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따라 택시 산업과 상생을 도모하는 동시에 이용자에게 보다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유기적인 환경이 마련됐다.”

이달 8일 카카오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는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에서 거론됐던 ‘플랫폼 택시’의 초안이 담겼다. 발표 직후 모빌리티 업계에서 잡음이 흘러나왔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반색했다. 대략적인 틀이 잡히면서, 택시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법인택시 인수를 추진하는가 하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손을 잡고 이른바 ‘라이언택시(가칭이나 편의상 라이언택시로 표기)’ 사업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게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와 함께 걷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어제의 적, 오늘의 동지

카카오모빌리티는 ‘노란 번호판(영업용 차량)’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하얀 번호판(개인용 차량)’을 활용한 카풀 서비스에 뛰어들었다가, 택시단체의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두 명의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당이 나서 대화의 장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을 접어야만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카카오 카풀’은 시범서비스 40여일 만에 중단됐다. 올해 1월의 일이다.

두 달여 만에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합의안을 내놨다. 제일 첫 번째로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빠른 시일 내 출시하는 데 합의했다. 출퇴근 카풀은 시간 제한을 두기로 했다. 중소카풀업체들은 날벼락을 맞은 격이었다. 이들은 택시와 공생관계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업계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항의했다. 때늦은 지적이었다.

같은 달 20일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와 함께 바로배차 택시 ‘웨이고 블루’를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방향이 택시로 향해 있음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계기였다. 이 자리에는 국토부 김현미 장관이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바라는 그림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우군으로 돌아섰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카카오가 카풀을 접었던 것은 큰 결단이었다. 카카오도 사기업이고,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이제는 카카오가 택시 중심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적극적인 협조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라이언+스타렉스=라이언택시?

13일 <지디넷>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한 달 동안 라이언 캐릭터가 그려진 스타렉스 차량 한 대를 대동하고 수도권 지역 택시단체 임원들을 만나고 있다. 프로젝트명은 ‘라이언택시’로 알려졌지만,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네이밍은 하고 있는 단계다. 라이언 IP는 우리 소유가 아니라 카카오IX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라이언택시 후보군은 기아차 카니발, 현대차 스타렉스 둘이었다. 프로토타입 차량으로 스타렉스가 선정된 이유는 LPG 내연기관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택시는 LPG를 사용해야 유가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카니발 LPG는 시중에 나와 있지 않아, 개조가 필요하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우선은 LPG 때문에 스타렉스로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택시회사마다 원하는 차종이 달라 꾸준히 얘기 중이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대형택시’다. 일반 중형택시, 그리고 특유의 ‘꽃담황토색’을 벗어나려는 카카오모빌리티에게는 대형택시가 매력적일 수 있다. 언론에서는 브이씨엔씨(VCNC)의 ‘타다 베이직’과 대결 구도로 판을 짜고 있다. 여론은 나쁘지 않다. 택시기사가 운전대를 잡는다는 점에서 불만은 있지만, ‘카카오표 대형택시’에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눈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라이언택시로 일종의 ‘택시 프랜차이즈’인 가맹택시사업에 진출하려는 걸까.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강남구 소재 법인택시회사 ‘진화택시’ 인수 계약을 진행하면서 이 가설에 무게가 실렸다.

가맹사업은 불확실하다. 주도권은 택시가 잡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운송가맹사업은 가맹점으로 가입한 법인 및 개인택시가 택시 외관, 요금, 서비스 등 다양한 택시부가서비스를 하나의 브랜드로 선보이게 된다.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으나 ‘교O치킨’, ‘파O바게뜨’ 등과 같아 일단 개인택시 또는 법인택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볼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들을 포섭하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다. 최소 4천대 택시를 모아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 있다. 최근 국토부가 이 기준을 1천대로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허들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가맹사업을 하려면 택시가 참여해야 하는데, 대형택시 쪽은 그게 쉽지가 않다. 기존에 대형택시를 하던 회사는 손쉽게 들어올 수 있지만 대형택시가 없으면 일단 차량을 구매해야 하고, 전환 신고를 하거나 인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환을 하고 싶어도, 자본금이 없는 곳이 마구 하기는 어렵다”라고 부연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는 얘기를 택시 쪽으로부터 들었다. 다만 대형택시로 모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미끼상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택시 차종은 여럿이 다니거나 짐이 있는 목적형 수요를 위해 나온 것으로, 일상적으로 이동하는 수요는 달리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타다는 목적형 수요를 가진 차를 일상수요를 위해 제공한 거죠. 준고급시장으로 방향을 잡고 간 거예요. 이런 차를 1만대, 10만대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이 시장은 크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지금 보여주는 건 ‘콘셉트’에 가까워 보여서…. 택시가 원하는 그림인 대형택시를 보여주면서 먼저 만족시켜주고 이후에 다양한 시도를 할 것 같아요.”

현행 규정상 대형택시는 운신의 폭이 넓다. 자율요금신고제가 적용되고 외관 규제, 택시갓등 및 미터기 장착 의무 등으로부터 자유롭다. 택시회사가 받쳐 주면 대형택시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여지가 있다. 카카오모빌리티표 플랫폼 택시의 베타 테스트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영업사원처럼 라이언택시를 대동하고 택시단체 임원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하려는 게 무엇인지, 택시 쪽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게 목적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이를 주선하고 있다. 이 상무는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업은 택시의 파이를 넓힐 수 있는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형택시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지자체에 신고만 하고도 영업을 할 수 있으니 법인택시 쪽인 택시조합연합회가 이들을 위주로 수요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택시회사 대표는 “지금 택시들이 운영하는 점보택시(대형택시)는 밖에서 보기에는 모범택시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수요가 없던 거지만 카카오가 하면 다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선 ‘웨이고 블루’처럼 카카오 앱에서 대형택시 호출 중개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우리의 협업모델과 형태는 아주 기본적으로 웨이고 블루처럼 앱에 얹어주면서 브랜딩, 마케팅, 기술 지원을 해주는 거다”라며 “만약 가맹에 참여하고 대형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면 우리에게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하고 싶어도 택시 쪽 상황과 여건, 조건에 따라 안 될 수 있다. 사업이 급물살을 타더라도 지자체에서 요금이나 서비스 형태 등을 허가 받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