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왜 아트선재센터에 전시회를 열었나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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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맨과 테트리스를 피카소, 반 고흐 작품과 함께 전시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진정한 이해의 죽음을 뜻할 것”

지난 2012년 게임 예술 논쟁이 불거졌다.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이 ‘팩맨’, ‘테트리스’, ‘심시티 2000’, ‘괴혼: 굴려라 왕자님’ 등 14점의 비디오 게임을 영구 소장하기로 결정하면서, 게임을 예술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에는 ‘유감스럽지만 MoMA, 비디오 게임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게임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뜨겁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 분류 결정 이후 중독성 논란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넥슨은 지난 7월18일부터 서울 아트선재센터에 기획 전시회를 열고 있다.

“실험적인 동시대 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인 ‘아트선재센터’에 게임 속 세상을 물리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의식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예술의 시각에서 바라본 게임과 게임의 시각에서 바라본 예술을 통해 온라인 게임, 그리고 미디어아트라는 장르적 한계를 넘어 다양한 층위의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

넥슨이 밝힌 이번 전시회의 기획 의도다. 9월1일까지 열리는 넥슨재단 기획 전시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는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25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전시장에서는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한 NPC 시선 체험, 욕설 탐지 기능을 시각화한 작품 등 온라인 게임을 주제로 한 20점의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

“장소가 갖는 힘이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은 “미술관에서 게임 전시를 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접근성 면에서 보면 코엑스 같은 곳이 좋은 장소지만, 동시대 미술을 키우고 활발하게 보여주고 있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라고 말했다.

|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

최윤아 관장은 MoMA의 사례를 들어 미술관에서 게임 전시를 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게임을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이 늘고 있지만, 예술적 맥락에서 게임의 일부분을 차용하는 게 아닌 미술관에서 게임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라는 설명이다. 최윤아 관장은 아트선재센터 측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 1년간 논의 끝에 어렵게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기획 전시는 게임을 잘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모두를 위한 전시회로 꾸려졌다. 아트선재센터가 게이머들이 잘 아는 공간을 채택했을 때보다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기존 전시회 향유층이 유입돼 다양한 사람들이 게임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최윤아 관장은 의도대로 관람객 중 20%는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윤아 관장은 “게임을 다 같이 볼 수 있는 장으로 나오게 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고자 했다”라며 “게임에 대해 좋고 나쁨을 떠나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공공의 공간에서 게임을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장소 선정의 의미에 관해 설명했다.

게임을 게임하는 전시

전시회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에 초점을 맞췄다. ‘참여’와 ‘성장’을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일방향적 전시가 아닌 게임을 플레이하듯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는 로그인으로 시작해서 로그아웃으로 끝난다. 관람객은 전시장 입구에서 키오스크 로그인 화면을 가장 먼저 마주한다. 로그인 후 ID 밴드를 발급받아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체크포인트’에 찍으면서 작품과 상호작용하도록 장치들이 마련됐다.

전시장을 퇴장할 때는 로그아웃 과정을 거친다. 이때 전시장에서 기록된 관객의 체험 데이터가 영수증 형태로 출력된다. 전시장 입구에서 넥슨 계정으로 로그인할 경우 자신의 게임 이력과 데이터를 받아볼 수도 있다.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라는 타이틀에 맞게 메타 게임적 전시 구성을 갖춘 셈이다.

이에 대해 최윤아 관장은 로그인, 로그아웃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데이터가 쌓인다는 것을 의미하며 “온라인 게임 형식을 통해 데이터가 쌓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물관학 분야에서는 어떤 관람객이 어떤 작품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전시장 안에서의 관람객 데이터를 연구한다. 이를 이번 전시에 차용해 관람객들에게 전시장에 머문 데이터가 쌓여가는 과정을 재밌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또 전시장 곳곳의 태그 장치를 통해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일방향적 전시에서 벗어나 온라인 게임의 상호작용 이뤄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게이머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영수증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전시에 대한 아카이빙과 데이터, (게임을 하면서) 물리적으로 쌓인 데이터를 드리고자 했다”라며 “게임에 시간을 쓴 것, 인생이 들어 있는 것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박물관 벽돌 하나는 내가 끼웠다’라는 게이머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다른 박물관은 우리가 세금을 많이 냈지만 ‘저 벽돌 내꺼야’라고 하지 않는다. 벽돌을 끼웠다는 반응은 일종의 자긍심이다. 우리 박물관은 우리 관람객만의 특정적 감성이 있다. 온라인게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있다. 그걸 꼭 돌려드리고 싶었다. 흑역사일 수 있지만 시간, 인생, 삶이 들어 있는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 또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고 싶은 것도 있었다.”

게임에 대한 다양한 논의 이어가고 싶어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25주년 기념 전시를 표방했다. 하지만 전시회에 설치된 대부분의 작품은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등 넥슨 게임에 한정돼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최윤아 관장은 “넥슨 내부에서도 게임 IP 하나를 게임팀과 협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라며 “작은 전시회에 다른 회사에까지 요청하기는 어려웠는데 기회가 온다면 더 많은 회사들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윤아 관장은 ‘로나와 판’ 전시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360도 카메라와 VR 기기를 활용해 NPC의 시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작품화한 게임 IP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온라인 게임의 특징인 참여와 성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게임, 리소스가 많은 오래된 게임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최윤아 관장은 ‘퀴즈퀴즈’를 예로 들었다. 2015년 서비스가 종료된 ‘퀴즈퀴즈’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 부분유료화가 이뤄진 게임일 정도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최윤아 관장은 넥슨컴퓨터박물관에 퀴즈퀴즈 아카이빙 전시를 마련하고 싶었지만 진행하지 못한 것을 이번 전시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최윤아 관장은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꼽았다. 설치 기간이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데이터가 쌓이는 작품들을 서버와 연동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전시가 진행된 초기에 조금씩 문제가 발생했고 지금은 정리가 됐지만 안정화 작업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온라인 게임 역사를 정리하는 전시에서 채우지 못한 부분, 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담지 못한 점 등이 아쉽다고 말했다.

| 최윤아 관장은 게임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장으로써 이번 전시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구성을 갖췄다. 전시 기획 의도대로 게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의가 끼어들기 어렵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최윤아 관장은 “게임을 아는 사람이 왔을 때는 다양한 해석이 끼기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연대기, 라이브러리, 데피니션 벽 등의 작품은 색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작품들은 각각 게임에 대한 역사와 기록, 이용자들의 생각을 한데 모은 형식으로 구성됐다.

| ‘마비노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게임 이용자들의 협력 관계를 표현했다. 관람객이 자리에 앉아야 구조물이 작동한다.

또 “온라인 게임을 모르는 사람의 경우 해석의 여지가 클 것”이라며 “(‘마비노기’를 모티브로 게이머들의 협력 관계를 구현한) ‘캠프파이어’ 작품은 혼자 앉았을 때와 둘, 여럿이 앉았을 때 관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이 다르고 이런 높은 수준의 기술이 들어가는 전시 작품은 많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게임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격차가 큰 것 같다. 게임에 익숙한 사람은 직관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뭐지’하고 생각할 여지가 많다. 이 과정에서 해석들이 만들어지고 얘기가 오가게 된다. 그런 얘기를 너무 안 해서 게임은 게임, 예술은 예술로 선이 그어지고 게임에 대한 협소한 시선이 생기는 상황이 됐던 것 같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을 흐리는 일을 해보고 싶었고 이런 작업들이 쌓이면 게임에 대한 시선이 넓어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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