이재준 센터장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가 많아 올해 안에 간단한 명령어를 수행하는 수준부터 단계적으로 기능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이스 커맨드 기능이 실제 사용자 편의보다는 보여주기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재준 센터장은 “보여주기식의 기능은 아니며, 사업팀을 통해 유저 의견을 전달받아 개발 중인 기능이기 때문에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공격 명령 등 결과가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기능들은 나중에 구현할 예정이고 물약 구매, 이동, 채팅 등의 위험성 낮은 기능부터 적용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편의를 주는지 확인하면서 적용 분야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정선 엔씨소프트 NLP 센터장은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관점에서 플랫폼으로서, 서비스로서 AI를 말했다. 엔씨는 지난 4월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 2.0 버전을 선보였다. 장정선 센터장은 AI 기술로 어떤 컨텐츠를 만들지 연구한 결과물로 이 서비스를 소개했다. 야구는 방송, 뉴스, 이미지, 동영상, 데이터, 커뮤니티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교류가 활발해 미디어와 AI, 데이터와 AI를 결합했을 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연구하는 데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페이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야구 콘텐츠를 생성, 요약, 편집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야구 정보를 제공한다. 장전선 센터장은 현재 AI 야구 중계 기능에 대한 R&D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스포츠 중계톤으로 감정을 담은 음성 합성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 이재준 엔씨소프트 AI 센터장

이재준 센터장은 엔씨의 AI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분야별 AI 컨퍼런스에 참여해 구두 발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난 8년간 엔씨 AI 조직의 성과에 대해서는 “게임 회사에서 왜 AI를 시작했는지 질문을 풀어내고, 좋은 인력이 모였으며 5가지 연구 방향을 잡고 초기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개발팀과 처음부터 협의를 거쳐 AI로 현업에서 고민하는 진짜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이게 엔씨 R&D 조직의 경쟁력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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