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비트코인 창시자” 자칭 사토시 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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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제임스 빌랄 칼리드 칸(James Bilal Khalid Caan)입니다. 세간의 추측과는 다르게 칸은 미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파키스탄인입니다. 더욱이 그는 낡은 노트북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해 왔으며, 채굴한 비트코인을 통해 이익을 보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칸이 비트코인이 세상에 탄생한 지 십 년이 지난 지금 자신을 비트코인 창시자라 고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사진 출처 = 사토시 나카모토 르네상스 홀딩스 홈페이지

왜 비트코인을 만들었나?

칸은 웹 페이지에 ‘나를 밝힌다(My Reveal)’라는 제목으로 세 편의 글을 올리며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습니다. 칸이 태어날 때 받은 이름은 빌랄 칼리드(Bilal Khalid)이며 이후 제임스 칸으로 개명 후, 현재의 이름인 ‘제임스 빌랄 칼리드 칸’으로 다시 개명했다고 합니다. 칸은 파키스탄에서 태어났지만 2005년 영국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그러나 당시 칸은 명확한 거주지가 없었기에 은행 계좌 개설을 거부당했으며, 이로 인해 여러 제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경험을 통해 칸은 가난한 이들도 국적, 국경 등으로 인한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또한 칸은 국제신용상업은행(BCCI) 사례를 이야기합니다. 칸의 아버지는 유나이티드뱅크리미티드(UBL)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했는데, 칸에게 UBL 창업자인 아그하 하산 아베디(Agha Hasan Abedi)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1972년, 파키스탄 은행이 국유화되며 아베디는 BCCI를 창립하게 됐지만, 1991년 자금세탁 등 스캔들에 휩싸이며 문을 닫게 됩니다. 이 과정을 보며 칸은 BCCI 사태에 기업과 정치권의 부조리한 개입이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BCCI가 문을 닫으며 백만여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실을 목격했다 말합니다.

칸은 대학원 재학 시절 1989년 디지캐시를 고안한 데이비드 차움을 보고 영감을 얻어 석사 논문 초고를 내지만, 대학 측으로부터 수정을 권고받아 웹 포털로 주제를 변경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칸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입니다. 초기 단계에서 비트코인은 ‘전자화폐’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미국 컴퓨터 공학자 할 핀니(Hal Finney)의 도움을 얻어 정교화되었다고 합니다. 핀니와 원격 PC를 통해 의사소통을 했으며, 핀니는 자신의 실제 정체를 몰랐다고 합니다.

사토시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칸이 사토시 나카모토라 확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없습니다. 칸 또한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증거를 댈 수 있는 하드디스크, 이메일 계정, 디지털 서명 또한 없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더욱이 함께 비트코인을 개발한 할 핀니는 2014년 세상을 떠나, 칸이 자신과 소통하던 사토시라는 것을 밝힐 수도 없습니다.

특히 칸은 자신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분실한 일화를 밝히며 ‘악몽’이라 표현합니다. 칸은 후지쯔 라이프북와 에이서 아스파이어  노트북으로 비트코인 개발과 채굴을 해왔다고 합니다. 작업한 후 항상 노트북에서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지웠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2010년 에이서 노트북이 고장나 칸은 수리를 맡기게 됩니다. 칸은 수리 업체가 램 또는 그래픽 칩만 교체할 것이라 생각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빼지 않고 노트북을 수리업체에 보냈다고 합니다. 더욱이 칸은 데이터와 비밀번호를 암호화해 놓았기에 수리기사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접근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수리업체가 노트북을 돌려보내며 전한 말에 칸은 절망에 휩싸이게 됩니다.

