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향방은?

정부는 중립 기어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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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국내 도입 문제에 대한 논의가 첫발을 뗐다.

지난 7월23일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민관협의체를 꾸려 첫 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뒤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여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불협화음을 보이자, 국무조정실이 교통정리에 들어갔고 이번 민관협의체가 구성됐다. 하지만 첫 회의 결과를 놓고 도입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앞으로의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민관협의체가 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국내도입 문제는 충분한 대비 시간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질병코드 국내도입 여부,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또 사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질병 코드 도입 근거에 대해 의료계와 게임계가 공동으로 선행연구를 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관협의체는 의료계(3명)‧게임계(3명)‧법조계(2명)‧시민단체(2명)‧관련 전문가(4명) 등 각계를 대표하는 민간위원 14명과 정부위원 8명 총 22명으로 구성됐다. 정부위원으로는 복건복지부(간사), 문화체육관광부(간사),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통계청, 국무조정실 등에서 1명씩 참여했다.

“민관협의체 인적구성과 활동 방향 우려”

이를 두고 게임 업계를 대변하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즉각 반발 성명을 냈다. 먼저, 민관협의체 인적 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게임산업계 협단체를 배제하면서 중독정신의학회 등 특정 의학회 인사를 의료계 인사로 내세웠다는 점, 게임이용장애 도입에 찬성하는 부처가 반대하는 부처보다 많은 점 등이 우려되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공대위에는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학회, 공공기관, 협단체, 대학 등 9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 지난 5월29일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식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민관협의체 인사를) 최대한 중립적으로 구성하려고 했다”라며 “문체부, 복지부에서 협의를 했기 때문에 어느 성향으로 치우친 분들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민간위원 14명 중 10명은 문체부와 복지부에서 각각 5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4명은 협의체 참여하는 다른 부처에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게임 중독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 연락도 많이 받았는데 그쪽에서는 인적 구성이 ‘친’ 게임 업계 위주로 돼 있다고 비판한다”라며 “어느 한 스탠스를 취하지 않는 한 박수받기 힘든 일이고 중립적으로 협의를 진행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또 “공대위 쪽에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부는 찬반 양쪽 인식의 차가 큰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 여부에 대해 WHO의 권고가 옳은지 원점부터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공대위 측의 민관협의체 회의록, 녹취록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회의가 열릴 때마다 회의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면서도 “참여하는 분들이 논의하는 데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녹취록 공개는 힘들다”라고 밝혔다.

중립 기어 넣은 정부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각계의 입장을 수렴해 최대한 중립적으로 민관협의체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을 전제하지 않고 원점부터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또 국무조정실은 8월-9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관련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목소리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관협의체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 공대위와 게임 중독 관련 단체를 별도로 만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 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 구성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여부의 키를 쥔 정부 부처는 통계청이다. 국내 통계법은 통계청이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산업, 직업, 질병·사인 등에 관한 표준분류를 작성·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질병분류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ICD-11은 2022년 1월 발효되며, 이를 반영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은 이르면 2025년부터 가능(2026년 시행)하다.

통계청 역시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민관협의체에서 결정된 내용을 존중할 계획”이라며 “게임이용장애도 중요하지만 ICD-11 전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이며, 아직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연구가 못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별도의 입장을 내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또 “ICD-11이 KCD에 그대로 반영되는 건 아니며 통계법 22조에 따라 국제분류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보건환경에 맞게 표준 분류를 만들게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질병분류를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산업분류든 질병분류든 특정 부서에서 하면 자기 부처에 유리하게 주관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중립적, 객관적으로 분류를 할 필요가 있어 통계청이 분류하는 것이며, 보건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하는 게 맞지만 표준분류는 객관적인 통계작성을 위해 통계청이 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아직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에 대해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있고, 사회적 합의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중립을 표방했다. 게임이용장애에 대해 논의할 시간은 충분하지만, 국내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양측 진영의 여론전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일부 게임 중독 관련 시민단체는 7월31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중립 기어를 넣은 정부 사이에서 찬반 양 진영의 반발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향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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