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시동 거는 카카오·우버, 스타트업은 ‘발만 동동’

2019.08.20

카카오모빌리티가 법인택시회사를 또 인수한다. 이달 초에 이어 두 번째다. 우버도 택시를 상대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택시제도 개편방안(이하 개편안)’이 이들의 행보에 물꼬를 텄다. 반면 자본력이 약한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틀은 잡혔어도 세부적인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새로운 서비스를 섣불리 내놓을 수 없는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시 동대문구 소재 중일산업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중일산업은 택시면허 82개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면허대수당 5천만원 중반대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총 인수금액은 4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달 1일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면허 90여개를 가지고 있는 진화택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진화택시에 이어 중일산업을 인수한 것은 IT를 접목해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려는 시도”라며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실험해 보기 위해 택시법인을 인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버는 올해 4월 시작한 택시호출 서비스 ‘우버택시’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모집한 우버택시 기사는 3천여명에 이른다. 매달 다른 형태의 프로모션을 통해 지원금을 제공하는 전략이 유효했다. 우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버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내놓기가 조심스럽다. 빠른 시일 안에 내부적으로 결정해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국토부가 내놓은 개편안으로 어느 정도 규제의 틀이 잡히면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우버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는 달리 비자금 여력이 없어 투자자의 결정에 기대야 하는 스타트업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세부적인 규정은 여전히 정해지지 않아서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택시 외의 차량 서비스는 사실상 전면 막아 놓거나 규제에 대한 논의만 하고, 택시 쪽은 규제완화에 힘을 실으니 대기업이 택시회사를 사버리는 것”이라며 “혁신은 스타트업이 시작했는데 확장은 대기업이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실무기구 진척 더뎌, 스타트업은 고사 직전

국토부는 다음주 중으로 개편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무기구를 출범할 계획이다. 택시4단체 참여는 정해졌다. 전문가 및 소비자단체는 교통연구원을 포함해 총 4곳이 참여한다. 모빌리티업계에서도 4개 기업이 선정됐다. 우선적으로 ‘타다’ 운영사인 브이씨엔씨(VCNC), 카카오모빌리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들어갈 전망이다. 나머지 스타트업 한 곳은 국토부가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기구 구성이 하루하루 미뤄질 때마다 스타트업은 속이 타들어 간다. 정 팀장은 “스타트업은 국토부가 방안을 안 만들어서 죽거나, 대기업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처럼 수십억을 주고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건 사실상 헐값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버 등 외국기업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수조원대로 수혈을 받을 수 있다. 택시회사를 마음껏 사들인다면 그때부터는 국내 플레이어가 방어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벗(Pivot, 사업모델을 재조정하는 것)을 하려 해도 쉽지가 않다. 서 대표는 “내부적으로 하고 싶은 게 있고, 찾아도 봤지만 사업이 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투자자들은 실무기구를 통해 논의가 진전을 이룰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 대타협기구 때부터 정부, 택시 쪽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택시가 반대하지 않으면 국토부도 반대할 일이 없죠. 미리 모든 준비를 한 채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반대로 저희가 뭔가 하고 싶다고 해도 택시가 싫다고 하면 안 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어 그는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적)대타협에 사인하는 바람에 지금 같은 상황이 됐는데, 실무기구에도 대표로 들어간다면 대타협의 재탕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와 여태 협의해온 만큼 이제 다른 스타트업들이 목소리를 낼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9일 운영을 중단한 카풀 스타트업 어디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해진 시간에만 운영되는 ‘광역카풀’로 시장에 재도전할 계획이지만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유수현 위츠모빌리티 부사장은 “법안 이슈가 투자 이슈와 맞물려 있어서 투자자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법안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그때 시장에 재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껴안는 ‘타다’…갈등은 진행형

출범 초기부터 타다는 택시와의 상생을 강조해왔다. 지난 7월부터는 택시기사가 운전하는 준고급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단체들은 타다가 ‘불법택시’라며 반발 중이다. 이로 인해 타다는 타다 프리미엄 택시기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택시회사 덕왕운수의 합류로 타다 프리미엄 운영대수는 30대를 웃돌게 됐다. 덕왕운수는 추후 보유하고 있는 전체 택시면허 81개를 모두 타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택시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덕왕운수보다 먼저 타다 프리미엄에 합류한 개인택시기사 14명을 조합에서 제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경우 퇴직금 명목의 ‘전별금’ 수령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개인택시기사가 조합에 가입해 있어, 타다 프리미엄 참여를 내심 원한다 해도 쉽사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덕왕운수도 법인택시 쪽 조합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대부분 행정업무를 조합 측에 위임하고 있어, 징계 시 업무상 각종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덕왕운수 측은 설명했다.

타다도 대응에 나섰다. 이달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서울개인택시조합을 신고했다. 타다 관계자는 “최근 타다 프리미엄에 합류한 개인택시 기사들의 권익 침해는 물론 생존권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부당 조치가 이어져 공정위 신고를 진행했다”라며 “타다 프리미엄에 참여하는 택시기사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위해 적극적 대응을 진행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덕왕운수 관계자는 “사실상 피해가 있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합류를 결정하게 됐다. 택시산업이 바뀌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데 택시도 서비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다의 성장에 주목해왔고, 지표상으로도 승객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승객 만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려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