“공짜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도 교채했어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행방은 묘연해졌고, 채굴 난이도가 1이었을 때 칸이 채굴했던 98만개의 비트코인도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말대로 칸이 사토시라면, 역설적이게도 비트코인의 창시자가 비트코인으로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칸은 2017년 비트코인이 2만달러에 근접했을 때, 자신이 98만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190억달러(약 22조9천억원)을 벌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보고 또다시 절망감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칸은 이후 자신의 사토시 이메일 계정에도 잘 접속하지 않게 됐는데, 해킹을 당했는지 현재는 계정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자신이 사토시라고 밝힐 생각이 초기에는 없었기에 디지털 서명 또한 남겨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칸은 현재 자신이 사토시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할 수 있다면, 비트코인을 옮겨 보아라”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칸은 다른 근거를 댑니다. 칸은 자신이 비트코인을 설계할 때 어릴 적 배웠던 수비학을 이용해 곳곳에 메시지를 남겨 놓았다고 주장합니다. 일례로 비트코인을 수비학 규칙에 따라 수로 변환하면 숫자 23이 나오는데, 이는 BCCI를 변환해 나오는 수와 같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칼은 수비학을 통해 숫자로 된 메시지를 비트코인 곳곳에 넣어놓았습니다. 칼이 가명으로 사용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알파벳을 숫자로 변환하면 같은 수가 나오며, 비트코인의 발행량, 비트코인 백서 발표날짜  그리고 자신이 보유했던 ‘theBCCI.net’과 ‘bitcoin.org’ 두 도메인 또한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숫자를 넣어놓았지요.

왜 존재를 숨겨왔나?

칸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편집증적으로 숨기려 했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본명을 사용하며 잘 풀린 일이 없었기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채택해 존재를 숨기려 했다고도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이름 중, 수비학 숫자에 맞춰 사토시라는 이름을 골랐다 합니다. 나카모토라는 성은 할 핀니와 연락할 때, “사토시? 어떤 사토시? 사토시 나카모토?”라 물은게 계기가 되어 채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비트코인을 개발할 때도 편집증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숨겨왔다고 합니다. 토르 브라우저를 이용하고 VPN 우회를 해 자신을 추적할 수 없게끔 했고, 문서를 작성할 때는 타이프라이트를 사용하던 세대로 자신의 나이를 위장하려고 마침표 이후 두 칸의 공백을 넣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백서의 영문 교정을 위해 내용을 잘게 쪼개 여러 명의 번역가에게 교정을 의뢰하고, 코드 역시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알 수 없도록 부분만 공개했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분실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가 자신의 하드디스크 같은 기본적인 사항도 관리하지 못해 실수한 상황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할 핀니에게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된 후, 칸은 비트코인 대신 가정에 집중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을 해왔다고 합니다.

일하는 틈틈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참여해왔지만,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칸은 비트코인 창시자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지만 빅데이터 분석 기반 헤지펀드 관리 블록체인 플랫폼, 인공지능 기반 암호화폐 투자관리 플랫폼을 개발해왔다고도 말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칸이 여러 블록체인 기업에 지원했지만, 이 기업들은 칸이 블록체인에 관련된 질문에 충분히 답변하지 못한단 이유로 채용을 하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칸은 자신이 만든 비트코인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갈취하는 행태를 목격하며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느꼈다고 합니다. 더욱이 ICO 열풍이 불 때, 자신이 비트코인을 개발했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개인들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자칭 사토시를 주장하는 이 한둘이 아니다

2018년 칸은 NHS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와 사토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고 합니다. 칸은 “만약 사토시가 정체를 드러내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라고 질문했는데 동료는 “사토시가 자신의 개인적인 삶이 노출될 것이란 공포에 숨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토시가 자신이 만든 비트코인이 오용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고, 세상을 바르게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 하는 게 맞다”라 답했다고 합니다. 그 후 칸은 더 이상 공포에 숨어 살기보다는,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겠다 결심을 하게 됩니다. 칸은 결혼 후 8년 만에 자신의 아내에게도 자신이 사토시라는 사실을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글을 마무리하며 칸은 “혁신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가자” 말합니다.

그러나 칸 이외에도 자신이 사토시 나카모토라 주장하는 이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호주의 컴퓨터 과학자 크레이그 라이트는 자신이 사토시라며 꾸준히 주장을 해오며, 반박하는 이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미국 저작권청에 비트코인 논문과 코드 저작권 등록을 신청하기도 했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드보 위르겐 에티엔 귀도라는 벨기에 남성이 미국 판사에게 자신이 사토시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존 맥아피는 지난 5월, 자신이 사토시의 정체를 알고 있지만, 보복이 두려워 밝힐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사토시임을 명확하게 입증한 사례는 현재까지 없습니다.