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율주행용 3D지도, 한국은 ‘블루오션’이죠”

2019.07.23

“자율주행 시대의 지도는 더 이상 ‘그냥 지도’가 아니다. 차량 두뇌의 일부다” 제림스 우(James Wu) 딥맵 창업자가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2025년께 420억달러(약 4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자율주행 시대에 맞는 3차원정밀지도(이하 3D지도) 시장도 함께 열리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 등 각종 센서를 활용해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 센서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도로 중심선, 경계선, 차선 단위 정보부터 신호등, 표지판, 각종 시설물, 노면 마크, 연석 등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3차원 디지털로 표현하는 3D지도가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3D지도는 센티미터(cm) 단위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오차범위가 큰 GPS를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국내에도 3D지도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연세대학교 석박사 인력이 모여 2017년 창업한 모빌테크는 3D지도 데이터 수집, 가공, 처리 등을 비롯해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통합 인지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창업 이후 네이버, 현대자동차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달에는 국내 자율주행 업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목돼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순방’에 2박3일간 동행하기도 했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 대학원 시절 드론 택배 배송을 연구하다 3D지도에 관심을 갖게 됐고, 관심은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3D지도를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의 운전과 로봇의 운전은 안전성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다”라며 “기계는 절대 사고를 내지 않도록 개발돼야 하기 때문에, 기술을 중복적으로 쓴다. 카메라, 라이다, 지도 등 각각의 안전도가 90%는 넘어야 하나가 문제가 생겼을 때 보완이 가능하다. 그래서 3D지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블루오션’ 韓지도 시장, 데이터가 무기다

지난 2007년부터 구글은 수차례 국내 지도를 ‘반출’하려 했다.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구글 측에 여러 조건을 내걸었고, 결국 반출은 무산됐다. 김 대표는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 덕분에 국내 지도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남게 됐다”라며 “웨이모 등 외국기업도 언젠가는 한국 시장에서 자율주행을 하려고 할 텐데 이때 필요한 지도를 우리 같은 업체가 공급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은 블루오션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국내부터 공략하고, 차근차근 해외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블루오션’이라지만 국내 3D지도 개발 업체가 모빌테크만 있는 건 아니다. 네이버, SK텔레콤, 현대엠엔소프트 등이 3D지도에 눈독 들이고 있다. SKT와 쌍용차는 지난해 말 글로벌 지도 기업 히어(Here)와 함께 HD맵을 개발하기로 했다. 최근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연내 서울 시내 왕복 4차선 이상 주요도로 2천㎞를 지도로 구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과 견줄 때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김재승 대표는 “도로상에서 3D 지도 데이터를 이미 상당히 확보했다”라며 “우리는 K시티, 송도, 상암동, 여의도 등 구역별 3D지도가 있고 데이터 품질은 자신 있다. 대외적으로도 공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스타트업이 뭘 할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창업을 준비하면서 대기업이 모든 영역을 다 잘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3D지도까지 손을 대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우리는 지도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지도 제작의 원천 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요. 대기업이 가진 자본과 인프라에 우리 기술력을 합하면 시너지가 난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현재 모빌테크는 기업의 요청을 받고 특정 지역의 3D지도를 제작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서울 전체지역의 지도 데이터를 구축하고,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특정 지역의 지도를 떼어서 판매할 계획이다.

3D지도, 있는 것과 없는 것

국내에서는 데이터가 이들의 무기라지만, 해외에서는 다른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이들이 찾은 해답은 3D지도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었다. 3D지도 제작 시 차량에 카메라, 라이다 등 각종 센서를 탑재하고 도로를 주행하며 영상 정보 데이터를 수집한다. 딥러닝으로 이미지를 분석하고, 이러한 데이터는 수동으로 가공해 정밀도로지도를 구축한다. 이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돼야 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수동으로 가공하는 과정, 그리고 실시간 업데이트다. 모빌테크는 기존의 지도 제작 과정에서 수동으로 가공하는 ‘공정’을 일정부분 반(半)자동화했다. 타사보다 지도제작을 좀더 빨리 할 수 있는 모빌테크의 강점이다.

김 대표는 “3D지도는 사람이 이른바 ‘노가다’ 작업을 해야 한다. 글로벌 지도기업도 대규모 인력을 써서 후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을 100% 자동화한 지도 기업은 전세계 단 한 곳도 없다. 모빌테크는 수동 가공을 앞으로 완전히 반자동화하기 위해 집중할 거라 밝혔다.

실시간 업데이트도 마찬가지다. 김재승 대표는 “‘실시간 업데이트 기술’은 우리도 없지만 전세계적으로도 없다. 아직은 그 전 단계만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장기적인 목표는 소형 단말을 택시에 장착해서, 전국 단위로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한 3D지도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게 구현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도 마련했다. ‘로드뷰’ 촬영물을 납품하고 있는 기존 지도정보 수집업체는 십수대의 차량을 확보하고 있다. 모빌테크는 이들의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면 한달 안에 서울 전역의 3D지도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당장 데이터 수집을 하러 나갈 수 있는 차량과 장비 인프라가 있는 팀은 없다. 다른 기업에서는 10개월 걸릴 일이지만 우린 2개월 정도면 (지도가 확보)된다”라고 말했다.

3D지도는 주로 자율주행차에 쓰이지만, 용도를 국한할 생각은 없다. 부동산업계에 활용될 수도 있고 스마트시티 등 도시계획에 이용될 수도 있다. 가상현실(VR) 콘텐츠에도 가상세계에 생성된 지도가 필요한 경우가 있을지 모른다. 모빌테크는 올해 안으로 서울 전역을 3D지도화하고, ‘로드뷰’처럼 개방할 계획이다.

“서울 전체를 스캔해서 데이터를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매달 업데이트하면 어떨까요? 기록 자체로도 가치가 있겠지만 웹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면 평소 자동차나 3D지도를 모르던 사람들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규제는 괜찮다, 투자가 아쉽다

대개 스타트업은 규제에 민감할 거라는 편견이 있지만 김재승 대표는 적당선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율주행차는 한 순간의 ‘오류’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어느 정도 제한은 필요하다”라며 “지금은 K시티 안에서도 자율주행기술이 완벽하지 않다. 규제를 풀려면 자율주행기술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장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고 털어놨다. 실리콘밸리는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창업도, 투자도 활발하다. 반면 국내는 분야별로 한두 곳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다. 규모가 작다 보니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투자도 헬스케어, 인공지능(AI) 분야에 편중돼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스타트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는 지도 스타트업이 몇 개씩 있어요. 우리나라는 ‘그런 건 대기업이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요. 투자 규모도 작죠. 업체도 적으니 잘 되는 것 같지 않고, 외산이나 대기업에 치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거 같아요. 그런 게 아쉬워요. 저희는 올해 말까지 권역별로 대규모 지도 데이터를 제작하려고 해요. 본격적으로 기술을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